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일간지 ‘질 블라스(Gil Blas)에 1882년 말부터 1883년 초까지 연재되었고, 같은 해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에밀 졸라(1840-1902)가 루공 집안과 마카르 집안의 후손들을 중심으로 제2 제정기의 프랑스 사회를 묘사한 20권짜리 소설 총서인 ‘루공-마카르 총서’의 11번째 작품에 해당하는데 세계 최초의 백화점인 ‘ 봉 마르세’ 백화점과 루브르의 상점 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며 졸라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서 직접 백화점을 찾아가 점원 들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드니즈’이다. 그녀는 아주 가난했으며, 부모를 잃었고 자신들의 동생들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파리에 올라온 그녀는 큰아버지를 찾았지만 큰아버지를 비롯한 소상공인들은 새로 생긴 백화점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드니즈’에게 도움을 줄 수 없었다. 결국 ‘드니즈’는 행복백화점에 일하게 된다. 사실 그녀는 파리에 올라온 이래로 그 백화점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고향에서부터 판매원으로 일한 그녀는 거대한 백화점을 보자 사로잡힌 것이다.
마침내 일을 하게 된 드니즈는 백화점에서 텃세부리는 사람들로부터 아주 힘든 생활을 한다. 괴롭힘과 왕따를 당하지만 잘 버티며, 점점 단단해지고 성숙해진다. 그 과정에서 그녀에게 빠진 두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입사 동기인 ‘들로슈’와 백화점의 사장 '무레'이다. 드니즈도 무레를 좋아했으나 자신의 처지와 그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 때문에 그를 밀어낸다. 계속 밀어내는 드니즈 때문에 무레 마음은 점점 타들어 가는데 둘 사이의 러브라인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품의 시간적 배경이 1860년대인데, 졸라가 묘사한 백화점의 모습은 지금 현대의 백화점 모습과 똑같다. 졸라가 ‘여인들의 행복백화점’을 펴낸 때가 1883년, 그렇다 해도 1880년대와 21세기의 백화점 사이에 별 차이 없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고객들이 백화점에 있는 모든 제품을 볼 수 있게 빙 돌아가게 하면서 충동구매를 하게 한 전략, 백화점 입구에 세일 상품들을 파는 매대가 있는 것, 음료를 마시며 신문을 읽거나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탈의실과 엘리베이터, 쇼핑한 물건들을 발송하는 부서가 따로 있었으며 마차가 택배 역할을 했다. 또한 백화점의 이름이 새겨진 풍선을 나눠줘 저절로 광고 효과를 내고, 대대적인 바겐세일 전단지 뿌리기와 이벤트 선물 등이 시행됐다. 정가제와 통신판매, 반품 제도까지 있었으며 심지어 음악회도 열렸다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기계처럼 돌아가는 백화점의 모습에서 졸라는 거대 자본주의의 병폐도 보여주는데 이것 역시 지금과 같다. 직원들은 기본급을 받지만 판매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동료보다 많이 팔아야 내 손에 들어오는 게 많은 만큼, 동료들 간 경쟁의식이 기본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승진하기 위해 동료를 밟고 올라서고 직원들 사이엔 차별과 따돌림이 깔려있다. 가장 주목해서 봤던 대목은 대기업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몰락이었다.
현대적 상업사회가 시작되면서 점점 소상공인들의 입지는 작아진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그것을 인정하거나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계속 무모한 도전을 한다. 이로 인하여 빚만 늘어난 채 계속 나락으로 떨어진다. 대표적으로 ‘드니즈’의 가족 큰아버지 ‘보뒤’가 바로 그 예이다. 큰아버지의 욕망과 무모함으로 인해 그의 가족은 점점 부서졌다. 직원이 줄고, 손님이 없어지고, 큰딸의 예비 사위는 바람났으며, 큰딸은 상사병으로 죽고, 그녀의 어머니는 딸을 그리워하며 생을 마친다.
반면 여인들의 행복백화점 안에서는 여전히 흥청망청 돈을 써 대는 여인들은 욕망이 들끓었다. 백화점은 사람들에게 욕망을 실현할 수 있게 끊임없이 유혹했고 사람들은 결국 거기에 굴복했다. '백화점이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는 이들의 절규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백화점 초창기 멤버였던 ‘로비노’는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지만 그 역시 거대 공룡에 맞서기엔 역부족이다. 백화점 주변의 포목점들을 비롯해 모자, 장갑, 잡화점 등은 줄줄이 문을 닫는다. 이 가운데 우산 장인인 부라 영감이 백화점의 확장 사업에 밀려 임대 계약 기간이 남았음에도 결국 쫓겨나는 모습도 현재와 닮았다.
또한 비수기 때 직원들이 대량 해고되고, 사장의 손가락 하나에 부당 해고되는 모습도 진행형이다. 거대한 흐름 속에 변화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행복백화점은 더욱 확장하고 ‘옥타브 무레’의 주변 상권을 장악한다. 하루 10만 명의 고객에 매출만 100만 프랑에 달한다. 그리고 마침내 옥타브 무레는 드니즈에게 청혼을 하고 그녀는 망설임 끝에 이를 수락한다.
이 작품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거대 자본의 폐해성이니 에밀 졸라는 천재적인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뿐이다. 코로나 19시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영세업자들이 여기저기에서 쓰러지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운 시대, 가족 외식 대신 배달음식이라도 시켜 먹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살리는데 미약하나마 도움이 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누가 말하는 기본 소득이 답이 될 수 없다. 유리 지갑에서 계속 돈을 빼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할 수는 없다.
결국 국가는 코로나19의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모든 여건을 마련해주는데 온힘을 다해야 한다. 부스터 샷을 비롯한 백신 빨리 맞추기, 코로나 치료제 신속 확보 등이 시급한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K-방역이라고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치적만 홍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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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