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전라좌수사로 여수에 있던 충무공 이순신은 부하에게 남해안을 둘러보게 했는데, 다녀왔던 부하는 “평산포만호도 자리를 비우고 미조첨사도 자리를 비우고 남해현령도 자리를 비워 남해가 텅 비었다.”고 보고했다. 이것은 난중일기에 적혀 있는 말이다.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에 나오는 평산포는 여수와 마주 보는 포구다. 조선시대 수군만호가 주둔하던 평산마을이다. 지금은 남면 소재지까지 가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보건지소가 들어서 있는 곳이다.
남해인구가 13만이 넘었을 때는 평산마을의 보건소도 사람으로 북적북적했을 텐데 남해인구가 약 4만 명 정도가 된 지금은 차츰 보건소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한산해졌다. 그런 보건지소를 남해군에서 예쁘게 리모델링하여 문화공간인 미술관으로 꾸몄다. 이름하여 ‘작은미술관’이다.
사실 남해는 수도권과는 아주 먼 천릿길이다. 예부터 문화, 예술을 접할 기회가 매우 드물었다. 그런데 이곳에 ‘작은미술관’을 만들면서 남해 사람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바뀌는 그림들을 보면서 문화, 예술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간혹 사진 전시회라도 하면 자연과 친근한 도시의 풍모를 사진으로 볼 수 있어 더 친근하고 좋다.
그림이나 사진, 그리고 모든 예술은 아름다운 남해와 잘 어울린다. 궁합이 딱 맞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자연을 보면 그저 좋다고 감탄만 하지만 사진작가나 화가는 그들만의 창의성을 발휘해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완성을 한다.
이런 기쁨을 주는 작은미술관에 남해 상주에 있는 ‘엄살롱’ 회원님들이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고 있다. 남해 상주 엄살롱은 대표자의 이름 엄경근 씨의 성씨를 따서 엄살롱이라 했다고 한다. 엄살롱 대표님은 그림을 그리고는 싶지만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붓을 들 수 있는 지구인이면 다 가능하다. 잘 그리고 못 그린 그림은 없다. 내가 그린 그림 한 장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세상 유일무이한 나만의 작품이다.”라고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 주신다.
엄살롱 회원은 아니지만 이런 글을 보니 ‘나도 그림 한번 그려볼까?’ 하는 용기가 생긴다. 그런 스승을 모시고 그림을 그리는 엄살롱 회원들이 그린 그림이 작은 미술관에 벌써 두 번째 전시되고 있다. 늘 ‘작은미술관’으로 해설하러 올 때는, ‘이번 달에는 어떤 화가의 그림이 눈을 행복하게 해 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작은미술관’ 오는 길이 문화공간으로 산책 온다는 느낌이다. ‘자연이 그대로 그림인 남해’라 더욱 그렇다. 그런 남해에 오면 ‘작은미술관’의 소소하고 아름다운 예술과 대면도 하고 바다와 산과 들이 있는 남해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재심]
시인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
코스미안뉴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