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나이 들면서 '공감의 폭'을 넓혀라

여계봉 선임기자

고독한 시대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외롭다"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고독감을 어떻게 떨쳐내야 할까. 고독감을 극복하는 첫걸음은 외로움이 몸과 마음 모두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인식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 수준으로 해롭다고 한다. 외로움이 심하면 치매는 물론 심장병, 뇌졸중에 걸릴 위험도 덩달아 높아진다. 슬프게도, 인간은 사회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되었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마음만 외로운 게 아니라 몸도 아프다. 몸과 마음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생애 18% 기간을 크고 작은 병에 걸린 상태로 보낸다고 한다. 그런데 100세까지 장수하는 사람들은 그 수치가 평균 5%에 그친다고 한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으로 대다수가 '운동' 또는 '식습관'을 든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들은 헌신적인 애정, 폭넓은 사회적 관계망(net work), '공감대(共感帶) 형성'이 장수의 필수요건임을 보여준다. 적당한 운동과 식습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건강한 사회적 관계 맺기'가 훨씬 건강 장수에 필수라는 얘기다.

 

'2020년 어르신 게이트볼 대회'(부산시 체육회 제공)


월스트리트 저널은 과학 저널리스트인 마르타 자라스카(Mart Zaraska)가 쓴 최신작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2020년 나이 듦에 관한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다. 이 책은 그동안 건강을 위해 기울인 노력들이 무의미할 수 있으며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건강한 나이 듦'을 위해 '운동과 식습관에 대한 집착을 멈추라'고 역설한다. 그리고 그 대신 사회성을 갖추고, 이웃을 돌보고, 인생을 즐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책 속에는 '공감의 마법'이 담겨있다.


저자는 온갖 건강보조제와 슈퍼푸드의 효용을 일단 의심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그동안 믿어온 건강 습관이 어떻게 우리를 배신하는지 그 민낯을 밝히며, 2,500억 달러의 노화 방지 시장에 대해 새로운 시각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저자가 학술논문 600편 이상을 읽고 과학자 50여 명과 인터뷰한 결과를 정리한 주요 내용부터 살펴보면, 운동은 사망위험도를 적게는 23%에서 많게는 33%까지 줄여주고, 하루 6인분 이상의 과일이나 채소 섭취는 26%, 하루 3인분의 통곡물 섭취는 23%, 지중해식 식단은 21% 사망위험도를 낮춰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행복한 결혼생활에서 나타나는 헌신적인 애정은 사망위험도를 49%까지 낮출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친구나 가족, 도움받을 수 있는 이웃으로 이뤄진 폭넓은 사회적 관계망과 성실한 성격도 이 수치를 각각 45%, 44%씩 낮춰준다고 밝힌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기대할 수 있다는 믿음만 지녀도 이 수치는 35%가 낮아진다고 한다.

 

외향적 성격은 24%, 자원봉사는 22%를 낮춰주지만 반면에 친구나 친척이 별로 없고 결혼하지 않은 데다 지역사회 단체에 소속되지 않을 경우에는 7년 안에 사망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세 배나 크다고 말한다.

 

특히 만성적인 고독감은 사망위험도를 83%까지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흡연보다 더 나쁜 수치다. 2015년 이후 연구들을 보면 객관적인 사회적 고립감은 사망위험도를 29%까지, 주관적인 고독감은 26%까지 높인다. 그렇지만 주위에 도와줄 사람들이 많아지면 장수 가능성은 91%나 높아진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나이 든 사람들의 우정'은 매우 중요한 '장수 백신'이다. 한 해 동안 친구들을 몇 번 만나지 못한 일본 노인들은 매달 적어도 한 번 이상 친구들과 어울린 사람들보다 사망위험도가 30% 높았다고 밝히고 있다. 여성의 경우에도 친구를 거의 만나지 않는 경우 사망위험도가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들과 풍요로운 가을 들녘을 걸어보라. 사망위험도가 45%까지 낮아진다.

 

저자는 식단과 신체 단련에 쏟는 시간만큼 친구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시간을 쓰라고 단언한다. 건강하게 나이 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임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사실, "사회성을 가져라. 다른 사람들을 돌보라. 인생을 즐겨라."라는 말은 어려운 과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부담을 느끼고 행동할 필요는 없다. 동네 가게에서 물건을 사며 친절하게 한마디 주고받기, 관심 있는 분야의 자원봉사나 그것도 안 되면 어려운 이웃이나 단체에 기부하는 행동도 사회적 관계 구축에 도움이 된다. 조금 더 평등하게, 조금 더 공감하고, 조금 더 이웃과 함께하려 노력하고, 남이 나한테 안 오면 내가 먼저 다가가는, 이런 소소한 삶에 충실하면 더 건강해진다는 증거들이 수두룩하게 많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과의 공감대 형성에 자신이 없다면 반려동물을 상대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좋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만 바라보면 솟아난다는, 스트레스를 날려준다는 그 호르몬, 옥시토신(oxytoxin)은 반려견의 눈을 바라봐도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나이 들면서 '공감의 폭'을 넓히는 것이 건강해지는 비결이자 지름길이다.



 

 

여계봉 선임기자

yeogb@naver.com



여계봉 기자
작성 2021.10.13 11:15 수정 2021.10.1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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