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이순신의 합포해전지는 진해 학개(鶴浦) 아닌 마산 합포(合浦)"

서울여해재단 이순신학교 이봉수 교장,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 논문 게재

합포해전지 위치 비정(比定)에 관한 연구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왜군과 싸워 적선 5척을 불태워 없애고 승리한 합포해전 장소가 어디인지를 새롭게 조명한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를 계기로 학계는 물론 이순신 연구가들과 해당 지자체 등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여해재단(이사장 윤동한) 이순신학교 이봉수 교장이 쓴 합포해전지 위치 비정(比定)에 관한 연구가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에서 발행하는 문화역사지리 제33권 제2에 게재되었다.


이봉수 서울여해재단 이순신학교 교장


159254(음력) 여수를 출발한 이순신 함대가 경상도 해역으로 진출하여 57일 정오경에 거제도 옥포에서 최초로 승리했다. 그날 오후 거제도 북단의 영등포(현 거제시 장목면 구영리)로 진출해 있던 이순신함대가 신시(오후 4시 전후) 무렵에 멀지 않은 바다 가운데를 항행하는 적선 5척을 추격하여 격멸시킨 해전이 합포해전이다. 이순신 장군이 선조에게 보고한 장계 초록인 임진장초옥포파왜병장에 나타난 합포해전에 대한 기록은 다음과 같다.

 

거제도는 산세가 험준하고 수목이 울창하여 사람들이 들어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당장 적의 소굴에 있는데, 배에 사부가 없고 또한 뒤로 포위될 염려가 있으며 날도 저물어 가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영등포 앞바다로 물러나와 군졸들에게 나무하는 일과 물 긷는 일을 명령하고 밤을 지낼 준비를 하였습니다. 신시경에 멀지 않은 바다에 다시 왜의 대선 5척이 지나간다.’라고 척후장이 보고하기에 여러 장수들을 거느리고 이를 쫓아서 웅천땅 합포 앞바다(熊川地合浦前洋)에 이르자 왜적들이 배를 버리고 육지로 올라갔습니다. 사도첨사 김완이 왜대선 1척을, 방답첨사 이순신이 왜대선 1척을, 광양현감 어영담이 왜대선 1, 같은 부의 소속으로서 방답진에서 귀양살이하는 전 첨사 이응화가 왜소선 1척을, 신의 군관 봉사 변존서, 송희립, 김효성, 이설 등이 힘을 합하여 활을 쏘아 왜대선 1척을 모두 남김없이 부수어 불태우고 밤중에 노를 재촉하여(乘夜促櫓) 창원땅 남포 앞바다에 이르러 진을 치고 밤을 보냈습니다. 同巨濟一島 山形嶮巇 樹木鬱茂 人不能容足叱分不喩 當在賊窟 船無射夫 亦恐有繞後之患 日亦向暮 未遂其志 退駐永登浦前洋 令軍卒樵汲 以爲經夜之計爲白如乎. 申時量 不遠海中 又倭大船五隻過去是如 斥候將報變爲白去乙. 領諸將追逐 至熊川地合浦前洋 倭賊等 棄船登陸爲白去乙. 蛇渡僉使金浣 倭大船一隻 防踏僉使李純信 倭大船一隻 光陽縣監魚泳潭 倭大船一隻 同部統屬防踏謫居前僉使李應華 倭小船一隻 臣矣軍官奉事卞存緖 宋希立 金孝誠 李渫等 同力射矢 倭大船一隻爲等如 無遺撞破焚滅 乘夜促櫓 至昌原地籃浦前洋 結陣經夜"

 

그동안 합포해전이 있었던 장소가 현재 지명으로 어디인지에 대해 여러 이론이 있었다. 일찍이 이순신을 연구한 이은상, 조성도 등이 합포(合浦)를 현재의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일원으로 비정(比定)한 바 있다. 이후 근자에 일부 이순신 연구가들이 합포해전지는 창원시 마산합포구가 아니고 창원시 진해구 원포동에 있는 학개(鶴浦)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진해 학개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지는 옥포파왜병장에서 웅천땅 합포(熊川地合浦)’라고 했고, 당시 상황론적으로 해전을 치를 수 있는 곳은 거제도 영등포 바로 위의 학개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해전지 비정을 위한 연구는 지리학이나 지명학이 아닌 군사학이나 일반 역사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주도하였다. 합포해전지에 대해서도 지리학과 지명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고 비정(比定)한 사례는 찾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해전지 비정을 위해서는 현장답사를 통한 검증이 필수적인데 이를 간과하고 문헌 기록만으로 결론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하여 이봉수 교장은 합포의 내력과 지명의 변천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고문헌과 고지도를 바탕으로 탐색하는 작업과 함께 요트를 타고 판옥선의 속도인 시속 7km로 항행하면서 두 차례에 걸쳐 현장 실측검증을 했다.

