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방렴’은 우리 선조들이 고안해낸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법으로 독특한 어업문화이다. 대나무 죽(竹), 막을 방(防), 발 렴(簾)이란 한자어에서 보듯 대나무 어사리라고도 부르며 조선시대에는 방전이라고 부르기도 한 고기를 잡는 정치망이다. 죽방렴은 V모양의 대나무를 참나무 말목에 주렴처럼 엮어 물살이 빠르고 수심이 얕은 갯벌에 깊이 박아 물고기를 잡는 원시어장인 것이다.
예종 원년에 편찬된 《경상도속찬지리지(慶尙道續撰地理誌)》의 남해현에 관한 내용에는 오래된 전통어업으로 지족해협에서 행해진 죽방렴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러한 기록으로 볼 때 죽방렴이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닌 원시적인 어업방식임을 알 수 있다. 남해도와 창선도 사이의 좁은 물길(손도)에 설치된 죽방렴은 물살이 쌘 곳에 놀던 멸치가 썰물 때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죽방렴으로 밀려가 갇히면 어부가 뜰채로 떠서 바로 삶아 말린다.
그래서 멸치의 모양도 그대로 유지되고, 비늘도 그대로라 칼슘이 풍부하고 맛이 좋다. 이런 연유로 남해 죽방렴은 어로 방식의 이색적인 모습과 일반 멸치와 다른 맛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자연경관과 함께 명승지로 지정받았다.
그런 남해 죽방렴을 그냥 간단하게 알리는 방법이 뭘까 궁리하다가 시를 썼다. 긴 서술보다는 차라리 이 시 한 편으로 남해죽방렴을 대신하는 것이 보통사람들이 죽방렴에 접근하기가 좋은 듯하여 오고 가면서 죽방렴을 본 느낌을 읊어 본다.
죽방렴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 지족마을과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면 지족마을 사이에는
손도라는 물길이 생겼지요
썰물과 밀물이 사이좋게 오고 가는 길
밀물보다 썰물이 좋다고
생각 없이 썰물하고만 와르르 몰려다닌 멸치군단들 그만 갇혔네요
둥근 원형 속에 갇힌 줄도 모르고 멈추지 않는 멸치들의 수다
여섯 시간 십이 분 삼십 초면 끝나는 썰물과의 데이트에 마냥 신이 났군요
망운산으로 넘어가던 노을이 싱긋
호구산에서 내려오던 바람도 찡긋
대방산을 지키던 봉화는 넘실넘실
큰 우주에서 내려다보니 죽방렴은 작은 우주
멸치랑 썰물이랑 눈치도 없이 다정하네요
무르익은 사랑이 배어든 맛
아, 이 맛이네요
세상에서 가장 맛난 멸치 맛
남해죽방렴이 낳은 최고의 맛
썰물과 멸치가 나눈 사랑의 극치
당신께도 드리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