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열전 靑年 列傳] 속에 꽁꽁 싸맨 그것을 풀어내는 것, 이승혜

나와 내 인생이 서로 폭력을 휘두르는 관계에 있어

 1. Track 9 이소라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나를 처음 마주한 것은 스물한 살이었다. 스무 살에는 세상에 신기한 것들이 많아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것들이 무뎌졌을 무렵 저 구석으로 밀려난 내가 그제야 보였다. 이렇게 나의 첫 인상은 매우 좋지 못했다.

 

그렇게 나를 방치해뒀던 것의 배경은 말하자면 이렇다. 주변 어른들 말씀대로, 학창시절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대로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에 가면 그 이후의 생은 저절로 살아지는 것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내 목표는 대학에 가는 것이었다. 그 다음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대학생이 된 후 내 삶의 목표는 사라졌다. 여기서 말하는 삶의 목표는 철학가들이 말하는 심오한 그런 것이 아니다. 그건 아마도 죽는 순간에 깨닫게 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말한 삶의 목표는 하루를 사는 이유, 조금은 단편적인 것이다. , 24시간을 왜 살아야 하고 다음날 아침이 되면 왜 눈을 떠야 하는지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저절로 존재의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야 했다.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떠올렸다. 여기서 나는 고쳐야 할 나쁜 버릇들, 사는 동안 느끼지 못했던 부족한 점들에 꽂혔다. 나는 내 기준에 현저히 못 미치는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이었다. 주변에는 하나 둘 본인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생기는데 이에 비해 나는 어디가 출발선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단순히 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나는 이상과 거리가 멀었다.

 

학교와 멀어진 마음에 휴학을 결정했다. 그 당시에는 휴학 이유를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제가 왜 사는지 모르겠어서요.”라고 말하기가 겁이 났다. 휴학하고 오롯이 나 자신과 좀 더 시간을 보내면 관계가 회복될 줄 알았다. 반면 나의 경우에는 오히려 악화되었다. 휴학 기간이 여태 살아온 시간들 중 가장 정신적으로 붕괴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그때만큼 감정기복이 심각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 상태에 스스로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평소에 좋아하던 노래를 틀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그 날 아침의 감정선에서는 그 노래가 세상에서 제일 슬픈 노래였을 거라고 어림짐작해본다. 눈 감은 상태에서도 괴롭긴 마찬가지였다. 트라우마인 사건이 각색되어 발생하는 식으로 악몽은 과거를 수반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꿈에서 깨어나지 않은 횟수를 세는 편이 빠를 정도였다. 한 번은 악몽이 아니라 속상함에 울면서 깨어난 적이 있다. 흑색 가발을 쓴 채 울고 있는 날 바라보는 꿈이었다. 깔끔하게 쓴 것도 아니고 당시 금발머리가 삐죽하니 보이게끔 엉터리로 말이다. 그 전날 머리 에 대해 한 소리 들은 것이 방아쇠 역할을 했다. 왜 밝게 염색했다는 이유로 언제까지 그러고 살 거냐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건가. 이런 식으로 예전 같았으면 무시하고 넘어갔을 말들이 비수처럼 꽂혀서 상처 내고 곪아 터질 때까지 내버려두는 것의 반복이었다.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감정기복이 심해지면 집 밖에 나가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점점 집에 혼자 있게 되고 감정선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 악순환을 계속 하다 보니 끝을 생각하는 일도 생겼었다. 그 때 들은 노래가 이소라의 ‘Track 9’이었다. 다른 위로의 가사들보다 널 다그쳐 살아가라는 가사에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2. 난 너에게 정수라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감정에 휩쓸려 다니는 생활을 끝내야 했다. 편두통으로 인해 머릿속이 아픈 것보다 머리 밖이 아픈 게 낫다며 머리카락을 괴롭히는 비정상적인 버릇을 그만둬야 했다.

 

그 후 일 년이 지났다. 사실 지금도 나와의 사이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사람마다 모두 다른 법이라 어떤 식으로 생각을 바꿔 다시 복학을 하고 살고 있는지 말하기 어렵다. 그리고 나의 힘듦을 말하고자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니다. 남에게 털어놓기 힘든 부분들도 있었고 사실 아무와도 나누지 않은 채 나 혼자 끌어안고 땅 속에 누울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글을 쓴 것은 비슷한 틀에 갇힌 것 같은 사람들에게 현 상황을 이야기로 푸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 대상이 가족이든 의사든 상관없다. 속에 꽁꽁 싸맨 그것을 풀어내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은 맞지만 작년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꼭 그렇게 하라고 말해줄 것이다. 나는 이 세상 다 주어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친구이기 때문이다.

 


전명희 기자
작성 2018.11.20 11:03 수정 2018.11.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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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