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사람은 누구나 꿈을 먹고산다. Spero Spera,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 키케로(BC 106~43)의 설파다. 철저한 개체주의 삶의 에너지 근원에 대한 명제다. 인간이 나무에서 내려와 두 발로 땅을 밟고 살기 시작하면서 영토의 개념이 생겨났다. 땅에다가 농사를 짓는 행위(경작, 耕作)도 이때 생겨났다. 이로부터 영토의 경계(境界)가 생겨나고, 다툼(전쟁)의 모티브가 되고, 오늘날 나라(nation)의 범주로 진화된다. 그 요체가 개인이고, 우리가 되고, 민족이 되고, 국민으로 진화했다. 이러한 인류 개체의 본체를 호모사피엔스(지혜로운, 슬기로운 인간)로 부른다. 4~5만 년 전에 기원을 두고, 지금까지 지구를 거쳐 간 개체는 230억여 명, 오늘날 지구 가족은 75억여 명이다. 이들의 가슴팍을 인수 분해하면 공통단어 3개가 나온단다. 엄마·고향·꿈이다.
이 단어 중에서 삶의 에너지와 가장 밀접한 화두는 꿈(vision)이다. 이것은 젊은이들의 가슴팍에는 성공적인 인생을 지향하는 동력으로, 노년의 뇌리에는 인생선종(人生鮮終)으로 응어리진단다. 이러한 인생 과정의 여망들이 노래(유행가)로 지어져서 대중들의 삶을 보듬었고, 한국대중가요 100년사에 걸려 있다. 1982년 남궁옥분은 <꿈을 먹는 젊은이> 노래로 젊은이들의 가슴팍에 희망의 불길을 풍구(風甌)질 했다. 2014년 노사연이 부른 <바램> 노래가 남궁옥분 노래와 대칭되는 황혼 인생길을 밝힌 등불 같은 곡조다. 21세기 인류학적 화두는 기회의 공정과 경쟁의 정의다. MZ세대들의 주창이다. 그들의 꿈은 무엇일까? <꿈을 먹는 젊은이> 노래가 품은 모티브를 풀어헤치면서 유행가가 품고 있는 인류학적 맥락을 풀어보자. 타오르는 꿈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가슴팍을~.
타오르는 꿈을 안고 사는 젊은이여/ 우리 모두 같이 흥겨웁게 노래해요/ 푸른 나래 펴고 꿈을 먹는 젊은이여/ 성난 파도처럼 이 자리를 즐겨요/ 행복은 언제나 마음속에 있는 것/ 괴로움은 모두 저 강물에 버려요/ 사랑과 욕망도 모두 마셔버리고/ 내일을 위해서 젊음을 불태워요/ 타오르는 꿈을 안고 사는 젊은이여/ 우리 모두 같이 흥겨웁게 노래해요/ 푸른 나래 펴고 꿈을 먹는 젊은이여/ 성난 파도처럼 이 자리를 즐겨요/ 행복은 언제나 마음속에 있는 것/ 괴로움은 모두 저 강물에 버려요/ 사랑과 욕망도 모두 마셔버리고/ 내일을 위해서 젊음을 불태워요.(가사 전문)
▶노래 듣기 https://youtu.be/tYFnWUYGSdE
<꿈을 먹는 젊은이> 노래의 메시지는 강렬하다. 성난 파도처럼 이 자리를 즐기자. 괴로움은 저 강물에 버려버리자. 사랑과 욕망도 모두 한 잔의 술에 타서 마셔버리고, 내일을 위하여 젊음을 불태우잔다. 다 같이 흥겨웁게 노래를 하면서... 그 시절 젊은이들을 향한 샤우팅이다. 그 당시를 회상하면 참으로 대담한 역설(逆說, paradox)이다. 이 노랫말 작사가 김중순은 1938년생이다. 그는 1999년 향년 61세의 노총각으로 저승길을 드셨다. 그는 1967년 남진에게 <울려고 내가 왔나>를 불려 트로트 대중가수 길을 열어주었다. 이후 유행가 히트 제조기로도 불렸다.
