지난 4월 29일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된 N번방 방지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형법 개정안 등이다.
현행법은 가해자들에 대한 법정형이 낮아, N번방 사건과 같은 사이버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사이버 불법 성적 촬영물을 시청·소지한 자도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 N번방 방지법, “불법 성적 촬영물 소지만 해도 처벌”
이번에 통과된 N번방 방지법 중 핵심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으로, 불법 성적 촬영물 등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현행법은 반포·판매·임대·제공만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또한 현행법에 따르면 촬영한 주체가 본인일 경우 타인이 촬영한 영상을 유포하여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을 통해 본인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본인의 신체를 촬영했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를 유포하면 처벌대상이 된다.
미성년자 의제강간의 연령도 상향조정되었다. 현행법상 의제강간이란 13세 미만의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이를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에 준하는 형벌로 처벌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성년자 의제강간의 연령을 현행 만 13세 미만에서 만 16세 미만으로 상향조정함에 따라,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더라도 강간에 준하여 처벌을 받게 된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박사’, ‘갓갓’ 등과 같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았지만, N번방에서 타인이 만든 성착취물을 공유한 사람들과 같이 단순 가담자도 처벌할 수 있게 됐지만, N번방 사건에 이 법률안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 국회, “지각처리” 비판 피하지 못해
이번에 통과된 N번방 방지법의 경우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유사한 내용의 법률안 19개를 하나로 통합한 것인데, 이 중 실제 N번방 사건을 의식하여 발의된 법률안은 6개에 불과하다.
즉 N번방 사건 이전에도 아동 대상 성범죄, SNS 등 이용 성범죄 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어 왔음에도 그동안 의결되지 않은 것이다. 19개의 법률안 중 가장 먼저 발의된 법률안은 2017년 6월에 발의되었다.
결국 20대 국회는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법률안이 정상적으로 처리되었다면 이번 N번방 사건에 강화된 처벌을 적용할 수 있었지만, N번방 사건이 일어난 후에야 법률안이 통과되어 N번방 사건에 이 법률안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소급입법이라는 법적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 N번방 방지법, 정작 N번방 사건에는 적용하지 못한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은 지난 3월 30일 YTN과의 인터뷰를 통해 “선거가 끝나는 즉시 논의에 착수해 소급입법이 가능하도록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헌법 제13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형벌 불소급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N번방 방지법을 이번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
하지만 박 의원은 “헌법과 형법에서 소급입법을 금지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가 아주 예외적으로 공익을 위한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소급입법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는 법리적 논리를 제시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2011년 “진정소급입법이라 할지라도 예외적으로 국민이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와 같이 소급입법이 정당화되는 경우에는 허용될 수 있다.”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2008헌바141). 하지만 당시 합헌의견을 제시한 재판관은 9명 중 5명이며, 학계에서도 국민적 여론을 의식한 위헌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어왔다.
N번방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임은 분명하지만, 소급입법을 통한 처벌은 형벌 불소급의 원칙에 반하고,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국민의 법감정 역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이지만, 감정이 법을 지배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는 만큼 소급입법은 신중히 논의되어야 할 사안이다.
◇ 남은 법률안 역시 논란… 21대 국회의 과제
N번방 사건과 관련된 19개의 법률안이 통과되었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특히 남은 법률안은 논란이 일고 있는데, 박광온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정보통신망법)이 대표적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법안은 불법정보에 불법촬영물을 포함하고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에게 불법촬영물 유통방지에 관한 책임과 피해자 보호의무를 부여한다. 불법촬영물에 대한 신속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게 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모든 이용자들의 대화를 감시할 수 없으며, 국내에 법인이 없는 텔레그램과 같은 사업자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조치가 불가능하여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0대 국회는 2020년 5월 29일로 임기를 종료한다. 더불어민주당은 5월 8일 본회의를 개최하자는 입장이지만, 미래통합당은 이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따라서 지난 4월 29일 열린 본회의가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남은 N번방 방지법에 대한 의결은 21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