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남해바래길 중에서 고사리밭길을 안내하는데 남해에서 보기 드물게 20대 젊은 친구들이 다섯 명이나 걷기에 동참하였다.
“어디서 왔습니까?”
“뮤지엄남해 상주작가입니다.”
“그래요, 오룡마을에? 다섯 명의 신진 작가...”
순간 ‘남해에 다섯 마리 용이 찾아들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씨 된다는 말 알지요. 예전에 그 마을 이름이 오룡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섯 마리 용이 오셨네요. 세상이 알아주는 용이 되시길 바랍니다.”
덕담부터 하고 남해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며 고사리밭길을 재미나게 걸었다.
‘뮤지엄 남해’가 있는 그곳을 예전에는 오룡마을이라고 하였다. 그 인근 마을의 하천들이 다섯 마리의 용이 꿈틀거리는 형국이라 하여 오룡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일제강점기 때 마을들이 분동되어 오룡은 그대로 있고 뮤지엄남해가 있는 마을은 지금 연곡으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예전에 오룡이었던 마을에 폐교 초등학교가 리모델링이 되고 ‘뮤지엄남해’로 재탄생 되었는데 그곳에 다섯 명의 젊은 신예작가들이 찾아온 것이다.
뮤지엄남해는 그림전시와 운동장에서는 캠핑도 가능하고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지난 2월에 개관한 뮤지엄남해를 4월에 가 보았었다. 2층에는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림에는 문외한이라 그 깊이는 잘 모르지만 그냥 보는 것만으로 즐거워서 한참 바라보았다.
상상력이 총 동원된 색채, 창의적인 표현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고사리밭길에서 만난 신인 작가 다섯 명이 그 공간을 기획한다고 하니 남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참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란 생각과 동시에 ‘이런 젊은이들이 기획하는 뮤지엄남해를 세상에 알려야 겠구나.’싶었다.
남해에는 최근 무슨 복인지 ‘뮤지엄남해, 남해각, 작은미술관, 길현미술관, 돌창고, 스페이스미조......’ 등 공간들이 늘면서 수도권과 먼 남해에 문화의 씨를 뿌리고 있다.
여고 다닐 때 친구가 “남해는 문화의 불모지라 볼 것도 없어 나는 나중에 서울에 가서 살 거야.” 했다. 친구의 말에 나는 그림도 자연을 보고 그리고 노래도 자연의 소재로 만들고 시도 자연을 찬탄하는데 자연이 바로 문화지 무슨 소리고? 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하며 “나는 남해에서 살끼다.” 했었다.
그런데 자연이 바로 그림인 남해에 창의와 상상과 예술의 혼이 담긴 미술관들이 늘어나니 곧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해로 미술관 투어 가자.’는 말이 회자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벌렁벌렁해진다. 참, 지금은 황미영 작가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다.
[서재심]
시인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
코스미안뉴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