 

이 교장은 임진장초기록을 바탕으로 신증동국여지승람, 세종실록지리지, 삼국사기, 고려사, 경상도읍지, 창원웅천읍지, 김종직의 점필재문집, 한강 정구가 쓴 함주지 등의 고문헌과 청구도, 동여도, 대동여지도, 해동지도 등을 탐색한 결과, 합포는 신라 경덕왕 이후 임진왜란 당시까지 일관되게 현재의 창원시 마산합포구 일대임을 밝혀냈다. 대신 현재의 창원시 진해구에 해당하는 조선시대 웅천현 관내에는 합포라는 지명이 그 어디에도 나타나 있지 않아 진해구 원포동 학개(鶴浦)를 합포(合浦)라고 주장할 만한 문헌적 근거가 전혀 없는 치명적 문제점을 발견했다.

동여도(규장각 한국학연구원)


그리고 이 교장은 鶴浦=合浦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문학적으로나 한자의 기본적인 음차에 비추어 보아도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임진장초의 웅천땅 합포(熊川地合浦)’를 논거로 제시하는 것도 실제는 웅천땅 합포 앞바다(熊川地合浦前洋)’가 정확하며 앞바다(前洋)’라는 두 글자 차이는 웅천땅과 창원땅이 연접해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해전지의 범위를 완전히 다르게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말한다.

 

또한 합포해전 당일의 상황을 재현하기 위하여 이 교장은 경남시민문화네트워크와 합동으로 합포해전이 일어난 날과 일몰시간이 거의 같은 2020616일과 74일 두 차례에 걸쳐 현장 실측 검증을 실시하였다. 요트를 타고 거제 영등포에서 진해 학개와 마산 합포를 경유하여 남포(현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난포리)로 가는 코스였다. 요트는 시속 7km로 항행했으나 여름날 판옥선이 순풍에 돛을 달고 노를 저어 적을 추격하는 상황이라면 이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616일 실측 결과 영등포에서 신시(오후 4)에 출발하여 진해 학개까지 가는데는 55분이 소요 되었고 다시 학개에서 창원땅 남포로 가는데는 1시간 10분이 소요되었다. 적이 버리고간 함선을 불태우는데 걸린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일몰 전에 남포에 도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반면에 74일 실측 검증 결과 거제도 영등포에서 마산 합포까지는 2시간 39분이 소요되어 합포해전 당일의 일몰시간인 742분보다 1시간 정도 빨리 도착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전투를 치르고 나서 밤중에 노를 재촉하여(乘夜促櫓) 창원땅 남포 앞바다에 이르러 진을 치고 밤을 새웠다는 이순신 장군의 기록과 일치한다.

합포해전 상황도 (이봉수 교장 제공)


이 논문은 문헌기록과 현장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합포해전지가 현재의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회원구, 성산구 사이의 마산만 일대임을 밝혀냈다. 다만 왜군들이 배를 버리고 상륙한 구체적인 지점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연구가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합포해전지 비정과 관련하여 경남 창원시는 진해구에 있는 '진해바다 70리길'을 조성하면서 진해구 원포동 학개(鶴浦) 마을 일대를 '합포해전승전길'로 정하고 안내표지판을 설치해 놓고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 지하에 있는 '충무공이야기' 영상관,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충무공리더십국제센터, 거제시 옥포동에 있는 옥포대첩기념관 등에도 합포해전지가 진해구 원포동 학개 마을로 표시되어 있다.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된 이번 논문과 관련하여 이 교장은 그동안 인터넷 블로그와 저서 이순신이 지킨 바다등을 통하여 합포해전지는 진해 학개가 아니고 마산 합포라고 꾸준히 주장하면서 경남도와 창원시 등에 철저한 고증작업을 거친 후에 각종 기념사업을 추진할 것을 수차례 건의했지만 반응이 없어 1년 여의 준비작업 끝에 논문을 쓰게 되었다. 창원시가 앞으로 진해 학개 일대에 더 큰 기념사업을 추진한다면 큰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명 기자 jmyung@naver.com  


정명 기자
작성 2021.09.19 12:40 수정 2021.09.19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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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