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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선
나는 그날 단독자였다.
벌써 술잔은 여러 번 비웠고
몽롱한 언어들은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면서
내 우울한 풍경의 뼈마디를 사정없이 쑤셔댔다.
앞에 앉은 시인은 생선 같은 비린내를 풍기며
창밖에 묶인 시선으로 혼자 중얼거리고
나의 정맥은 뜨거운 피를 운반하느라 푸른 핏길이 섰는데
을지로3가 만선집 안 사람들은 쓸쓸하게 떠들어 대며
상처난 도시의 풍경을 쫙쫙 찢어 입에 넣고 있었다.
비겁한 나는 도시를 사랑하지 못했다.
정맥의 푸른색만을 낯설게 배회하면서
한 줄의 시를 운반하느라 두통에 시달렸다.
내 몸의 내륙은 먼 곳을 향해 늙어가다가
점점 절박한 투정의 기록조차 잃어 가는데
나는 여전히 단독자로 살고 있었다.
만선에서 돌아온 밤 나는 다시 만선을 찾아
이질적 해역을 버리고 바다로 떠나고 말았다.
이해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