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사실상 파기됐다. 인수합병이 진행되는 동안 제주항공은 노선 배분 특혜를 받았다. 정부로부터 1,700억 원의 공적지원을 약속받았다. 수많은 혜택을 받고, 인수합병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이스타항공 경영에도 개입해왔다.
그러다 하루 아침에 입장을 뒤집어 체불임금 등을 빌미로 인수를 무산시키고 발을 뺐다. 제주항공이 이제와서 이스타항공 인수를 거부하는 것은 사회적 지탄을 받을 전형적인 ‘먹튀’ 행위이다.
이스타항공 인수합병 문제는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둘 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 1,600여 명의 생존 문제와 함께 이스타항공이 연고를 가진 전북지역 여행사, 전세버스업, 숙박업, 음식업, 기념품 판매업, 관광객 이용시설업, 지역사회 등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건이다.
제주항공은 양해각서 체결 이후 올 1월부터 이스타항공에 직원도 파견했다. 그리고 이스타항공에 대해 실사하고, 전면 운행중단, 인력 감축, 임금체불 등 구조조정 전반과 경영에 대해 지휘 감독 해 왔다. 사실상 이스타항공의 모든 사업부진의 책임이 제주항공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제주항공 스스로 3월 주식매매계약 당시에 “코로나19로 인한 사업부진은 그 자체만으로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으로서 제주항공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둔 사실까지 인정했다. 그럼에도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채무 1,700억 원을 해결하는 것이 계약이행의 선결조건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유리한 지위를 이용해 계약 이후 추가조건을 덧붙였다는 합리적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제주항공이 노선 배분을 특혜 받고, 1,700억 원의 공적자금 지원을 약속 받는 등 수많은 혜택을 받는 동안 이스타항공은 인수과정이 지연되면서 고용유지지원금조차 신청할 기회를 상실했다. 제주항공 때문에 사실상의 자력 회생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이제 와서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한다면 이스타항공의 파산을 유도하고 경쟁업체를 누르기 위한 모략으로 인수합병을 이용했다는 비난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될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당장 이스타항공 노동자의 생존이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됐다. 1,600여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제주항공의 인력감축 압박에 시달리며 6개월간 임금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
정부는 이스타항공 인수를 전제로 제주항공에게 몰아준 모든 특혜를 당장 회수해야 한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무산시킨 배경을 철저히 조사,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