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와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난 다음날 새벽에 고추밭으로 가는 길에 옆집 어르신이 이슬비를 맞으며 가는 걸 보고 내 밭과 같은 방향이라 차에 태워서 듬몰골 상류의 밭에 모셔다 드렸다.
집에서 족히 2킬로 되는 밭이라 평소 주말 아들차로만 다니던 밭인데 비온 후라 들깨모을 옮기시려고 가신 길에 나를 만나 편히 간다고 감사 인사를 하고 내렸다.
나는 1킬로 떨어진 옆골짜기 내밭으로 가서 간밤 비바람에 부러진 고추대를 정리하고 일으켜 세우고 일을 하고 있었는데 1시간쯤 지나서 아까 내려드린 어르신 남편분이 연락이 와서 할머니가 산에서 들개 두마리가 나타나 겁나서 일을 못하고 집에 온다고 연락이 왔다는 소식을 전하신다. 할아버지는 90세가 넘으셔서 갈 수는 없어 연락을 한 것으로 생각되어 급하게 할머니가 일하는 밭으로 갔으나 밭에는 심던 들깨봉지와 호미가 던저져 있고 할머니는 아무리 둘어봐도 보이질 않아 정신없이 차를 몰아 어르신 댁으로 찾아 갔으나 돌아오는 길에는 보이질 않고 집에는 할아버지만 계셨다. 급하게 오는 길에 못봤을까 생각되어 다시 밭으로 갔으나 할머니는 보이질 않아서 밭주위을 살펴보니 개발국만 무성하게 있었다.
혹시나하는 마음이나 좋지않은 생각이 들어 119에 신고하고 마을 이장에게도 연락드렸다. 잠시후 이장님과 면 파출소 경찰차 두 대와 119응급차와 소방차 5대가 출동을 하여 주변을 살펴 보면서 이장이 아들에게 연락을 드렸더니 아들이 어머니가 들께 밭에서 내려와 마을 입구에 옥수수 밭에 와 있는 연락을 받고 모두들 허탈하게 내려왔다.
해프닝으로 끝난 일이기는 하지만 요즘 시골도 집에 반려견을 키우면서 줄에 묶어 놓는 것이 안쓰러워 가끔 풀어주는 농가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개가 두마리 이상이 몰려다니게 되면 들개가 되어 힘없는 노약자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절대로 풀어 놓지 말고 키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