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우리 모두의 ‘코어 테루아(Core Terroir)’는 코스미안독본(讀本)이다

이태상

 

테루아(terroir)’는 문자 그대로 토양(土壤)’의 뜻으로 기후나 토지 환경에 따라 똑같은 와인용 포도씨를 심어도 다른 맛과 향이 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코어(core)’중심(中心/衆心/重心)’이란 의미이다.


국제와인기구(OIV International Organisation of Vine and Wine)가 공식적으로 정의한 테루아의 의미는, 기본적으로는 일정 공간의 토양 내에서 이루어지는 작용과 반작용을 통한 결과물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지만, 그 토양을 이루고 있는 지질, 기후적 특성, 해당 토양이 속해서 구성하고 있는 경관 그리고 토양의 생물학적 다양성 또한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의 코어 테루아는 무엇일까. 최근 유튜브에서 가짜 사나이라는 제하의 영상으로 떠오른 특수부대 출신 이근 대위가 지난 7월 개설한 그의 채널 구독자가 40만 명을 넘는 인기라고 한다20201014일 자 미주 뉴욕판 한국일보 오피니언 칼럼 이근 대위 신드롬에서 여주영 고문은 이렇게 분석하고 있다.

 

많은 이가 이근 대위에 열광하는 것은 주변 눈치나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요즘 한국인들의 모습에 좌절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 생활은 의협심이나 애국심을 갖고 자신을 희생하면 인정도 못 받고 바보 취급이나 받기 일쑤이다. 오히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눈감고 동조하라는 무언의 압력이 가해진다. 그러다 보니 이근 대위의 서릿발 서린 윈칙주의자 같은 모습에 한국인들이 그동안 갈구했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

 

지난 7일 밤 미국 유타에서 열린 미 대선 부통령 후보 토론회의 승자는 공화당 후보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도 아닌 유타주() 스프링빌 주니어하이(Springville Junior High) 8학년생(한국의 중학교 2년생)인 브레클린 브라운(Brecklynn Brown) 양이었다.

 

부통령 후보 토론에 앞서 유타주 대선토론회 주()교육위원회가 개최한 부통령 후보 토론회 질문 콘테스트에서 700명 중 1위로 뽑혀 5800만 명이 시청한 이날 토론의 대미를 장식한 질문자이다. 사회자 수전 페이지(Susan Page)가 대독한 질문은 이러했다.

 

뉴스마다 온통 공화당과 민주당이 싸우는 이야기뿐입니다. 또 시민들끼리 싸우는 소식만 들립니다. 대선 토론에서도 두 후보 간 서로 물고 뜯고 싸우기만 했죠.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사이좋게 지내지 못한다면 국민들이 어떻게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겠습니까?

 

지금 미국 수도는 서로 화합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 좋지 않은 사례의 도시로 변하고 있습니다. 누구든, 어떤 쪽에 서 있든 다들 자기 말을 들어주기만 바랄 뿐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거나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이런 말싸움과 분노의 악순환을 깨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변할 수 없습니다. 단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국가가 양분되는 것을 막는 책임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있습니다. 두 후보님이 모범을 보이신다면 모든 불화가 화합되고 모든 문제가 잘 풀릴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두 후보님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들은 어떻게 나라를 화합하고 치유하실 수 있겠습니까?

 

When I watch the news, all I see is arguing between Democrats and Republicans. When I watch the news, all I see is citizen fighting against citizen. When I watch the news, all I see are two candidates from opposing parties trying to tear each other down. If our leaders can’t get along, how are the citizens supposed to get along?

 

Our nation’s capital is setting a poor example of unity and respect. No matter who we are and what we stand for, we all want to be heard and we all want to be acknowledged, but no one wants to listen or understand the person on the other side of the line.

 

Nothing is going to change until someone breaks this trend of arguments and anger. Each citizen is accountable and each citizen has their agency to not allow our country to be divided by differing opinions. Your examples could make all the difference to bring us together. How is your presidency going to unite and heal our country?”


몇 년 전 태양의 후예송중기가 정-재계 여성 리더들의 모임 미래회 바자회에 그의 애장도서인 아이처럼 행복하라를 기부했는데 그 책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 책 제목만으로도 행복하지 못한 모든 어른들에게 너무도 절실한 메시지가 아닌가. 독서 인구는 준다는데도 수많은 책이 계속 출간되고 있고 최근 코로나 역병으로 집콕상태이다 보니 도박 아니면 독서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데, 어떤 책이 읽혀야 하는 것일까. 그 해답을 JTBC ‘톡투유ㅡ걱정말아요 그대’ MC 김제동이 이미 내놓지 않았을까.

