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에 의하면, 바티칸 시국(이하 바티칸)의 현지 시각 9월 24일에 교황청이 성명을 통해 지오반니 안젤로 베치우 추기경의 사임을 수락함을 밝혔다. 다만, 교황청이 직접 사임의 이유를 밝히지 않은 만큼 배치우 추기경의 사임에 대해서 BBC를 비롯한 외신들의 추측이 난무한 상황이다.
실제 dpa통신 등에 따르면 현지시간을 기준으로 지난 4월 15일에 교황청 내 금융 범죄 단속 기관인 '재무정보국(이하 AIF)'의 책임자가 교체되었음이 밝혀졌는데, 그 과정에서 배치우 추기경이 영국 고가의 부동산 불법 매매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되었다. 배치우 추기경이 국무원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기인 2014년부터 이미 교황청은 빈민구제를 위한 '베드로의 성금' 중, 약 200만달러(한화 23억 가량)을 런던의 부동산 투자에 유용한 혐의로 바티칸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출신 추기경들을 중심으로 굳어진 교황청의 부패가 수면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바티칸은 교황의 독립 직할령으로 교황이 직접 임명한 추기경이 국정과 행정을 담당하기 때문에 국가 내 추기경과 주교들의 부패가 미치는 사회적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이미 바티칸의 내부 부패 문제는 배치우 추기경 이전부터 오랫동안 제기되어왔고, 2013년에도 일명 '섹스 스캔들'로 인해 추기경이 스스로 권한을 포기한 전례가 있다.
당시 영국 최고의 성직자였던 케이스 오브라이언 스코틀랜드 추기경은 은퇴를 한 달 앞둔 시점에 성 추문 의혹으로 인해 전격 사임했다. 이는 영국의 일요신문 옵서버가 1980년대 이후 오브라이언 추기경이 사제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처신을 하였다는 의혹을 폭로한 직후 벌어진 일이었다.
소위 '바티리크스 스캔들(Vatileaks scandal)'이라 불리는 내부 기밀문서 유출 역시 바티칸의 부패를 잘 보여주는 전례다. 2006년부터 당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집사였던 파올로 게이브리엘이 교황청의 내부 기밀문서를 빼돌렸고 바티칸 경찰이 직접 그의 집에서 기밀 문서 약 1,000여 건을 발견함으로써 세간에 알려진 사건이다.
해당 문서에는 교황 측근들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했던 바티칸 은행의 돈세탁 혐의와 성직자들의 뇌물 비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욱이, 이를 계기로 2012년 5월에는 교황청 내부 비리를 폭로한 '성하(Sua Santita)'라는 책이 출간된 만큼, 교황청 내부에서도 지속된 내부 비리와 부패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지속된 내부 부패와 비리 문제에도 불구하고, 교황청과 바티칸은 각각 2020년을 기준으로 약 13억에 육박하는 가톨릭의 최고 기관이자 소재지인 바, 가톨릭을 국교로 채택한 국가들 혹은 가톨릭 신자들에 미치는 종교적 영향력과 상징성이 매우 크다. 그렇기에, 교황청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내부 문제를 대처하고 극복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