채은옥의 <빗물>, 김수희의 <잃어버린 정>, 와일드캐츠의 <십오야>, 문성재의 <갈매기 사랑>, 최병걸의 <난 정말 몰랐었네>, 정소녀의 <꽃구름>, 장계현과템페스트의 <잊게 해주오>, 박지연의 <서울로 떠난 사람>, 유가화의 <나도 모르게>, 문혜숙의 <허무한 사랑>, 김국환의 <꽃순이를 아시나요>, 박일남의 <정 주고 내가 우네>, 이미자의 <여자의 마음>, 남진의 <어머니>, 이상열의 <못 잊어서 또 왔네> 등등이 그의 손끝에서 지어졌다. 그는 왜 평생을 홀로 살아냈을까. 그래서 더욱 시대(1980년대)를 향하여 화살을 당기는 노랫말을 남길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늘나라에 계시는 예술가의 영령을 향하여 질문을 던져 본다. 그 용기와 기백의 근원은 독신(獨身)이었는가를.
이 노래가 발표된 1982년은 ‘서울의 봄’ 시절이다. 1960년대 후반 체코 프라하를 뒤흔들었던 민주화 운동을 서사한 ‘프라하의 봄’에 빗댄 정치 사회적 화두였다. 그해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개막되었다. 제5공화국의 3S정책(스포츠·스크린·섹스)의 산물이다. 1981년 프로씨름대회 개최를 위해 창립된 한국민속씨름협회(현, 한국씨름연맹)가 1983년 4월 14일 한국방송공사(KBS)와 공동 주최로 제1회 천하장사씨름대회를 개최했다. 이 뒤를 이은 것이 프로야구다. 프로야구는 1887년 미국프로야구선수협회 발족이 시초이고,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1982년 3월 27일 개막되었다. 2021년 현재는 10개의 구단이 운영되고 있다. NC다이노스·두산베어스·LG트윈스·키움히어로즈·롯데자이언츠·한화이글스·KIA타이거즈·KT위즈·삼성라이온즈·SSG랜더스 등.
1980년대 시대적인 권위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꿈을 먹는 젊은이>는 청소년들에게 특히 사랑받았다. 각종 야유회나 모임 등에서 자주 불리면서 남궁옥분의 인기도 상승하였고, 초창기의 야구단마다 응원가로도 많이 불렀다. 그 시절에는 특정 구단에서 애창하는 응원가도 없었다. 하지만 이후 프로야구가 활황되면서 지역별 야구단의 팬들이 특정노래를 열광하면서 떼창을 한다. 이로 인하여 광주 무등경기장에는 부산 출신 가수 김수희의 <남행열차>, 부산 사직구장에는 제주 출신 가수 문성재의 <부산갈매기>, 인천 문학구장에는 김트리오의 <연안부두>가 절창되었다.
21세기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꿈은 무엇일까. MZ세대로 불리는 그들, 독립 개체로서의 꿈과 세대연대(世代聯隊)의 꿈은. 이들은 1980~2천년대에 출생한 세대를 통칭한다. 구체적으로 1980~1995년 사이 출생한 연령층을 M세대, 1996~2천 년 사이 출생한 연령대를 Z세대로 구획하기도 한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성장하면서 모바일에 익숙하고, SNS를 기반으로 하는 유통시장에서 소비의 주체다. 이들은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소유보다는 공유를, 지식보다는 경험을 중시한다.
이들을 기준으로 대한민국 근현대사 속의 세대를 구획 지어 보자. 이들은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부터 1945년 해방광복까지를 봉건근대세대, 1950년 6.25 전쟁세대, 1980년대 권위와 낭만의 충돌 전후세대로 구분지으며, 이전 세대를 혹여라도 ‘꼰대세대’로 속칭하지는 않을까. MZ세대들은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가 오기를 다시 기다린다. 이것이 기회·공정·사회적인 정의를 구현한다고 믿고 있다. 1980년대 국가적인 권위를 향하여 노래 화살이 되었던 <꿈을 먹는 젊은이>와 1970년대 유신 정권을 향한 감성적인 저격을 했던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 같은 노래는 언제쯤 출현할까. 21세기 MZ세대들 꿈의 갈증을 해소해 줄 유행가 샤우팅은 언제쯤 들려올까.
