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연안여객선부두에서 쾌속선을 타고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쳐 백령도 용기포항까지 가는 데는 약 4시간 반이 걸린다. 떠나기 전에 여객선 출항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차를 싣고 갈 수도 있지만 비용이 비싸므로 몸만 가는 것이 좋다. 여객선이 닿는 용기포항 건너편 사곶 천연비행장, 콩돌해수욕장이나 두무진에서 민박을 하면서 2박 3일 정도 쉬면 도시에서 쩔은 육신과 마음의 때를 씻어낼 수 있다.
렌트카나 택시를 타고 사곶 천연비행장의 딱딱하게 다져진 모래사장으로 내달리는 기분은 가히 환상적이다. 들판을 가로질러 콩돌 해수욕장에 가면 연인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콩돌과 함께 파도에 씻겨 해변을 따라 굴러다닌다. 백령도는 섬이지만 논이 많아 쌀을 자급자족하고도 남아 육지로 내다 판다고 한다.
들판을 지나면 심청전에 나오는 공양미 삼백석이란 말이 떠오른다. 이 섬의 지명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심청전과 불교에 관계되는 곳이 많다. 연화리는 한 때 연꽃이 피는 연지라는 못이 있었던 곳이고 장촌 마을은 '뺑덕어멈'이 살았던 곳이다. 절골은 오랜 옛날에 절이 서너 개 있었다고 전해오는 계곡이다.
북향의 포구인 두무진 항에서 해안을 지나 호젓한 오솔길을 타고 오르면 멀리 북한의 장산곶과 인당수가 보이는 언덕에 '통일기원비'가 세워져 있다. 형제바위와 선대암이 우뚝 선 여기를 서해의 해금강이라 한다. 자연은 그 어떤 인공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백령도는 바다사자, 가마우지 등 희귀동물과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분포하고 있는 생태의 보고다.
바다와 가까운 저지대에는 습지도 잘 발달하여 갈대를 비롯한 수생식물들이 무수히 자라고 있다.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아열대 작물인 키위를 재배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보인다.
청정한 섬 백령도에 연화정사라는 절이 있다. 평화를 갈구하는 해수관음상의 염원이 저 해변의 철조망 너머로 퍼져 북녘땅을 향한다. 연화정사는 불교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백령도에 효행수련원 연화도량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우리에게 '발우'의 의미를 잘 알려주신 어떤 스님이 주지로 계시면서 발우전시관도 함께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