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夕 추석
已過七夕到秋夕 이과칠석도추석
九十秋光正値中 구십추광정치중
天上最明今夜月 천상최명금야월
人間催老此時風 인간최로차시풍
村兒遊戱逢佳節 촌아유희봉가절
野叟農談次歲豊 야수농담차세풍
平朝坐看麗朝史 평조좌간려조사
是日相論女子功 시일상론여자공
추석
벌써 칠월칠석은 지나고 추석에 이르니
구십 일 가을빛이 정확히 가운데가 되었구나.
오늘 밤 하늘의 달은 일 년 중 가장 밝고
이 시절에 부는 바람은 사람 늙기를 재촉하네.
마을 아이들은 좋은 시절 만나 뛰놀고
농부들 농사 이야기는 내년도 풍년인데,
아침에 곧게 앉아 고려와 조선의 역사를 보니
이 날은 양쪽이 서로 여자의 공을 논하고 있도다.
[이은춘]
해산 이은춘은 1881년 12월 19일 경남 창원군 구산면 마전리에서 아버지 이영하, 어머니 정귀선의 제6남으로 태어났다. 소년시절에 창원군 진북면 정삼리에 있었던 서당에서 한학을 공부하였다. 청년시절에는 한강 정구의 후학으로 성리학을 공부하면서 교동향교에서 가운 허정덕, 화산 임재식 등과 함께 지역유림으로 활동하였다.
경남 일대의 수많은 재실과 정자, 사당에 상량문이나 현판 또는 기문으로 그의 족적이 남아 있다. 1966년 음력 11월 7일에 생을 마감한 해산 이은춘은 근대 경남 지역의 대표적 유생이다.
그는 세상을 마감하는 날 아침에 속을 깨끗이 비우러 화장실을 다녀와서 장손 이용효에게 "나 오늘 오후에 간다"고 말한 후, 그날 오후에 손녀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사이 좋게 잘 살아라"는 유언을 남기고 86세를 일기로 선승처럼 세상을 떠났다. 발인 날짜와 시간, 장지 묘소의 좌향까지 증손 이봉수에게 미리 알려주고 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