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숲을 지나온 푸른 바람이 무기력해진 나를 깨우네...
나는 늘 자작나무 숲에 가고 싶습니다. 푸른 햇살이 숨어 있는 곳에 서서 햇살이 간지럽히는 대로 바람이 보듬어 주는 대로 행복해 할 수 있는 자작나무 숲을 나는 늘 꿈꿉니다. 그 숲 언저리에서 바라만 보아도 좋겠습니다. 그마저도 사치라면 한 그루 자작나무 옆에서 사랑하는 이의 숨결을 느끼듯 그저 그렇게 서 있으면 나를 괴롭히고 짓누르는 통증이 사라져 행복이라는 단어가 내 소유가 됩니다.
나는 산책하러 나갈 때면 공원의 나무와 동물, 풀꽃들과 인사를 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강아지풀을 보며 귀여운 강아지를 상상하고 고양이가 조심조심 나무 사이를 걸어가면 같이 살금살금 따라가 한참을 바라보며 말을 건넵니다.
철마다 피어나는 꽃들은 반가운 손님처럼 나를 웃게 합니다. 봄에는 꽃 잔디, 조팝나무 꽃, 진달래, 철쭉이 여름 내 푸른 그늘을 선사하는 나무 그늘, 가을이 되니 코스모스 ,구절초가 아침 산책길에 마중 나와 있습니다.
우거진 풀숲사이에서 꼿꼿이 서있는 개망초 꽃들이 앙증맞고 귀여워 만져보게 됩니다. 자연은 끝이 없는 백과사전 같습니다. 봐도 봐도 지겹지 않은 재미있는 백과사전, 소소한 행복을 주는 백과사전입니다.
오늘도 강아지풀이 제일 먼저 꼬리 흔들어 보이는 길을 걸으며 캔버스에 하나씩 자연의 친구들을 채워보리라고 약속하고 다짐도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캔버스에 자연을 하나씩 담아 시간이 지나면 나만의 백과사전을 완성하고 싶습니다.
[한국종합예술신문 편집국 지형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