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제5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은상 수상자인 도란 작가의
새내기 아내가 부딪히고 해결해 가는 결혼생활 적응기
결혼과 동시에 유부녀나 주부, 그리고 아내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자유롭게 살던 미혼 시절에 비해 마땅히 해야 할 일과 책임이 생긴다는 것,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 효도를 기대하는 어른들의 시선 등 여성이 결혼하여 한 가정의 아내가 된다는 건 마냥 즐겁고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기자와 마케터로 9년간 직장생활을 한 후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는 저자 역시 4년차 주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익숙지 않은 집안일의 어려움, 일과 살림을 병행하는 데에서 오는 피로감까지 결혼생활에 지친 주부들에게 위로의 메시지와 함께 새로운 가정을 꾸리며 느끼는 즐거움 역시 공감 포인트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결혼하기 전에는 몰랐던 결혼생활과 며느리생활의 불편도 거침없이 털어놓는 저자는 남편과 똑같이 맞벌이를 하는 상황에서도 살림을 도맡아하길 원하는 어른들의 요구, 친정과 시가 사이의 감정적 괴리감 등 예민한 부분도 글감으로 삼았다.
한편 결혼한 여성들이 애초에 상상도 못했던 결혼생활의 이면과 또 그 변화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인생을 가꿔나가자는 메시지도 빠뜨리지 않는다. 가정을 잘 가꾸고 배우자와 단란하게 사는 동시에 수십 년간 ‘나’라는 개인이 쌓아온 정체성을 소중히 여기자는 뜻이기도 하다. 책 전반적으로 부부가 서로의 취향을 알아가고, 연애에서 결혼생활로 넘어가며 느끼는 즐거움과 소소한 다툼까지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그 속에서 저자 역시도 남편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배우자와 끈끈한 유대를 다져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저자 소개>
도란
삼십대 초반, 결혼을 하고 여자 친구에서 아내로 역할이 바뀌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4년간 기자로, 5년간 마케터로 근무했다.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모든 감정을 샅샅이 태우며 살아야 할 것 같은 회사생활에 이별을 고했다. 첫 신혼집의 거실 한편에 있는 책상에 자리를 잡고 기고를 하며 프리랜서 작가생활을 시작했다. 기고와 취재를 마친 뒤 남편과의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전 시간을 쪼개 글을 썼다. 특히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작고 소소한 일상에서 사금처럼 반짝이는 것들을 그러모아 글감으로 활용한다.
결혼 4년차이지만 여전히 야채 다듬기와 생선 고르는 게 어려운 초보 주부다. 남편과는 가장의 부담을 나눠 갖고 서로를 책임지는 아내로 살고자 한다. 또한 편치 않은 양가 부모 사이에서 독립적인 부부로 살고자 노력하는 꿋꿋한 며느리다.
카카오 브런치에서 ‘귀리밥’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며, 제5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반절의 주부>로 은상을 수상했다.
브런치 주소 : https://brunch.co.kr/@orbit
<목차>
추천의 글
프롤로그
남편의 옷을 산다는 것|아이스크림 단식 시위|아내에겐 채소가 필요해|우리 부부의 영어 불만증|도망치는 사람|나는 결혼을 이용하고 있어|고향 기행문|도마 위의 30대|결혼 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외숙모의 토스트|신혼집을 떠나며|부부는 싸움에도 이름이 붙는다|아내의 홈 베이킹이 곤란한 이유|우리 집 연하남|남편은 용돈에 목마르다|명절의 온도|사과|더 사랑하는 쪽은 시어머니|포근한 월동준비|김치는 절대 만들지 않겠다|그릇의 로망|사적인 직장상사|남편의 이직|집주인의 하루|양복 입은 동물의 왕국|며느리는 전혀 당연하지 않았다|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방법|기혼자의 여행에 자유란 없다|남편과의 선물이 무색해진다|처제님은 없고 도련님은 있다|타인의 외도|프러포즈 기념일|점괘를 보다
에필로그
<책 속에서>
게다가 내 언니는 처형이다. 내 사촌동생들은 처제와 처남이다. 내 가족이 받는 호칭에서 ‘님’이라는 글자를 찾아볼 수 없다. 남편은 내 사촌동생들을 처제라고 낮춰 말하는데, 나이가 어린 것도 아랫사람인 것도 똑같은 남편의 동생들은 어째서 내게 ‘도련님’이라는 존칭을 들어야 하는 걸까. 이런 모순에 부딪힌 날, 감기를 앓듯 머리가 펄펄 끓었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있다가 호칭 문제가 떠오르면 속이 꼬여서 허공에 발길질도 했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서평>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결혼’은 우리의 삶에 있어 응당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이해했다. 어쩌면 결혼이 반드시 필요한 삶의 절차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으레 해야 하는 의무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때와 확연히 다르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꼭 해야 하는 의식이나 행위로 인식하던 풍토는 경제적인 제약과 이로 인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서서히 아무도 강요할 수 없는 불편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그렇다고 이미 결혼을 선택한 사람들이 이러한 불편을 감수하면서 남편과 아내로서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어차피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그리고 모든 어려움은 스스로 부딪으며 해결해야 한다. 결혼에 대한 우리의 손익계산서가 흑자일지 적자일지는 헤쳐 나가고 일구어 나가려는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이 책은 작가의 결혼 생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독자들은 각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서 통쾌함을 느낄 수도 있고, 끈끈한 동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한번쯤 따라해 볼 만큼 솔깃한 팁을 발견할 수도 있고, 몰입한 나머지 함께 기뻐하고 슬퍼할 수도 있다. 한편 작가는 평범한 아내가 살아가는 결혼 생활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저 밑바닥에는 ‘나’라는 자아에 대한 인식과 애정도 함께 말하고 있다. 단순히 누군가에, 어딘가에 얽히고 매여 살아가는 ‘나’가 아닌 아내로서 당당하고 의연하게 살아가는 ‘나’에게 눈을 돌리자는 메시지도 품고 있다.
모쪼록 아직 미혼인 여성들이나 이미 가정을 일군 여성들이 ‘보다 나은 결혼 생활’과 ‘나’를 찾는 데 이 책이 도움을 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