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제목에 서울 지명이 처음으로 사용된 시기와 노래는 어느 곡일까? 서울 속의 자연·지명·문화인류학적 유산 등은 대중가요에 어떻게 융복합(融複合)되었을까? 대중가요는 인류학적으로 횡적공유문화의 산물인 동시에, 이를 종적으로 누적한 것이다. 대중가요가 역사 퇴적물의 가닥이 됨은 일찍이 공자가 설파한 바다. ‘노래는 세상과 통한다’고.
<서울마치>는 노래의 이름패(牌)에 서울이 처음으로 사용된 것. 1929년 랑소희(浪素姬)의 목소리로 콜럼비아레코드에서 출반했다. 하지만 작사·작곡가와 가수 랑소희의 이력이 불명하여 밝혀내야 할 미래의 과제이기도 하다. 노래의 음원은 SNS 여러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으나 가사가 불분명하다. 노래는 상·하(上·下)음원으로 상편음원이 4절이며, 아래 가사는 필자가 <흘러간 옛노래 사랑방>(운영자 부암, 釜岩)의 유성기 복각음원 상편을 청음(聽音)하면서 필사(筆寫)한 것이다. 음색이 쇄락하여 원곡 가사와 청필(聽筆)상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 "..."으로 표기한 것은 알아들을 수 없는 소절이다.
옛날이 그립다 종로의 인정도 / 지금은 거리에 ...가 울려
...케불카는 은하수 벌판아 / 삼일로 거리는 파라다이스
한 번 더 걸음걸이 걸음걸이 가볍게 / 지금은 보리수에 기상에
남산 타고 종로거리로 / 희망 진 해전으로 달이 솟는다
봄이 되면 빛나는 창경원은 / 연분홍을 자랑하는 ...
바람... / ... 내 마음
서울 가는 ... 비좁아 / ... 번한의 눈 속에
할머니들 기적소리... / 언제나 우리들 자랑하더라
노래 제목은 서울과 행진이라는 의미의 마치(march)를 합쳤다. 첫 소절에 서울의 심장지역 종로(鐘路)와 보신각(普信閣)에서 새벽4시와 저녁 10시에 울려 퍼진 종소리 파루(罷漏)와 인정(人定)을 묘사했다. 리듬도 경쾌하다. 짠짜라 짠짠~ 행진곡 같다. 그 시절 우리민족의 삶은 식민지 나라 백성으로 피폐의 극치였는데, 멜로디는 그 반대라 필자의 감흥은 무겁다. 왠지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황국신민화 기색(起色)을 엿볼 수 있는 면면인 듯도 하다.
사실 노랫말 속에 서울 지명을 처음으로 사용한 곡은 <경부철도가>다. <서울마치>보다 28년이나 앞섰다. 대한제국 순종황제 2년차이던 1908년에 육당 최남선(1890~1957)이 만든 노래. 경부선철도는 1905년 1월 1일을 기하여 운행하였으나, 개통식은 5월 25일 남대문정거장(서울역)에서 했다. 이를 기념하여 지은 노랫말은 ‘우렁차게 토하는 기적소리에 / 남대문을 등지고 빠져나가서 / 빨리 부는 바람의 형세 같으니 / 날개 가진 새라도 못 따르겠네.’이어지는 가사는 시작역인 남대문 역에서 부터 종착역인 부산까지 철로변의 역들을 주변의 풍물과 같이 차례로 가술(歌述)한다.
이후 우리 대중가요 100년사에서 서울 지명을 노래한 곡은 1140여 곡, 가수는 710여명에 이른다. 2010년 3월 23일에서 5월 23일까지 성동구 마장동에 위치한 청계천문화관에서 <서울 대중가요, 서울을 노래하다> 특별전을 열었었다. 이에 제시된 통계치도 의미가 크다. 노래의 소재는 1945년 해방 전에는 종로와 한강을 주제로 한 노래가 많았고, 해방 후에는 명동·광화문·영등포 등으로 노래무대가 바뀌었다. 그 트렌드(trend)와 트렌스(trans)는 서울역·남산·한강·마포·청량리·미아리·을지로·충무로·퇴계로·왕십리·노량진·강남·장충단공원·삼각지·제3한강교·신사동·압구정·테헤란로로 이어간다.
노래와 관련한 가수는 나훈아(14곡)·이미자(14곡)·오기택(13곡)·설운도(12곡)·도미(11곡)·윤일로(11곡)이었는데, 이후 산술적 통계치의 변화가 있었으리라. 작사가는 반야월(31곡)·이철수(23곡)·김병걸(18곡)·손로원과 장경수가 각각 17곡이었단다. 작곡가는 박춘석(22곡)·박시춘, 전오승, 김성근이(17곡)·백영호(15곡) 순이었다.
서울은 인구 1천만. 세계10대 도시 웅지(雄地), GDP는 세계 4위이며 런던과 파리보다 높다. 시(市)의 상징은 은행나무·개나리·까치·해치이다. 백제의 첫 수도 위례성(慰禮城), 고려의 남경(南京), 조선의 수도 한성(漢城)이 있던 터. 동서 폭(幅)은 36.78km, 남북 간극(間隙)은 30.3km이며, 넓이는 605.25km²다. 면적은 대한민국 국토의 0.6%이지만, 인구는 1/4이 산다.
서울의 어원은 수도(首都)를 의미하는 신라 고유어 서라벌 유래설이 유력하다. 조선시대에는 한성(漢城)·경도(京都)·경부(京府)·경사(京師)·경성(京城)·경조(京兆)로 쓰였으며, 김정호의 수선전도(首善全圖)에는 수선(首善)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또, 1778년~1801년까지 북경을 4차례 방문한 박제가(1750~1805?)가 첫 방문 후 귀국하여 쓴 북학의(北學議)에서는 徐蔚(서울)로 쓰기도 했다.
1945년 일본제국주의 식민지에서 해방 광복된 이후, 미군정청에서 사용한 용어는 서울독립시(Seoul Independent City)다. 이것을 특별시(special city)로 사용한 것이 현재의 서울특별시(the Seoul Special City)다.
대중가요는 인류학적 감성퇴적물이다. 이러한 감성에너지는 민족마다 유전적인 DNA가 고유하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마다 유별할 수도 있다. 이것이 가곡이나 서양음악보다는 대중성·통속성이 더 진득하게 응어리 진 대중가요를 더욱 통창(統唱)해야 하는 이유다.
유차영 선임기자(솔깃감동스토리연구원장)
[유차영의 대중가요로 보는 근현대사]
랑소희의 <서울마치>
1929년 작사·작곡 미상, 노래 랑소희
등록기자: 편집부 [기자에게 문의하기] /
작성
2018.10.31 13:31
수정
2018.11.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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