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의 양심선언] 시인의 의자·28

김관식

시인의 의자·28

-웅덩이 지키미

 

 

토마스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 첫행에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기억과 욕망을 뒤섞고/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겨울은 따뜻했었다.”라고 했다. 라일락은 우리말로 수수꽃다리, 우리나라 기후에서는 2월은 가장 잔인한 달/코로나 번지는 때에 매화꽃을 피워내고/아집과 욕심에 눈이 뒤집혀/세찬 봄바람이 뿌리를 뒤흔든다./겨울은 마스크 쓰고 답답했었다로 패러디해 보았습니다.


시인의 의자는 황무지보다 더 포악한 갑골문자가 굳어져 있었다. 골다공증을 앓은 재활용 박스, 웅덩이 관리원 할아버지가 시인의 의자에 잠시 걸터앉아 울먹이곤 했습니다


밤마다 철새들이 찾아와 웅덩이 공원에서 머물다가 이른 아침 사람들이 올 때면 강변으로 날아가곤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로 답답한 사람들이 웅덩이 생태공원을 자주 찾아오곤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찾아온 사람들이 가지고 온 음료수와 음식물을 먹고 버린 쓰레기를 웅덩이에 그냥 던져놓고 갔습니다.


쓰레기장 주변의 환경을 생태공원으로 바꾸어놓은 웅덩이 지킴이 할아버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갔습니다. 웅덩이 지킴이 할아버지는 날마다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수거하는데 한나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아름다운 생태환경을 조성하여 볼거리를 만들어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그 고마움도 모르고 자꾸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정말 얄미웠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만 최근에는 평균수명이 늘어나 100세 시대에 세 살 버릇 백 살까지 간다로 바뀌었다가 전혀 버릇이 바뀌지 않자 세 살 버릇 무덤까지 간다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가짜 시인들이 참 시인으로 거듭나겠다고 열심히 시를 쓰기 위해 노력하는 척하더니만 제 버릇은 고치지 못한 모양입니다. “갓 쓴다고 선비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속담이 맞긴 맞나봅니다. “개 버릇 남 주겠습니까?” 다시 시와 현실을 혼돈 하는 이상 증세를 보이는 시인들이 생겨났습니다. 시는 경험을 소재로 시인의 상상력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처럼 시인이 느낀 정서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감각적인 묘사하기도 하고 진술하는 등 언어를 적절하게 선택하고 배열하여 압축한 그야말로 세공의 과정을 거쳐야 시 한 편이 완성되는 걸 그들은 몰랐습니다.


그저 즉석에서 떠오른 생각들을 정당히 끄적거려서 마구 적어놓은 낙서에 불과한 것을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아무렇게나 적는 초현실주의 자동기술법과 유사한 관념놀이를 시로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굳어버린 무딘 감수성과 낙서 버릇을 못 버리고 다시 엉터리 시 쓰기를 고집하며 감투노름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용돈이 생길 소문을 쫓아다니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습니다


신축년 소띠 해 키우던 소가 계속해서 가격이 올라갔습니다. 신명이 났습니다. 그러자 밥도 나오지 않는 시 쓰기는 모두 접기로 했습니다코로나시대 주식시장으로 돈이 모여 연일 주가지수가 3천선을 웃돌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주식투자로 한밑천 잡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루에 투자한 주식이 적중하여 주가가 오르면 며칠 만에 수백여 만원을 웃도는 공돈이 생기자 모두 소를 팔고 돈을 빌려 증권회사로 몰려들었습니다. 날마다 핸드폰으로 주식시황을 살폈습니다. 전화가 오는 것도 귀찮아졌습니다.

 

시가 돈이 됩니까? 밥이 나옵니까? 돈이면 최고인 세상에서 돈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시는 유식한 척 자신을 돋보이는 명예 상승의 도구로 이용하려 했는데, 이것 감투싸움, 시인의 의자에 앉은 웅덩이 지킴이 관리인 할아버지를 다시 우습게 보는 동물적인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가짜 시인들은 여전히 어려운 시 보다는 버릇대로 관념의 말장난, 언어노름으로 시 아닌 엉터리 시를 쓰며 자기만족에 빠졌습니다.


문학은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진실을 외면한 거짓 글은 위선이며 악마의 글이 되고 맙니다. 文學作品이 아니라 無學作品이 되는 겁니다. 다시 시인의 의자에는 찬바람이 붙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시인의 의자가 농협, 은행, 사채시장, 증권회사, 법원으로 갈지도 모를 일입니다미쳐서 돌고 도는 돈 시, 배를 채울 부를 가져다줄 돈돈한 돈 시, 거짓 시인 활동으로 세금을 갉아 먹을 좀 벌레시를 쓰는 가짜 시인들이 득실되면, 문단이 황무지가 되고 말겠지요. 엘리엇의 황무지를 다시 패러디해야 속 시원하겠지요.


2월을 잔인한 달

코로나 번지는 때에 주식투자 부풀려 뻥 튀고

세 살 버릇이 되살아나 돈에 눈이 뒤집혀

악마의 분노가 휘몰아친다

겨울은 마스크 쓰고 찬바람만 거셌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김관식 kks41900@naver.com

 

 

 

이정민 기자
작성 2021.10.11 09:27 수정 2021.10.1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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