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가을바람에 띄우는 낙엽 편지(便紙/片志)

이태상

 

아일랜드의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1865-1939)의 시 한 구절이 떠 오른다.

 

잎은 여럿이나

뿌리는 하나

 

내 청춘의 속절없이

환상적인 나날에

나는 자랑스럽게

내 잎을 내흔들고

내 꽃을 피웠지.

 

나 이제 그만

진실 속으로

시들어 버리리.

 

Though leaves are many,

the root is one;


Through all the lying days of my youth

I swayed my leaves and flowers in the sun;


Now I may wither into the truth.”

 

William Butler Butler Yeats (1865-1939)

 

현재 있는 것 전부,

과거에 있었던 것 전부,

미래에 있을 것 전부인

대우주를 반영하는

소우주가 인간이라면

이런 코스모스가

바로 나 자신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그 어느 누구에게나

다 있을 것이다.

이러한 순간을 위해

너도나도 우리 모두

하나같이 인생순례자

세계인 아니 우주인

코스모스 나그네

코스미안이 된 게 아닐까.

하늘하늘 하늘에 피는

코스모스바다가 되기 위해.

 

If each one of us is

indeed a micro-cosmos

reflecting a macro-cosmos,

all that existed in the past,

all that exists at present and

all that will exist in the future,

we’re all in it together,

all on our separate journeys

to realize this as cosmians.

 

May every one of us be the sea of cosmos!

 

, 그래서 영국 시인 퍼시 비시 셸리도 그의 서풍(西風)에 바치는 송시(頌詩) Ode to the West Wind’에서 이런 기도를 탄식 (歎息)하듯 발했으리.

 

, 날 좀

불어 올려주게,

저 파도 같이

저 나뭇잎 같이

저 구름 같이

 

삶의 가시덤불에

넘어져 쓰러진 채로

나는 피 흘리고 있다네.

 

한때는 나도

그대처럼

야생적이고

민첩하고

당당했었는데

세월의 무거운 사슬이

나를 이렇게 묶어 놓고

하늘로 향하던

내 고개를

땅으로 떨궈 놓았다네.

 

날 그대의

악기로

만들어 주게.

저 숲에서 나는

소리처럼

내 잎들 떨어질 때

그대의 음악이

깊은 애상(哀想/哀傷)

애조(哀調)를 띨 것이네.

 

사나운 그대 정기(精氣)

내 정기가 되어 주게

나 그대가 되도록.

 

Ode to the West Wind

Percy Bysshe Shelley - (1792-1822)

 

Oh! Lift me as a wave, a leaf, a cloud!
I fall upon the thorns of life! I bleed!

A heavy weight of hours has chained and bowed
One too like thee: tameless, and swift, and proud.


Make me thy lyre, even as the forest is:
What if my leaves are falling like its own!
The tumult of thy mighty harmonies


O wild West Wind, thou breath of Autumn's being,
Thou, from whose unseen presence the leaves dead
Are driven, like ghosts from an enchanter fleeing,

Yellow, and black, and pale, and hectic red,
Pestilence-stricken multitudes: O thou,
Who chariotest to their dark wintry bed

The wingèd seeds, where they lie cold and low,
Each like a corpse within its grave, until
Thine azure sister of the Spring shall blow

Her clarion o'er the dreaming earth, and fill
(Driving sweet buds like flocks to feed in air)
With living hues and odours plain and hill:

Wild Spirit, which art moving everywhere;
Destroyer and Preserver; hear, O hear!


Thou on whose stream, 'mid the steep sky's commotion,
Loose clouds like Earth's decaying leaves are shed,
Shook from the tangled boughs of Heaven and Ocean,

Angels of rain and lightning: there are spread
On the blue surface of thine airy surge,
Like the bright hair uplifted from the head

Of some fierce Maenad, even from the dim verge
Of the horizon to the zenith's height,
The locks of the approaching storm. Thou dirge

Of the dying year, to which this closing night
Will be the dome of a vast sepulchre
Vaulted with all thy congregated might

Of vapours, from whose solid atmosphere
Black rain, and fire, and hail will burst: O hear!


Thou who didst waken from his summer dreams
The blue Mediterranean, where he lay,
Lulled by the coil of his crystalline streams,

Beside a pumice isle in Baiae's bay,
And saw in sleep old palaces and towers
Quivering within the wave's intenser day,

All overgrown with azure moss and flowers
So sweet, the sense faints picturing them! Thou
For whose path the Atlantic's level powers

Cleave themselves into chasms, while far below
The sea-blooms and the oozy woods which wear
The sapless foliage of the ocean, know
Thy voice, and suddenly grow grey with fear,
And tremble and despoil themselves: O hear!


