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단편 필경사 바틀비와 우리의 모습

민병식

작품의 배경은 19세기 말 미국의 관료제 사회다. 임금만 주어진다면 인간은 얼마든지 노동을 착취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취급되었던, 쉼 없이 돌아가는 기계와 같은 존재였다.

월가의 변호사인 부자들의 채권과 같은 비교적 단순한 업무를 처리하며 적당한 수익을 추구하는 인물로 그의 사무실은 빡빡한 빌딩 사이에 있다. 그는 세 명의 직원들을 데리고 있는데 터키, 니퍼스, 진저 넛이다. 이들은 필경사로 필경사란 복사기와 프린터가 없던 시절 원본문서를 직접 베껴 써서 사본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이 중 터키는 환갑이 다 된 나이로 알코올 중독자이며 오전에는 문제가 없으나 오후만 되면 다혈질로 변하는 특성을 갖고 있고, 니퍼스는 25세의 젊은 청년이나 만성 소화불량이 있어 오전에 과민하고 오후에 차분해 지는 성격이다. 진저 넛은 사환으로 변호사나 필경사가 시키는 심부름을 하고 용돈을 얻는다.

어느 날 변호사 사무실에 일거리가 크게 늘어나고 한 명의 필경사를 더 고용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주인공 바틀비이다. 착실하고 묵묵히 일 처리를 하는 바틀비를 변호사는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변호사가 바틀비에게 서류 원본과 사본을 대조하는 일을 시키는데 갑자기 바틀비가 갑자기 일을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는 거절을 한다처음에는 그의 본분이 아닌 일을 거절하는  했으나 나중에는 자신의 본분인 필사하는 일까지 거절을 한다결국 변호사는 바틀비에게 사무실을 나가 달라고 요청하나 바틀비는 거절을 하고 변호사는 바틀비가 자리 잡을 때까지 사용할 목돈을 제안하지만 이마저도 바틀비는 거절을 한다결국 변호사는 바틀비 몰래 월가의 다른 사무실을 구해래 이사를 가고 바틀비는 계속 변호사 사무실이 있던 건물을 배회하며 살게 된다.

 

자신의 작업지시를 거부하는 바틀비를 곧바로 해고하지 않던 변호사가 결국 바틀비를 외면하는 것은 바틀비가  이상 유용하지 않기 때문이다바틀비는 변호사에게 짐과 같은 존재나 다름없으며변호사의 명령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위계질서를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터키와 니퍼즈가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따라하는  역시 고용주의권위를 부정하는 바틀비의 행위가 동료 고용인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위협성은 배가된다

 

 사무실 입주자들은 경찰에 바틀비를 부랑아로 고소를 하고 결국 바틀비는 부랑자라는 이유로 교도소에 수감되는데변호사는 바틀비의 존재가 자신의 사업에 손해를  것을 염려한 나머지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을 방관하고 며칠  바틀비가 음식을 거부하다가 결국 아사했음을알게 된다. 바틀비가 노동과 음식을 거부하다가 결국에 교도소에서 아사한 것은 탐욕으로 얼룩진 비인간적인 사회구조물질주의 세계에 대한 저항이라고 표현된다바틀비가 죽은  얼마 후에 변호사는 바틀비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듣는다그가 우정국에서 일을 하였고그가 하는 일은 수취인 불명 우편을 소각하는 일이었는데  우편물에는 전쟁터에 나간 아들에게  어머니의 편지병에 걸린 가난한 이에게 보내는 소액의   누군가가 간절히 원했던것  이었으며 우정국의 업무효율을 위해 바틀비는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이 될지 모르는 것들을 태우는 일을 하였고 이마저도 해고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적인 삶의 상실에도 불구하고 피고용자들은 주어진 명령을 불복하기 어렵다이는 대기업이든 노동자든 모두 마찬가지이다내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노동력으로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작품은 19세기말 미국 증권가인 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대의 사회와 별반 차이가 없다물론 지금은  피고용인과 노동자의 권리가 이전에 다르게 훨신 향상되었지만 조직의 특성상 상명하복과 부당한 지시가 아닌이상 시키면 무조건 해야 한다 라는공식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나를 대체할 우수한 노동력이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바틀비의 마음을 이해는 하겠지만 바틀비처럼 하고도 싶겠지만 바틀비가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 어이 바틀비 서류의 검증을 도와주게

“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 바틀비진저가 없는데 우체국  다녀오지 않겠나?”

“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오늘날의 사회를 피로사회라고 한다회사를 위하는 것인지  자신을 위하는 것인지 진이 빠지도록 일하고  안의 모든 것을 태우는  아웃 증후군은 마음의  우울증을 부르고 나아가서  심각한 공황장애까지.. 최후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도 발생한다. 거절을 선택할  없는 ,  인간의 존엄과 중요성보다 성과를 중요시하는 우리의 사회에 던지듯이 인간성의 상실을 비판한 작품행정부가 바뀌었다고 구조조정을 당한 바틀비처럼 내일을 걱정하면서 살아야 하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멜빌은 그때부터 알았던 것일까?  멜빌이 21세기를 내다보고 쓴 듯한 너무도 예리한 작품이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

민병식 sunguy2007@hanmail.net

 

전명희 기자

전명희 기자
작성 2020.12.28 12:52 수정 2020.12.2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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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