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금산의 태초 이름은 보광산이다. 그래서 원효대사가 남해 금산에 절을 짓고 보광사라고 했는데 태조 이성계가 남해 금산 산신령님에게 “산신령님, 나를 이 나라 왕이 되게 해 주시면 이 산을 비단으로 감겠습니다.” 라는 기도를 하고 조선을 건국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산신령께 약속을 했으니 영구세세 비단 감은 산이란 뜻으로 금(錦)산이라고 한 것이다. 또 보광사라고 했던 사찰이 조선 현종 때 보리암으로 개칭되고 왕실의 원당이 되었다. 금산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임금이 하사한 산 이름이다.
원래 사찰은 불, 법, 승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남해 보리암에는 범종각에 있어야 하는 법전사물(법고, 운판, 목어, 범종)이 없고 범종만 있다. 그래서 사(寺)가 암(庵)으로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보리암이란 암자로 개칭되었다. 우리나라 삼대 관음도량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동해안의 낙산사 홍련암, 서해안의 강화도 보문사, 남해도의 금산 보리암은 살아있는 사람의 소원을 잘 들어 준다는 관음세음보살을 모시는 관음도량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딸만 둘 있었던 우리부부는 새천년 되던 해 남해금산에 일출을 보러가서 기도를 했다. “산신령님, 선하고 어질은 조선의 선비 같은 아들을 하나 주세요. 사나이라고 큰소리치고 스타일만 잡는 남자가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 온화한 아들을 주시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좋은 사람으로 키우겠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39세 늦은 나이에 아들을 낳았고 지금 홍익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있다. 아마 사람들이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따뜻한 건축물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 나라의 왕도 되게 해 달라는 소원도 들어주는데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의 소원은 얼마나 잘 들어주겠는가 하는 그런 생각이로 믿고 소원을 빌어 보는 것이다.
남해 금산은 우리나라 최남단에서 봉화를 피우던 곳이다. 평소에는 하나의 횃불을 켜고 적이 멀리 보이면 두개 가까이 오면 세 개 그리고 뭍에 닿으면 네 개 그리고 접전이 시작되면 다섯 개의 불을 피웠다.
서해안으로는 남해 설흘산으로 해서 한양으로 갔고, 동해안으로 남해창선 대방산으로 해서 한양으로 전달되었다. 그리고 낮에는 이리의 배설물로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이리의 배설물은 꼭 한 길로 연기를 피워 올라가기에 이용했다고 하니 옛사람들의 지혜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남해금산 보리암(菩提庵)은 깨달음의 길로 이끌어 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아름다운 풍경 38경으로 이름이 나 있기도 하다. 이 여름 여행의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면 남해 금산의 자연도 만끽하고 소원하는 일도 이루는 남해 금산 보리암으로 오면 좋을 것이다. 관세음보살의 편안한 미소가 반기는 금산 보리암과 상주은모래비치가 보이는 국보급 남해바다 풍경이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운 남해는 천혜의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는 곳이다.
[서재심]
시인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
코스미안뉴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