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목마름에 아비는 젖을 물리고

김문식

 

목마름에 아비는 젖을 물리고

 

 

성큼 내딛는 해거름 소리에

서산 위 붉은 노을이 일고

동녘 하늘에 연보라빛 구름이 퍼진다

 

저문 옷으로 갈아입고

덤불 숲 사잇길로 난 텃밭에서

어둠이 몰고 온 진한 숲 냄새를 맡으며

 

해거름을 넘기며 초저녁을 들추는 사이

발자국 소리에 귀를 세워 

목말라 우는 아이들에게

물 호스를 든 아비는 젖을 물린다

 

예전에 없던 불볕더위에 시달려 

처진 어깨를 다독다독

서로의 가슴을 꼭 껴안아 흔들며

깊어가는 어둠 자락을 덮는다 

 

 

[김문식]

2023년 『문예바다』 등단.

작성 2026.05.13 09:22 수정 2026.05.1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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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