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귀향송(歸鄕誦)

이태상 칼럼

 

사람들은 내게 묻지요. 어떤 유산을 남길 것이냐고, 내가 밟은 땅 속에 내가 떠난 다음에도 어떤 뿌리가 남아 있길 바라느냐고. 서툴렀지만 그런대로 많이 사랑했다는 자부심(自負心)을 갖고 (우주)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내가 마치 온 인류를 내 가슴에 품었던 것처럼, 그래서 우리가 함께 웃고 울면서, 우리 모두의 여림과 덧없음을 나누었음을 기억하면서, 하늘, 우주, ()이 내게 준 생긴 그대로 나의 지극한 최선을 다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말이죠. Folks are always asking me what legacy I want to leave what roots beneath my soil I most hope will outlive me. I want to go home knowing that I loved generously, even if imperfectly. I want to feel as if I embodied our humanity so fully that it made us laugh and weep, that it reminded us of our shared frailties, I want to know that I did the very best that I could with what God gave me just as I am.”

 

2021128일 타계(他界)한 미국의 흑인 여배우 겸 패션모델로 지난 70여 년 동안 활약한 시셀리 타이슨(Cicely Tyson 1924-2021)귀향(歸鄕)’하기 이틀 전 (2021126) 출간된 그녀의 회고록 생긴 대로(Just as I Am: A Memoir)’에서 하는 말이다. 이는 요즘 전 세계 온 인류가 남녀노소 너 나 할 것 없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 누구라 도 오늘내일 그 언제라도 귀향할 때 할 수 있는 말이 돼야 하리라.

 

그런데 이는 한국인들이 상용하는 하지마 하지 하지 하지 하지마시리즈와는 상반되지 않는가.

 

DON’T (~하지마) SERIES IN KOREAN:

 

1. Don’t do it = 하지마 (ha-jee-mah)

 

2. Don’t go = 가지마 (ga-jee-mah)

 

3. Don’t cry = 울지마 (ul-jee-mah)

 

4. Don’t look = 보지마 (bo-jee-mah)

 

5. Don’t eat = 먹지마 (muk-jee-mah)

 

6. Don’t laugh = 웃지마 (ut-jee-mah)

 

이상의 여섯 마디를 한 마디로 줄이면

 

7. Don’t live, or rather, don’t breathe = 살지마, 아니 숨 쉬지 마.(sal-jee-mah/ soom-she-jee-mah)가 되지 않으랴.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8. Don’t love = 사랑하지마 (sarangha-jee-mah)가 아닌가. 세상 천지에 이처럼 지독(至毒)한 반어법(反語法)이 어디 또 있을까.

 

오늘 아침 영국 런던에 사시는 코스미안뉴스 애독자 김미형(金美炯, 영어 이름은 May Kim) 여사님으로부터 받은 이메일 편지 일부를 다른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 아래와 같이 옮겨보리라.

 

 

선생님, 보내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 저의 한국어 실력이 날로 늘어날 것 같아요. 뿐만아니라 간혹 한문에 내재된 그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도 됩니다. 예를 들어 인연(因緣)은 천연(天戀)의 우연(宇然) 등등 저에게는 이 모든 것을 배움의 기회로 감사히 받겠습니다.

 

지금 저는 인생의 하곡선을 내려가며, 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 듭니다. 마치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내가 가는 길에 마주친 크고 작은 모든 인연들을 그 순간만큼은 진정으로 맞이하려 하며, 될 수 있으면 내 안에 있는 희미한 빛이라도 남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게 제가 일어나서 매일같이 기도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의 글 속에 나오는 솔직함에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궁합을 믿어야 하나'에서 '내가 잘 아는 한 남자의 실례를 읽다가 선생님의 과거의 삶을 조금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리 탈을 쓴 양모습으로 표현한 자신의 허장성세(虛張聲勢)에 매력을 느낀 아가씨들이 많았다고 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옛날에 누가 저 보고 '메이는 자신이 여우라고 착각하는 곰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했지만, 그 표현이 상상만 해도 너무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아버지께서는 늘 엄마가 곰 같다고 평소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여우같이 싹싹한 여자를 좋아하는 아버지가 곰같이 애교가 없다는 엄마하고 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자라며 본지라 나는 저렇게 싸우지 않을 거야 하고 마음먹었는데 저가 커서 여우 흉내를 좀 내보일 때 보는 사람은 금방 알아보았나 봅니다. 그래서 곰과에 가까운 나를 그냥 인정하고 이쁜 곰으로 살자 했었죠. 그것도 아니면 만화 영화 Kungfu Panda에서 나오는 너구리과의 귀여운 판다 곰도 괜찮은 것 같고요. 아무튼 저는 뭐라 불려도 이것도 저것도 다 좋습니다.

 

어디서 읽은 것 같은데 낮에는 신사임당 밤에는 어우동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요. 맞는 말인 것도 같습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을 깨고 나올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마치 물이 그릇 모양에 따라 바뀌듯이요!

 

궁합으로 말하자면 저와 같이 사는 남편하고 저하고는 천생연분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저와 남편은 너무 다른 성격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접근 방법에서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아무래도 수학자인 남편은 모든 사물을 과학적 근거에 의해 합리적으로 맞아떨어져야 하고, 저는 intuitive (직감) 하고 믿음이 많이 적용되는 편입니다. 둘 다 너무 양쪽으로 치우치다 보니 나중엔 극과 극은 만난다고나 할까요! 아무래도 서로 가지고 있는 색깔이 확연히 나타나니 부족한 것을 서로 보완하는 부분에서 천생연분이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희 딸은 그런 부분들을 고루 잘 섞어서 가지고 태어난 것 같아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결혼할 때 농담 반으로 결혼이란 제도가 비합리적이라 10년마다 파트너를 바꿔야 한다고 했었는데 아직까지 같이 있으니 세월의 정()이 무서운 것도 같습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이혼하신 분들의 용기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물론 각각 이혼하는 이유와 배경은 다르겠지만 결혼생활이 불행해서 영혼까지 병들어 버린다면 그 얼마나 인생을 낭비하는 건가요! 아마도 선생님의 글이 이런 면을 지적한 것 같습니다.

 

절대적인 사랑에서 따님 수아 님의 사랑 이야기를 접하고 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직 사랑의 이름으로 아픔까지 안고 끝까지 함께 한 뜨거운 가슴에 박수를 보내며, 삶의 주어진 조건 속에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순간순간의 과정에 한치의 의심도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진실로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영화나 책 속에서 보이는 절대적인 사랑이 보통 한쪽의 죽음으로 영원히 남을 수 있다는 게 한편으로는 삶의 아이러니 같기도 합니다.

 

오늘 새벽하늘에 떠 있는 둥근 달이 유난히 밝았습니다. 겨울 하늘에 또렷이 빛나는 별들도 반가웠고, 우리 집 뒷 마당에 와서 반갑다고 내게 먼저 굿모닝을 하듯 쪼잘 데는 새들도 사랑스러웠습니다. 있는 그대로, 생긴 그대로, 이해하고, 고맙고, 애잔하고, 지켜보고, 믿어주고, 하나되고... 사랑이란 아마도 이런 마음들의 집합체들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헤아릴 수 없이 크기 때문에 바다 같고, 하늘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한 하루 되길 기원합니다.

바다의 마음을 그리며,

 

메이 드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1230ts@gmail.com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2.01 10:18 수정 2021.02.0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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