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프로젝트] 식탐과 절제

박창현

사진=코스미안뉴스


음식에 대한 욕심을 식탐이라고 말한다. 주변인 중에 사고를 당해 뇌를 상한 남편을 부양하는 부인이 있다. 회사에서 귀가 중, 회식 때 마신 술기운으로 전철에서 떨어져 사고가 났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역에 정차하려고 진입 중이어서 전철의 속도가 달릴 때 보다 느려서 땅에 부딪힌 정도가 달릴 때 보다 약했다는 것이다.

 

몇 년을 병원에서 생활하다 퇴원을 했지만 처 이모가 요양사의 역할을 하다가 지치고 연로하여 떠나신 후, 환자는 집에 혼자 남게 되었다. 부인은 직장에 출근 후에도 아파트 경비실에서 대소변 청소를 하라는 연락을 하루에도 두 번씩이나 받을 때가 있었다. 직장이 가깝고 직장 내에서 동료들이 많이 도와주어서 환자 수발을 할 수가 있었다. 둘째 딸이 세 살 때 남편이 사고를 당해 이십 년을 그런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다. 상태가 심해졌다가 조금씩 나아지는 등의 반복이었다.

이사도 하고, 환경이 바뀌자 환자는 대소변을 처리를 혼자 잘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운동량이 많아지자 식사량이 점점 늘게 되었다. 여러 명이 함께 식사하는 곳에서 양을 늘려서 먹을 것은 흰 쌀밥이 고작이었다. 체구도 크고 활동량도 큰 사람이 몸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분보다 분량 위주로 마구 먹게 되었다.


어느 날부터 인가 당뇨가 심해지자, 밥의 분량을 제지하게 되었다. ‘원래 식탐이 심해요라고 환자를 나무라고 있었다. 환자는 자판기 커피와 밥으로 배를 채우려 하고 가족들은 많이 퍼온 밥을 덜어내곤 하는 소동을 떨곤 하였다. 환자에게 절제가 있을 리 없다. 부인과 딸들은 남달리 환자에게 지극 정성인 가족이었다. 가족들은 수북하게 쌓인 밥을 덜어내려고만 할 뿐, 허기진 환자의 속을 채워 줄 영양식을 공급할 대안에는 생각이 이르지 못한 탓이었다.

 

담배를 피운다거나 술을 마시는 이유 중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차적인 영양 공급의 한 방편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담배의 니코틴에 소량의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등, 술의 알콜 성분이 일시적인 힘을 채워 준다는 이론들이 있기는 하지만, 얼마의 진정성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음식에 대한 탐욕이 식탐이라면, 권력에 대해, 물질에 대해, 절제가 필요한 개인과 집단이 존재하는 많은 경우를 본다. 권력에 대해서는 법으로 견제하고, 물질에 대해서는 세금이라는 견제 장치들이 있기는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아 독재도 있고 탈세도 한다.


남다른 보살핌으로 남편과 아버지를 돌본다지만 한계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환자인 아버지를, 남편을 돌보기 위해 생활을 영위해야 하니까, 직장으로 출근을 해야 하는 가족들은 분주하다. 남편, 아버지의 생장 시절 영양 상태가 어느 정도였던가를 생각할 여유도, 살필 생각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우리는 이렇듯 가까이 함께 있어도 서로를 진정으로 알지 못한 채 시간을 채워 나간다. 눈물이 가슴 가득 차 있지만 그것이 눈물인지도 알지 못한 채, 부여잡고 있기만 할 뿐이다.

 

사랑의 종류에는 에로스, 우정, 부모의 사랑, 아가페 등이 있다. 깊고 무한한 사랑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단어로 설명한 것이리라. 어떤 사랑이 좋고, 나쁘다는 말은 할 수가 없고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물질이 풍성해져서 예전보다 살기가 좋아졌다는 지금 저 사랑들은 더러 때가 묻어 있는 것을 보기도 한다. 부모를 버리고, 자녀를 버리고, 친구를 팔고, 버리는 것 등이다. 먹고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 고려장으로 부모를 버리라고 했던 나라의 법이나, 굶지 말고 먹기나 하라고 외국으로 입양을 보내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과는 달리 가늠해야 할 것이다.

 

화려한 외양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 각자는, 부모에게 자녀에게 친구에게 다가가기를 주저하거나 포기하였다. 오직 나를 위하여, 나만을 치장하고 꾸며 내가 다른 사람 중에서 돋보여 나에게 다가오는 상대가 있기를 계산하기 때문이다. 자식을 희생적으로 키우면 이기적이 되고, 할머니의 익애적인 사랑은 철없는 손자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결국 사랑을 베푸는데도 도를 지키는 절제가 있어야 한다는 교훈인 것을 알게 된다.

 

물질이 우선 되는 시대에 살고 그것을 감당하기 위해 점점 여유가 없는 환경에서 부모를 봉양하는 곳인 요양원이 있고 요양사가 있고, 병을 치료하는 병원이 의료보험이라는 제도로 자녀 몫을 담당하고 있다. 참으로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하다. 인간 수명이 100, 120세에 다다르고 있다니, 참으로 황홀한 세상이 아닌가! 어머니를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고 형제간에 아버지의 유산상속 재판을 일삼는 재벌가의 자녀들을 본다.

 

재산을 물려받은 맏이가 버린 부모를, 가난한 막내가 부양한다는 이야기들이 가끔 있다. 돈으로 물질로 사랑을 바꿔 버린 시대에 살고 있는 탓이다. 무엇이 우리의 가치 기준을 그렇게 바꾸어 버렸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절제를 넘는 욕심이 우리를 휘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옛날을 회복할 때이다.

 

눈을 유혹하는 현란함에서 벗어나고, 분주한 일상에서 한 번쯤은 멀리 떨어져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생각을 누려 보는 여유로움을 찾는 일이다.

 

[박창현]

이메일 : pch195104 @naver.com

 

이정민 기자
작성 2021.07.12 09:41 수정 2021.07.1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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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