1980년대 3S정책은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을 다른 관점으로 돌리기 위해서 펼쳤던 정책이다. 즉 국민 우민화, 순치(馴致, 짐승을 길들여 목표하는 바에 이르게 함)의 한 전형이었다. 이때 대중가요를 중심으로 하는 국민적 프로그램이 여럿 등장한다. KBS전국노래자랑(1980.11.9.~), KBS가요무대(1985.11.4.~), MBC주부가요열창(1985.5) 등등. 그때와 21세기 트로트 열풍은 환경이 다르다. 그 시절은 권위 정권에 대한 공감, 오늘날은 코로나19로 인한 폐쇄와 격리의 환경과, ‘내편인가 네편인가’를 가름하는 풍토의 메카니즘이다. 이에 대한 샤우팅 노랫말을 지을 작사가는 언제쯤 출현할까.
<꿈을 먹는 젊은이>를 열창한 남궁옥분은 1958년 서울 출생. 대학원에서 정치학(석사)을 공부한 대중가요 매니아다. 그녀는 1979년 <알게 될거야>·<보고픈 내 친구>를 발표하면서 데뷔하였고, 1981년 <사랑사랑 누가 말했나>를 히트한 후 이 곡으로 대중들, 특히 젊은이들의 인기를 얻는다. 그녀는 그 시절 유행했던 청생통(청바지·생맥주·통기타) 문화의 한 갈래이던 통기타 가수로 인식되어 있다. <꽃분이>·<나의 사랑 그대 곁으로>·<설악산>·<재회> 등을 열창하는 그녀 특유의 낭랑한 목소리가 귓전에 재랑거린다.
그녀는 <꿈을 먹는 젊은이>로 1982년 MBC 10대 가수상을 수상하였고, 이듬해 KBS가요대상 여자가수상을 수상했다. 그녀가 2015년 해방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발표한 일본군 종군위안부를 위한 노래 <봉선화>가 우리네 가슴을 우국(憂國)의 감성으로 달군다. ‘시간도 서러워 멈춰 버린/ 고향도 추억도 묻어 버린/ 눈이 부신 청춘의 이름마저도/ 잊혀진 채 살지만/ 사랑을 담아 둘 마음속엔/ 진홍빛 슬픔만 남았어도/ 가녀린 꽃잎 가슴에 맺힌/ 눈물로 그 꽃을 지켜내리/ 비를 기다려 울던 세월/ 하늘 두고 하소연했지/ 그 하늘 바뀌어도 낯선 바람/ 누굴 위해 불었던가/ 잊으려도 지우려도/ 죽어서도 죽지 못하네.../ 아픔도 슬픔도 없는 곳의/ 단 하루는 욕심인가/ 하얀 눈물의 꽃들이 피어나서/ 짓밟힌 영혼을 지켜내고/ 눈물의 꽃이 희망의 꽃이 되는 날/ 그날을 기다려 사는 거요/ 그 눈물의 꽃이/ 희망의 꽃이 되는 날.’
대한민국 MZ세대들이여 야망(꿈)을 가져라. Boys, Be Ambitious!. 이를 주창했던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William Smith Clark. 1826~1886)를 되새기시라. 꿈을 머금고 손과 발에 땀이 저미도록 노력을 하면, 개천의 미꾸라지도 하늘을 나는 날개를 단 용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슴속에 품으시라. 권위와 낭만이 충돌하던 시절 남궁옥분이 부른 <꿈을 먹는 젊은이> 노래를 감흥하면서, 한량없는 꿈을 들이키시라. 그대들은 대한민국의 꽃이고 열매이고, 또 튼실한 씨앗이리니.
[유차영]
시인
수필가
문화예술교육사
한국유행가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