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시의 나라 시민」 (보민출판사 펴냄)




이 시집은 짧지만 그 울림은 결코 얕지 않은 다양한,

바로 우리네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저 덤덤한 이야기를 모았을 뿐이라고 말하는 저자이지만,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필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금방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시인의 말]

 

우리의 삶에 시가 더해질 때 메말라 보였던 현실은 자신의 숨겨두었던 감로를 꺼내 향기를 흘려보낸다. 우리는 그 향을 맡고 우리를 가로막고 있던 한 경계가 허물어짐을 느낀다. 향기의 진원지 꿀샘이 나를 낚아채 그 속에 나를 품는다. 곧장 세상은 시의 나라로 한순간에 탈바꿈한다. 하잘것없이 부러진 나뭇가지, 제멋대로 생긴 돌멩이, 젖은 쓰레기 그 모든 것이 자신을 표현해줄 사람이 나밖에 없다며 다정히 말을 걸어온다. 우리는 그곳을 지척에 두고 있지만, 그 높이와 깊이를 알 수 없는 책의 한 페이지만을 계속 맴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 시민에게 잃어버린 시의 나라 시민권을 재발급해주고자 해당 시집을 기획한다.

 

 

- 본문 기상중에서

  

젖빛 안개 속에 소리가 들렸다.

두리번거리다 눈을 떴는데

 

어젯밤 재생해놓은 음악이 계속 틀어져 있었다.

 

문틈으로 출구가 보여

맨발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갔다.

 

찬 공기가 내 볼에 달라붙었다.

정신이 한 번 더 깨어났고 귀가 열렸다.

 

산뜻하다.’ 감각에서 소리가 났다.

 

노란 햇빛 속에서 먼지가 희끗희끗 부유한다.

빈 가지마다 당도가 차오른다.

 

통째의 모음들이 내게 기웃거리며

헷갈려 한다.

 

나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말할 수 있다.

 

<, 나야 나!>

 

(김상조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172/ 변형판형(135*210mm) / 9,000)

 

이시우 기자
작성 2020.11.24 11:36 수정 2020.11.2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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