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선택은 비열한 자기모순의 정치


대통령선거가 6개월 정도 남은 시점에 여당과 야당은 대통령후보 선발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갔다. 대통령을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사람이 여야와 무소속을 합쳐 족히 30명이 넘을 정도다. '대통령병'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5일 충청권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권리당원 과반 이상을 득표하여 이낙연 후보를 여유있게 제치고 대통령 후보에 한발 다가섰다. 반면 이날 야당인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경선룰에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을지 여부를 두고 홍역을 치렀다. 정홍원 선관위원장이 홍준표, 유승민, 하태경 등의 반대에 부딪혀 사퇴의사를 밝혔다가 이준석 대표의 만류로 번복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결국 국민의힘 선관위는 마라톤 회의 끝에 이날 밤 늦게 새로운 경선룰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한바탕 분란 끝에 결국 역선택 방지조항을 채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1차 컷오프 여론조사 대상에 당원 20%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본선 경선에서 당원투표 50%와 함께 여론조사 50%를 시행하면서 야당 유력후보와 일대일로 경쟁할 경우 후보적합도가 누가 높은지를 묻기로 했다. 역선택 방지조항과 비슷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절충안을 국민의힘 선관위가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책임정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정당정치의 근본 정신에 비추어보면 특정 정당의 후보를 놓고 전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 이론적으로 보면 당원 투표 만으로 후보를 선발하는 것이 옳다. 이렇게 하지 못하고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일정 부분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인 고육지책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역선택이다.


여기서 우리는 역선택이라는 코미디 같은 행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인 국민의힘 후보 여론조사에 여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참여하여 최종 대선에서 상대하기 만만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 거꾸로 집권 여당에서 경선 여론조사를 해도 야당지지자들에 의한 역선택은 방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남의 집 잔치에 몰려가서 각설이타령을 하며 훼방을 놓는 거지패들도 대낮에 공개적로 깽판을 쳤다. 그러나 역선택은 은밀한 방법으로 교묘하게 상대편을 교란시키는 아주 비겁한 짓이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아는 국민의힘 일부 예비후보들이 역선택 방지조항을 두면 안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는 자기당 지지자들이 아닌 정적으로부터 낙점을 받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역선택이라는 가장 비민주적인 행태에 농락당할 수 밖에 없는 국민 여론조사는 우리나라의 정당정치가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이번에 국민의힘 선관위가 역선택 방지 조항을 경선룰에 넣지 못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자기 모순적이고 비열함의 극치를 보이는 정치 행태인 역선택을 방지하는 장치는 여야를 막론하고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이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민주주의자라고 볼 수 없다.



편집부 기자
작성 2021.09.06 11:03 수정 2021.09.0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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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