 

우리 사회에서 엑스트라 취급받고 사는 사람들이 찍소리 내는 프로그램 진행 1주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좋은 방송이 뭐냐고 묻자 김제동은 재미만 있으면 허무하고, 의미만 있으면 지루하다. 원래 주인공인 사람들을 자기 자리로 돌려놓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23일은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죽은 지 404년이 되는 날이었다. 유네스코는 이날을 세계 책의 날로 정해 기리고 있다()과 내세(來世) 중심이던 내러티브를 인간의 현세(現世)로 초점(焦點)을 맞추기 시작한 대표적인 서양의 작가가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라고 할 수 있으리라.

 

셰익스피어 작품의 주인공들이 주로 왕족이나 귀족이었다면, 성경 다음으로 널리 번역되고 2002년 노벨 연구소가 세계 주요 문인들을 상대로 한 여론 조사에서 가장 위대한 책’ 1위로 뽑힌 돈키호테는 다들 알다시피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편력 기사인 돈키호테와 하인인 산초 판사가 함께하는 수많은 모험 이야기를 통해 겉모습과 그 실체, 현실과 이상, 존재와 당위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 세르반테스가 하는 다음과 같은 말을 심사숙고 해보리라.

 

너무 정신이 멀쩡한 것이야말로 미친 짓인지 모를 일이다. 미친 일 중에 가장 미친 일이란 살아야 할 삶이 아닌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사는 일이다. Too much sanity may be madness and the maddest of all, to see life as it is and not as it should be.”

 

그럼 살아야 할 삶이란 어떤 삶일까.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아이처럼 행복하게 사는 삶이 아니랴! 다시 말해 돈키호테처럼 살아보기가 아닐까.

 

1605년 이 소설이 나오자마자 큰 인기를 얻었고 당시 스페인 국왕 펠리페 3세는 길가에서 책을 들고 웃고 우는 사람을 보고 저자는 미친 게 아니라면 돈키호테를 읽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는 일화가 전해오고 있다. 201412돈키호테’ 1, 2권을 5년 넘게 매달린 끝에 모두 1,600쪽이 넘는 우리말 번역서를 완역한 안영옥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흔히 엉뚱한 괴짜나 황당한 사람을 두고 돈키호테 같다고 하지요. 하지만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돈키호테 원작을 제대로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처음엔 낄낄대며 웃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울게 되는 책이지요. 데카르트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지만, 돈키호테는 행동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돈키호테가 풍차를 거인으로 보고 돌진하고, 양떼를 군대로 보고 싸우는데 그가 싸운 괴물의 정체는 당시 스페인의 억압적인 정치 종교 체제입니다. 주인공을 광인(狂人)으로 설정한 것도 검열이나 법적 구속에서 자유롭기 위한 장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웃음으로 모든 권위를 해체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 번역서 마지막 부분에는 돈키호테가 죽고 난 후 그의 묘비명이 나온다.

 

그 용기가 하늘을 찌른 강인한 이달고 이곳에 잠드노라. 죽음이 죽음으로도 그의 목숨을 이기지 못했음을 깨닫노라. 그는 온 세상을 하찮게 여겼으니, 세상은 그가 무서워 떨었노라. 그런 시절 그의 운명은 그가 미쳐 살다가 정신 들어 죽었음을 보증하노라.”

 

안 교수는 돈키호테 2423번 각주에 이렇게 써 놨다.

 

돈키호테가 미쳐서 살다가 제정신을 찾고 죽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대목은 우리에게 심오한 삶의 교훈을 준다. 이성(理性)의 논리(論理) 속에서 이해관계를 따지며 사는 것이 옳은 삶인지, 아니면 진정 우리가 꿈꾸는 것을, 그것이 불가능한 꿈이라 할지라도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이 옳은 삶인지를 말이다.”

 

, 모든 아이는 돈키호테로 태어나는 거라면, 우리 모두 각자는 각자대로 돈키호테의 삶을 살아볼거나. 우린 모두 살아 움직이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돈키호테의 삶을 사는, 하늘 하늘 코스모스 우주의 호연지기(浩然之氣) 숨을 쉬는 책, 코스미안 독본(讀本)이니까.

 

, 이것이 우리 모두의 코어 테루아(Core Terroir)’이리.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코스미안'사상 창시


전명희 기자


 

 

 


전명희 기자
작성 2020.10.16 10:15 수정 2020.10.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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