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사막에 새겨진 바람의 문장, ‘에슈타’

 

[3분 신화극장] 사막에 새겨진 바람의 문장, ‘에슈타’

 

안녕하세요, 한나라입니다. 오늘은 바람이 사막의 모래를 스치며 빚어낸 기묘한 실루엣들이 신비로운 장막이 되어 드리우는 땅, 북미 대륙의 광활한 사막지대에서 태어난, ‘사인엔족’의 얽힌 전설을 들려 드릴게요. Let’s go.

 

아득한 옛날, 아직 인간의 발자국조차 제대로 남지 않았던 대지에는 바람의 선을 읽는 사람들, 사인엔족이 살았다고 해요. 그들은 하늘과 땅 사이를 흐르는 모든 기운이 보이지 않는 글자처럼 새겨져 있다고 믿었고,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흔들리는 모래결을 ‘신의 문장’이라 여겼습니다. 그 문장을 해독해 미래를 읽어내던 이들은 세상을 잇는 메신저로 불렸죠.

 

그러던 어느 날, 대지 깊은 곳에서 ‘침묵의 거인’이라 불린 그림자 존재가 깨어났습니다. 그는 인간의 말과 노래, 웃음과 슬픔 같은 감정의 소리를 질투해, 세상의 음성을 하나씩 삼켜 버렸죠. 새들의 울음이 먼저 사라지고, 다음엔 강물의 속삭임이 사라졌으며, 결국엔 사람들끼리의 목소리마저 모래 속으로 꺼져 들기 시작했죠. 사막은 숨을 잃은 듯 고요했고, 별빛마저 어두워지려 했습니다.

 

그때 사인엔족의 젊은 예언자 ‘에슈타’가 별빛 아래 모래 위에 커다란 문양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바람과 어둠, 사막과 별의 기운을 엮어 만든 거대한 상징이었죠. 문양이 완성되자 사막 중앙에서 빛이 피어올라 침묵의 거인을 감싸 올렸고, 거인은 자신의 어둠이 흔들리는 것을 견디지 못해 사막 깊숙한 균열 속으로 다시 가라앉았습니다.

 

그날 에슈타가 남긴 마지막 문양은 아직도 사막 어디에선가 남아 있다고 해요. 새벽 햇살이 모래 위로 길게 스며드는 순간, 마치 살아 있는 글자처럼 모래결이 반짝이며 움직이는 이유도 바로 그 상징의 흔적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사막을 떠도는 이들은 고요한 새벽에 귀를 기울이며 이렇게 속삭이죠.

 

“오늘의 바람은 에슈타의 문장을 읽고 있구나.”

 

가끔 여행자들은 사막의 깊은 협곡에서 정체 모를 울림을 들었다고 해요. 누구는 바람이 돌벽을 때리는 소리라 하지만, 오래된 사인엔족의 후손들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합니다. 

 

“저건 침묵의 거인이 아직도 세상의 언어를 훔치려는 음성이야. 하지만 에슈타의 문양이 그를 묶고 있지.”

 

그렇게 사막의 어둠과 빛은 지금도 오래된 문양 위에서 서로를 안고 흔들리며, 바람이 새기는 보이지 않는 글자들 속엔 맥박이 살아 숨 쉬고 있다고 해요.

 

[3분 신화극장] 오늘의 전설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한나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2025.11.28 09:55 수정 2025.11.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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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