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대 칼럼] 열쇠

문용대

 


우리 집 대문 열쇠는 나와 참 가까운 사이다. 자동차 열쇠, 사무실 열쇠와 함께 어떤 물건보다 나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 외출할 때면 가장 먼저 챙기는 귀중품이다. 독일에서는 열쇠를 더 잘 간수해야 한다고 한다. 독일이라 하면 세계적으로 기술력이 뛰어난 곳이지만,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 열쇠를 사용하는 점이 대표적이다.

 

집을 빌릴 때 체크리스트에 건물 외부, 집 안, 창고 등의 열쇠 개수를 적고 확인하는 것은 물론, 열쇠를 제작한 회사명까지 적어 임의로 복제할 수 없게 한다. 그곳에서 사용하는 열쇠는 구조가 복잡해 일반인이 열쇠 없이는 문을 열 수가 없다. 열쇠를 집안에 두고 대문을 닫았거나 밖에서 분실했다가는 수리공의 수리비와 출장비, 주말이나 저녁때라면 특별 출장비를 포함해 적게는 우리 돈 삼사십만 원부터 백여만 원까지 부담해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천만 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분실한 열쇠로 외부인이 들어갈 수 있어 몽땅 다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주말이라 수리공이 오지 않을 때는 길거리에서 지낼 수밖에 없으니 열쇠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열쇠로 인해 생각나는 일이 몇 가지 있다. 경남 창원 어느 아파트에 살던 때다. 저녁때 일곱 살, 다섯 살 두 아이를 집에 두고 우리 부부는 열쇠 없이 잠시 외출했다가 열 시가 좀 안 된 시간에 돌아왔다. 초인종을 눌러도, 문을 두드려도, 전화해도 인기척이 없다. 현관문 밖에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혀, 우유 구멍에다 입을 대고 십분 이상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소용이 없다. 앞집 새댁 식구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나와 보는데도 우리 아이들은 깊은 잠에서 깰 줄을 모른다. 우리는 계단에 앉아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일을 어찌하나? 친구네 집으로 가야 하나, 차 안에서 아침이 되기를 기다려야 하나!”

 

잠시 숨을 고르다가 마지막으로 다시 우유 구멍에 손바닥을 말아 안쪽을 향해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다섯 살 작은 애가 시끄러워 잠을 못 자겠다.”라고 투덜대며 눈을 비비고 나와 문을 열어 주어 사건(?)이 종료된 적이 있다. 생각하면 곧 학교에 가게 될 아이의 엄마가 된 그 딸이 고맙다. 몇 년 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웃집 일흔 대 중반 지인이 열쇠 없이 외출했다가 담을 넘어야 했다. 그 충격으로 발뒤꿈치 인대를 다쳐 일 년 넘게 병원에 다니며 고생한 적이 있다. 나는 자동차 안에 열쇠를 두고 문이 잠기는 바람에 보험회사로부터 서비스를 받은 적이 여러 번이다. 나중에는 철사 옷걸이나 납작한 잣대를 이용해 문을 열 수 있을 정도의 요령이 생기기도 했다.

 

중요시하는 열쇠가 있는가 하면, 수없이 버려지는 열쇠도 있다. 남산 서울타워 옆에는 족히 수 톤(Ton)이 될 만큼 양의 사랑의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버리면 사랑이 영원하다는 잘못된 속설이 있다. 그로 인해 부근에 버리고 가는 열쇠를 처리하느라 타워 측에서는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해결 방법으로 열쇠가 없는 자물쇠를 팔기도 하고, 열쇠를 버리지 말아 달라는 문구의 안내판도 붙여 보기도 하지만 소용이 없어 열쇠 회수를 위해 사랑의 우체통을 설치했다. 그 통이 편지를 써서 넣는 것인 줄 알았는데 우체통이 아니라 열쇠를 버리고 가는 통이란다.

 

육십 년대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경찰 지서장이 강조했던 축사 내용이 생각난다. “자물쇠가 필요 없는 세상, 즉 믿음 있는 사회, 도둑이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요지였다. 자물쇠가 없으면 당연히 열쇠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도둑 잡는 것이 당시 경찰의 주된 일이었던 그 시대상을 짐작할 수 있다.

 

열쇠는 문단속이나 귀중품을 보관하는 데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가치를 재는 열쇠등 좋은 비유로 다양하게 쓰인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이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성공의 열쇠’, ‘행복의 열쇠’, ‘비밀 열쇠로도 쓰인다. 미국에서 존경받는 시민에게 시장이 주는 황금 행운의 열쇠’, 예수가 베드로에게 건네준 천국 문 열쇠도 있다. 그중에서도 마음을 얻으면 천하도 손에 넣을 수 있는 마음 문을 열게 하는 열쇠가 가장 소중하지 않을까.


[문용대]

월간 한국수필로 수필가 등단

한국수필, 문학광장, 한국예인문학, 문학의봄, 문인협회 회원

매일종교신문, 코스미안뉴스 오피니언 필진

지필문학 창립10주년기념 수필부문 대상 수상

주간종교신문사, S&T중공업, 전문건설업체 근무

현재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음

수필집 영원을 향한 선택(選擇)

날개 작은 새도 높이 날 수 있다

이메일 : myd1800@hanmail.net


전명희 기자


전명희 기자
작성 2020.12.11 11:04 수정 2020.12.1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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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