If I were a dead leaf thou mightest bear;
If I were a swift cloud to fly with thee;
A wave to pant beneath thy power, and share

The impulse of thy strength, only less free
Than thou, O Uncontrollable! If even
I were as in my boyhood, and could be

The comrade of thy wanderings over Heaven,
As then, when to outstrip thy skiey speed
Scarce seemed a vision; I would ne'er have striven

As thus with thee in prayer in my sore need.
Oh! lift me as a wave, a leaf, a cloud!
I fall upon the thorns of life! I bleed!

A heavy weight of hours has chained and bowed
One too like thee: tameless, and swift, and proud.


Make me thy lyre, even as the forest is:
What if my leaves are falling like its own!
The tumult of thy mighty harmonies

Will take from both a deep, autumnal tone,
Sweet though in sadness. Be thou, Spirit fierce,
My spirit! Be thou me, impetuous one!

Drive my dead thoughts over the universe
Like withered leaves to quicken a new birth!
And, by the incantation of this verse,

Scatter, as from an unextinguished hearth
Ashes and sparks, my words among mankind!
Be through my lips to unawakened Earth

The trumpet of a prophecy! O Wind,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This poem is in the public domain.

 

 

매년 봄,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와서 단풍든 나뭇잎들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감상적이 되어 여러 가지 상념에 젖게 되고 특히 인생의 가을철을 맞은 사람들은 좀 더 깊이 삶을 반추하며 숙고하게 되는 것이리라.

 

이때면 영락(零落)없이 미국 시인 에즈라 파운드의 시구(詩句)도 떠오른다.

 

올해는 바람에 낙엽이 일찍 진다.

내 가슴을 아프게 하면서

나는 늙어만 가고

 

The leaves fall early this autumn, in wind.

They hurt me.

I grow older.”

 

From ‘The River-Merchantps Wife: A Letter”

After Li Po

By Ezra Pound(1885-1972)

 

 

! ! 슬프도다.

사람들은 나서 죽고

너도나도 곧 죽으리니

우리 죽은 셈치고 살아보세.

 

“Song in the Manner of Housman"

O woe, woe,
People are born and die,
We also shall be dead pretty soon.

 

Therefore let us act as if we were dead already.

 

From “Song in the Manner of Housman”

By Ezra Pound

 

이 시구(詩句)에서처럼 우리가 벌써 죽었다 치면 새로 맞는 하루하루를 덤처럼 고맙게 살 수 있겠지. 그럼 정말로 우리가 덤처럼 사는 삶을 어떻게 살았으면 좋을까. 말할 것도 없이 주어진 삶을 짐이 아닌 축복으로 누려야 하지 않을까.

 

러시아의 작가 막심 고리키(Maxim Gorky 1868-1936)1905년 작 연극 작품 태양의 아이들(Children of the Sun)’에 나오는 꿈꾸는 과학자 파블이 우리 집에 살기 재미있다고 말 하는데 그가 재미있다고 하는 일들 가운데는 자살, 광기(狂氣), 농민의 봉기(蜂起), 실연(失戀) 등이 있다.

 

1979국제 아동의 해를 맞아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바치는 책으로 그 제목이 한국에서 자라는 어린 시절 즐겁다(It’s Fun Being Young in Korea)’는 우리나라의 옛날 이야기들, 민화(民話), 동화, 동요, 동시들을 모아 피터 현(Peter Hyun)이 편집했고, 샘터사에서 발행한 영문판이었다.

 

한국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너 나 할 것 없이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02-1885)의 명작 장편소설 레 미제라블 (Les Miserables, 1862)’에 등장하는 장발장못지않게 기복이 심하고 파란만장(波瀾萬丈)의 삶을 살아오지 않았나.

 

이러한 삶이 더 살아볼 만한 것이 아닐까. 순탄하게 일생을 순풍에 돛단 듯 무사안일, 무사태평하게 사는 것보다 말이다. 진정 쓴맛을 본 연후에라야만 단맛을 단맛으로 느낄 수 있다면 슬픔과 고통과 고독을 모르고는 참사랑과 참삶의 기쁨을 알 수 없으리라.

 

그렇다면 연애 한 번 못해보고 사느니 비록 거듭 실연만 당할지언정 수없이 여러 번 사랑을 해보고, 한 여자, 한 남자와 한 번 결혼 해서 백년해로하는 것도 좋겠고 부러워할 만한 일이지만 하게 되면 두 번, 세 번 다른 여자, 다른 남자와 살아보는 것도 결코 나쁘지만은 않으리라.

