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통령 공략에서의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지방분권"을 시작으로 2020년 현재도 진행 중인 여권 내 행정수도 이전의 개헌론까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지방정부의 자치권 확대론이 대두되어 왔다.
물론, 올해 초 사상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50%를 돌파하여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하였으며, 한국고용정보원은 발간한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를 따르면 올 2018년 6월 기준으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 지역'은 89곳(39.0%)에 달하는 만큼 지방 도시의 쇠퇴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관련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아예 행정수도 자체를 세종시로 이전 시켜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자는 개헌안 역시 제기되고 있으나, 이에 대해서 야권과 서울 시민을 중심으로 한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시점이다.
필자 역시 자치권이 확대된 지방정부는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한 적실한 주체가 될 수 없음에 동의하며, 급격한 지방정부의 권한 확대 문제가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여러 방면에서 판단할 수 있었다.
우선, 한국의 지방 도시는 낮은 재정자립도와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가진다는 점이 필자가 자치권 확대에 반대하는 본질적 이유다. 극단적인 예시로, 행정안전부가 ‘지방재정 365’에 공시한 지방자치단체별 재정자립도만 보더라도, 서울특별시가 82.2%의 재정자립도를 기록하는 반면 전라남도의 재정자립도는 25.7%에 불과하다.
이는 산술적으로 전라남도 재정의 74.3%에 해당하는 부분을 중앙정부에 의존함을 의미한다. 지방 자치권의 강화는 해당 지역의 재정과 경제에 대한 중앙정부의 불간섭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대상이 전적으로 자립도가 낮은 낙후도시들이 된다는 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낮은 재정자립도는 재정 집행의 자율 정도를 낮추는 요소로써 작용하는데 지방자립도가 30%에 미치지 못하는 전남, 전북, 강원, 경북 등의 지역들은 행정관리·지방재정·재난관리 등에 있어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상당 부분 받게 된다.
또한, 현실적인 관점에서 지방 중소 도시의 성장 동력이 낮다는 점에 입각할 때, 더욱이 지자체의 급진적인 자치권 확대는 당장은 힘든 과업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인프라와 기술적 역량이 부족한 지방 도시들이 오히려 고령화와 인구 유출 등의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력난과 경기침체의 지속으로 이어져 지방정부가 중심되어 자체적인 경제발달을 이끌기에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을 알아야 하는데, 강한 지방 자치권의 행사는 건전한 재정과 자체적인 재원 수급을 전제로 한다.
실제로, 미국의 지방정부가 강한 힘을 발휘하는 토대는 국토의 균형적인 인구와 산업 분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동부의 뉴욕, 서부의 로스앤젤레스, 중부의 시카고, 남부의 휴스턴 등 비슷한 세력의 도시들이 서로 떨어져 있는 환경적 기반이 존재하기에 그 위에서 효과적인 지방정부의 독립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에 몰려있는 비대칭적 국가이다. 당연히, 자치권의 강화와 지역 분권화는 자립도가 높은 수도권의 도시들은 더욱 발전시키고, 그렇지 않은 지방 도시들을 쇠퇴시킬 것이다. 이러한 환경적, 경제적 맥락을 고려했을 때 자치권의 확대는 국토 균형 발전과는 상반되는 지역 격차의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 수평화에 가까워지는 지역 분권화 하에서는 국세의 감소와 지방세의 증가로 자치권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찬성론자들의 주장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우선, 조세 수취에서의 번거로움이 그 예이다. 이는 지역별 조세 수취를 단일적으로 실시하는 현행의 제도보다 현저히 비합리적이다. 조세의 책정 과정에서 각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바탕으로 국세와 지방세를 다르게 설정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고, 이로 인해 재정 상황의 변화에 따라 수취 정도가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구조상의 불편성을 띠게 된다.
또한, 중앙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세금의 액수가 필연적으로 줄어들기에 공공부문에 대한 중앙정부의 투자정책이 위축되는 결함도 안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가진 지자체가 늘어난 지방세를 효율적으로 사용할지도 미지수다. 오히려, 하나의 통합적 체계에서 견제가 제도화된 중앙집권적 형태보다 비리와 부패에 대한 유인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연방제를 실시하는 국가들의 중, 브라질이 지방정부의 부정부패가 심해 성장의 제약을 받는데, 한국 역시도 같은 구조가 적용된다면 지방정부의 부패가 더욱이 만연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