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는 뱃속에 돌뭉치를 넣고 산다. 어금니가 없어 통째로 삼킨 먹이를 소화시키는 데 맷돌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거북이나 물소같이 크고 딱딱한 먹이를 분해하는데 위산만으로는 어림도 없을 법하다. 게다가 돌들은 선박의 바닥짐처럼 악어가 물에서 부침(浮沈)하는데 도움을 준다. 근간 생명과학지에 소개된 동물들의 환경적응력이 흥미롭다.
새들은 어떻게 수천 마일 목적지까지 정확히 날 수 있는 것일까? 북극 제비갈매기 같은 철새는 매년 2만 마일 이상을 왕복한다고 한다. 이들은 몸 속의 강한 자석체를 이용, 지구의 자력계와 방향을 일치시킨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비둘기들은 활공 루트를 익히는데 지형지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기린의 적응력도 놀랍다. 15-6피트나 되는 머리까지 피를 공급하려고 심장이 소보다 두 배나 빨리 뛴다는 것이다. 게다가 머리를 숙일 때 피가 역류하지 않도록, 또 발에 피가 고이지 않도록 혈관 구조가 아주 촘촘하고 세밀하게 되어있다고 한다.
큰 동물들의 적응력도 놀랍지만 압권은 단연 개미들이다. 개미들의 적응력은 제 땅과 종족들을 지키려는 본능에서 나온다. 지구상에 가장 오래된 농사꾼이 개미들이다. 남미의 파라솔 개미들은 나뭇잎을 잘라 영양가 있는 펄프로 만든 다음 이를 먹여 곰팡이를 키운다. 일종의 버섯 농사이다. 잡초도 솎으면서 정성 들여 키운 곰팡이들을 수확해 양식으로 삼아온 지 수백만 년이 흘렀다. 인간들의 농경 역사가 불과 만 이천 년인데 비하면 비교도 되지 않는다.
또 개미들은 가축 사육도 한다. 진딧물들을 키워 그들이 분비하는 단물을 채취한다. 마치 젖소에서 우유를 짜는 것과 같다. 아예 진딧물 알들을 우리 속에 가둬 키우며 천적들로부터 보호해주고 공생한다. 성충 암컷 진딧물들이 우리를 벗어나면 다시 잡아오는 게 가축농장주와 꼭 같다.
놀랍게도 개미들은 농장과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병충해를 방지하는 법도 터득했다. 항생제를 분비하는 박테리아를 사육하는 것이다. 개미들은 이로운 박테리아를 살갗 위에 키우며 땀샘에서 분비되는 영양분을 먹여 공생한다.
반면에 인간들은 어떤가? 트럼프는 미 대통령이 된 뒤 인류들의 농장인 지구를 포기하고 있다. 온난화로 뜨거워지는 지구를 외면하고, 인류의 가치인 “환경보호”에 역행하고 있다. 이달 초, 세계 196개국이 합의한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전격 탈퇴한 것이다. 북한도 찬성한 범(凡) 지구적 환경 협정을 팽개치고 말았다.
트럼프의 이런 행보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하기 위함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그는 국제사회의 오랜 규범인 인권 존중과 자유무역의 가치를 잇달아 일방적으로 파기, 돌출적 행보를 보였다. 미국을 위대하게 하려고 지구를 망치는 일도 불사하겠다는 궤변인 것이다
지구가 없으면 미국도 존재할 수 없다. 이제는 세계가 글로벌 리더의 권위를 부여했던 미국의 윤리적, 이념적 가치에 대해 회의를 품고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신을 반대되는 모든 지구촌 사람들과의 소통조차도 외면하고 있다.
개미는 자신들의 농장을 지켜내기 위해 컴퓨터같이 효율적인 영농법을 사용한다. 즉, 개미는 먹이까지 항상 최단 거리를 찾아낸다. 이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서로의 소통을 통해 이루어진다. 개미는 가는 길에 페로몬이란 물질을 분비하고 제일 먼저 도착한 개미의 강한 페르몬의 자취를 무리가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개미들은 종족 보전을 위해 힘을 합해 삶터를 가꾸고 소통할 줄 안다. 그러나 인간들은 권력욕 충족과 이익 추구를 위해 종족 말살도, 지구 파괴도 서슴지 않는다.
개미와 인간 중에 누가 영물이고 누가 미물인가? 이 차이때문에 개미들은 수천만 년을 생존해왔지만 인간들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김희봉]
서울대 공대, 미네소타 대학원 졸업
Enviro 엔지니어링 대표
캘리포니아 GF Natural Health(한의학 박사)
수필가, 버클리 문학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