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 지났는데 계속 늘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여름에야 날씨 탓을 했지만, 아침저녁으로 글쓰기에 좋은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게으른 데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생각해보니 10월에는 공휴일이 무척 많다. 거기에 더해 올해부터는 주말과 겹친 공휴일을 보상해주는 ‘대체휴일’까지 시행되니 10월 한 달에만도 연휴를 두 번씩 맞게 된다. 휴식을 통한 충전의 시간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몸이 풀어지며 마음도 느슨해지다 보니,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자기 경고의 등이 켜진다. 속절없이 무너지던 내게 경종을 울리는 세 작가의 글이 다가왔다.
먼저 휘트 버넷(Whit Burnett)의 글이 눈길을 끈다.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아주 단순한 네 가지이다. 보고, 기억하고, 반영하고, 기획하는 것, 그리고 하나를 덧붙인다면 끝까지 이 자질을 가다듬는 것이다.” 이 글을 보고, “아, 맞다. 정말 그러네.”라며 끄덕이게 된다.
다음 헨리 제임스(Henry James)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끊임없이 시대의 공격, 사람들의 탐욕, 자신의 절망을 관찰해야 한다. 저술이란 현실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그것을 냉정히 이용하는 것이다.” 제임스의 글을 접한 순간, 망치에 머리를 맞고 정신이 퍼뜩 깨어난 듯했다. 이내 신선한 바람이 머리를 스쳐간다.
마지막으로 플로베르(Gustave Flaubert)가 말을 건네 왔다.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표현할 올바른 단어는 하나뿐이며, 형용사도 동사도 하나뿐이다. 당신은 그 단어 그 동사 그 형용사를 찾아야만 한다. 근사치에 만족하거나 곤혹을 피하고자 요령을 부리거나 혹은 현명한 누군가에게 의뢰하여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일 등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그의 말은 길었으나……. 나는 길게 말할 수 없었다. “오, 플로베르!”
코스모스가 바람에 끝없이 하늘거리는 계절. 그들의 말은 바람이 되어 한없이 나를 흔들고 있었다.
[신연강]
인문학 작가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