 

그리고 무자식 상팔자라고 앓느니 죽지말고 내 자식, 남의 자식 가릴 것 없이 여러 자식 정성껏 키우고 뒷바라지 해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보람 있지 않으랴.

 

그렇다면 한 마을, 한 도시, 한 지방, 한 나라에서만 사는 것보다 타향살이 타국생활 해보는 것이, 늘 같은 한 계절만 있는 상하(常夏)의 열대지방이나 늘 꽁꽁 얼어붙어 있는 북극 또는 남극 동토(凍土)에서만 사는 것보다 사시사철 골고루 있는 곳에서 인생의 춘하추동 다 겪으면서 제 가족, 제 동족, 제 인종끼리만 어울리지 말고 다른 사람과도 어울려 살아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다시 말해 팔자가 센 것이 약하거나 미미(微微) 흐리멍텅 뜨뜻미지근한 것보다 더 좋지 않을까. 찰 땐 차고 뜨거울 땐 뜨거워 야지. ()과 극은 통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고 보면 세상에 버릴 것, 피할 것 하나도 없지 않나. 그 어떤 운명, 아니 숙명과 신수( 身數)가 기다리든 올 테면 와보라지. 모든 것 다 쌍수를 들어 환영하리라.

 

물도 좋고, 불도 좋고, 산도 좋고, 바다도 좋고, 하늘도 좋고, 땅도 좋지 않은가. 천당 지옥 다 좋지 않은가. 천국도 물론 좋겠지만 지옥 없는 천국이 무슨 소용이며 무슨 의미가 있으랴. 가을에 낙엽이 져야 봄에 새잎이 돋듯 사람도 죽어야 또 태어나고 넘어져야 다시 일어날 수 있고, 숨을 먼저 내쉬어야 새로 들이쉴 수 있지 않나.

 

목숨을 얻고자 하는 자는 잃을 것이오. 잃고자 하는 자는 얻을 것이라"고 예수도 말하지 않았던가. 또 그러고 보면 세상에 불사조(不死鳥)’ 아닌 것 없으리라. 저 아라비아 사막에서 수백 년을 산 다음 화장하는 장작불 더미에 올라 스스로 분신하여 타 죽었다가 바로 그 잿더미 속에서 새로 태어나 되살아난다는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신조(神鳥) 피닉스(phoenix)처럼 말이다.

 

그러니 이것이 곧 우리 모두에게 바치는 송시(頌詩)가 되리라.

 

가도 가도 간 데 없어라

와도 와도 온 데 없어라

 

안과 밖 안팎이 따로 없어라

너와 나 자타가 따로 없어라

 

올라도 내려도 닿는 데 없어라

시작도 끝도 어딘지 모르리라

 

모두가 같은 하나임에 틀림없어라

낮과 밤 삶과 죽음 같은 것이어라

숨과 삶 그리고 사랑 하나이리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코스미안'사상 창시


전명희 기자

  

 


전명희 기자
작성 2020.10.19 09:59 수정 2020.10.19 11:07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전명희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이란에 말바꾼 트럼프의 진짜 속내는?
2025년 6월 16일
2025년 6월 16일
2025년 6월 15일
2025년 6월 15일
2025년 6월 15일
2025년 6월 15일
2025년 6월 15일
[ESN쇼츠뉴스]‘2025 인천국제민속영화제(IIFF 2025), 이장호..
[ESN쇼츠뉴스] 킹오브킹스 K애니로 만나는 예수 K 애니로 탄생 킹오브..
[ESN쇼츠뉴스]봉사 / 환경 / 고양재향경우회, 국민과 자연 잇는 자원..
[ESN쇼츠뉴스]김명수 응원 인천 민속영화전통과 영화가 만나는 자리 인..
천재 로봇공학자의 ADHD 고백 #제이미백 #스위스로잔연방공과대학 #로보..
세상에서 학력보다 중요한 것은?#닌볼트
생존 문제가 된 은퇴, 평생 먹고 살 대책안은? #은퇴자금 #은퇴전문가 ..
100만 유튜버의 숨겨진 실패 스토리, 이런 과거가?
토막살인은 이 때 나온다! #형사박미옥
전직 아이돌에서 페인트 업체 대표가 된 비결?(feat.긍정의 힘) #오..
요즘 친환경 플라스틱은 생분해가 아닌 바로 이것! #친환경플라스틱 #친환..
왕따가 곧 사라질수밖에 없는 이유?!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