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조경학전공 연구원은 2016년 서울 강남의 재건축 현장을 지나다가 호기심에 걸음을 멈췄다. 드릴로 지하를 뚫는 과정에서 수 m 깊이의 땅속 토양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을 본 것이다. 도심의 땅속에 사는 생명체에서 유래한 탄소(유기탄소) 농도를 통해 지하 생태계 순환을 연구하는 배 연구원은 드물게 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 지하 1m 이상의 깊은 토양의 탄소 농도를 측정한 연구는 거의 없다.
류 교수와 배 연구원은 2016∼2018년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총 세 곳에서 52개의 시추 시료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이들 지역 지하 1∼3m 지점에 50년 전 도시 개발이 이뤄지기 전에 형성된 다량의 유기탄소를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혔다. 작은 식탁만 한 면적인 가로세로 1m 불투수층 아래 심토에 들어 있는 탄소는 녹지 아래와 비슷한 평균 10kg 이상이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경관 및 도시계획’ 12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과거 항공 영상과 탄소 및 질소 동위원소 분석 결과 이 탄소층은 1970년대에 도시 개발이 이뤄지기 전 이곳을 차지하던 논에서 쌓인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팀은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지하에 매장된 유기탄소가 대기로 배출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