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尙州)의 한자 상(尙)은 '이대로, 높다, 숭상하다' 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남해 금산을 주산으로 하여 내룡이 꿈틀꿈틀 내려온다. 왼쪽 팔 청룡은 부드러운 능선으로 상주를 안고 있고, 오른쪽 팔 백호는 힘차게 뻗어내려 상주를 감싸고 있다. 풍수학적으로 흠결 하나 없는 길지다.
전설에 의하면 남해 사람들이 보광사(남해 금산에 있는 보리암이 개칭되기 이전의 사찰 이름)를 창건한 원효대사에게 물었다고 한다.
“남해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 어디입니까?”
그랬더니 원효대사께서 금산 아래 지금의 상주를 가리키며 말했다.
“늘 저 아래에 상주해라.”
그래서 ‘이대로 상(尙)’을 써 상주라고 했다는 말도 있고 한자 모양과 자연의 형상이 똑 같이 생겨서 상주로 했다는 말이 전해온다.
경상남도 인공조림의 70%가 남해군에 조성되어 있다. 경상남도 남해안에는 수많은 마을과 해수욕장이 있지만, 우리 남해처럼 옛 사람들이 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해안에 방풍림을 심은 예는 드물다. 남해 사람들의 선견지명이 돋보인다. 남해 상주은모래비치의 송림은 남해안에서 가장 뛰어난 인공조림이다.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지칠 때 송림으로 나와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준비해 간 맛난 음식을 즐긴다면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될 것이다. 상주 외에도 남해에는 월포해수욕장, 사촌해수욕장, 송정해수욕장 등에 송림이 조성되어 있다.
경남 함양군 함양읍에 있는 호안림인 상림은 통일신라 시대에 고운 최치원이 함양군수로 부임했을 때 여름철 집중호우로 계곡이 넘쳐 피해를 당하는 것을 보고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상림에 몇 번 가보았다. 어느 가을날 상림의 푸른 그늘 아래 붉게 핀 상사화가 참으로 매혹적이었다. ‘아, 상림은 예술이다’라고 감탄했다. 한 사람의 창의적인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키고 역사를 발전시킨다는 생각을 했다.
부산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해운대해수욕장이 있다. 그러나 그 해운대에서 물놀이를 즐기다 지치면 오직 쉴 수 있는 그늘은 비치파라솔로 밖에 없다. 해운대란 이름을 고운 최치원 선생이 지었다고 하는데 왜 그곳에는 함양의 상림 같은 숲을 조성할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우리 귀에 익은 노래 ‘밤배’는 가수 ‘둘다섯’이 젊은 날 남해 금산에 놀러와서 하룻밤 묵으면서 상주 바다에 어선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작사 작곡을 했다고 한다. 상주해수욕장에 이들의 노래비가 있다. 시금치 엑기스로 반죽을 한 맛있는 핫도그가 있는 상주해수욕장 소나무 아래서 밤배를 부르며 여름날의 추억을 만들어보자.
[서재심]
시인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
코스미안뉴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