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바다에 가면
하얀 레이스를 두건처럼
뒤집어쓴 파도가
그리움처럼 넘실댄다
부서지고 부서져도
거부할 수 없는
그리움 하나
포말로 일어서
포물선을 그린다
눈 감으면
추억의 한 페이지가
윤슬*로 빛나고 있었다
바다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나의 지나친 그리움이 병이 된 것을,
문득
바다에 들켰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진다
파도가 밀려와 발 앞에 멈춘다
바다도 지독한 그리움을
수평선 너머로 밀어내고 있다
*윤슬: 햇빛이나 달빛을 받아 물이 반짝이는 상태
자료제공 : 도서출판 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