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 역사자료로 보는 난중일기

1592년 1월 16일 (음력)

이순신 지음 / 윤헌식 주해

사진=코스미안뉴스


1592년 1월

16(정축) 맑았다. 동헌에 나가서 업무를 보았다. 각 고을의 품관들1)과 색리들2)이 와서 만났다. 방답의 병선3)[담당한] 군관과 색리가 병선을 수선하지 않아서 장4)을 때렸다. 우후5)도 임시로 [방답진을] 맡고도6) 점검하여 바로잡지 않아서 이 지경까지 이르렀으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자기 한 몸만 살찌우고 이와 같이 [일은] 돌보지 않으니 앞일도 짐작할 수 있겠다. 성 부근에 사는 토병7) 박몽세가 석수로서 선생원의 철쇄에 [사용할] 돌을 뜨는 곳에 가서 이웃의 개까지 잡아먹었으므로 장 80대를 때렸다.8)

[원문] 十六日丁丑 晴. 出東軒公事. 各官品官色吏現謁. 防踏兵船軍官色吏 以其兵船不爲修繕决杖. 虞候假守 亦不檢飭 至於此極 不勝駭恠. 徒事肥己 如是不顧 他日之事 亦可知矣. 城底土兵朴夢世 以石手徃先生院鎻石浮出䖏 害及四隣狗子 故决杖八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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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품에서 종9품의 품계를 받은 전직 및 현직 관리를 말한다. 이들은 양반층으로 구성되었으며 수령을 보좌하고 지방 사회에서 세력을 형성하였다.

2) 지방의 행정실무를 담당하던 향리가 해당 업무를 수행할 때의 호칭으로서, 육방(六房)이라는 명칭과 마찬가지로 부서명이나 직명으로 쓰였다. 객사색(客舍色), 공물색(貢物色), 노비색(奴婢色), 군적색(軍籍色) 등 색리의 직명은 업무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였다.

3) 병선이 가리키는 대상은 조선시대의 시기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선조실록난중일기에 보이는 병선은 대체로 전투용 배를 통칭하고 있다. 선조실록의 기사에 의하면 경국대전병전-병선(兵船)에 기록되어 있는 병선인 대맹선(大猛船), 중맹선(中猛船), 소맹선(小猛船)은 을묘왜변 이후로 판옥선(板屋船), 방배선(防排船), 협선(夾船) 등으로 교체되었으며 기존의 건조 수량을 기준으로 건조되었다.

4) 원문 곤장(棍杖)’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당시에는 경국대전형전에 의거하여 대명률에 정의되어 있는 다섯 종류의 형벌이 시행되었으며, 그 중의 하나가 장형(杖刑)으로서 길이 약 106cm의 굵은 회초리로 때리는 형벌이다. 선조실록의 기사에서도 장형을 회초리형(鞭笞之罰)으로 서술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경국대전병전-용형(用刑)에 의하면 왕의 명을 받고 지방에 나가 있는 장수는 장형 이하의 범죄를 직접 처결할 수 있었다.

5) 수군의 우후는 수군절도사를 보좌하는 부직(副職)으로서 순시, 군사훈련, 군기정비 등의 임무를 맡고 있었다. 당시의 전라좌수영 우후는 이몽구(李夢龜)로서, 그의 자는 서백(瑞伯), 본관은 전의(全義), 생몰년은 1554~미상이며, 당포해전, 부산포해전, 칠천량해전 등에 참전하였다. 전의 이씨가 아닌 다른 문중에서 그를 자기 가문의 인물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의 이름이 실린 방목이 현전하며 또한 을미일기(1595) 58일에 방목의 급제 기록이 그의 것임을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이 있으므로 이론의 여지는 없을 것 같다.

6) 원문 虞候假守는 대개의 번역서가 우후와 임시수령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진포는 임시수령이 아닌 가장(假將)이 임시로 담당했던 점과, 방답진이 첨사가 담당했던 거진(巨鎭)으로서 선조실록의 기사에 우후가 거진의 가장을 담당했던 예가 보이는 점과, 병신일기(1596) 519일에 우후가 방답진의 가장(假將)으로 임명된 점 등으로 보아 원문은 우후가 임시로 담당하다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7) 토병(土兵)은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복무를 하는 군사로서 대개는 유방(留防) 군사를 가리킨다. 복무를 위하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병사는 객병(客兵)이라고 하며 보통 번상(番上) 군사나 별부방(別赴防) 군사가 이에 해당된다.


8) 무거운 형량이 시행된 점으로 보아 절도죄가 적용된 것으로 생각되어 원문 잡아먹다로 해석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절도죄의 형량은 도둑질한 재물의 양이 많을수록 커졌으며 가축 또한 절도의 대상에 포함되었다.



전명희 기자
작성 2021.02.27 22:21 수정 2021.02.27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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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