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강의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구월(九月)의 길목

신연강



구름 사이엔 신의 유희. 이내 굵은 빗줄기가 퍼진다. 갈대를 지난 바람이 성큼 다가와 짙은 풀내음을 전하고, 무더위를 식혀주던 풀벌레들의 작은 음악회. 그 화음을 들으며 나무 한 그루가 주는 위안의 그늘에서 뽀얗게 살이 오른 청포도를 도둑 괭이마냥 입에 넣는다.

 

새 계절을 여는 시간. 이슬을 머금은 아침 공기가 음악처럼 가슴에 스며드는 청명의 시간, 늘 반복되는 일임에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한동안 버겁게 느껴진다. 해오던 일에 한 획을 그으며 게을러진 손에는 책을 쥐어준다.

 

울창한 숲엔 매미들의 마지막 구애. 여름을 한껏 움켜쥐었던 포플러의 커다란 손이 서서히 무뎌가고 있다. 대지를 뜨겁게 달구었던 태양이 한적한 길가에서 철없이 나뒹구는 고추를 빨갛게 칠하고 나면, 가을은 어느새 곁에 와 조곤조곤 속삭인다.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박사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9.04 10:31 수정 2020.09.04 10:38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편집부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건강빵을 든든하게
우노스 밤밤프로마쥬!! 신메뉴
"무서워서 가겠냐"…원색적 비난 쇄도에 고통받는 밀양시 #JTBC #Sh..
밀양 119 또 다른 가해자 근황
[]밀양 사건 가해자들에게 연락없었나? 나락 보관소 "있었어요!"
"사적 제재 과연 옳은가?" ...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 신상 공..
쇠파이프남 신정현 #밀양사건 #나락보관소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 줄줄이 퇴사...당시 경찰 팀장 “내가 한 ..
밀양 사건 나락보관소
밀양 119 또 다른 가해자 근황
장재형목사 - 옥합을 깨뜨린 사랑
신검단 로열파크씨티2ㅣ 약 8천만원 상당 풀옵션 무상제공 #신검단로얄파크..
고양 더샵 포레나ㅣ GTX-A 대곡역 이용시, 서울역 12분· 삼성역 1..
유활의학 마크할용 뇌기능 활성화법
열병식에 등장한 여성민병대, 천안문 들썩!
이효석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