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설회사들은 아직 시공도 하지 않은 신축 아파트 발코니를 확장하여 공급하겠다면서 분양 계약자에게 거액의 돈을 미리 받아 챙기고 있다. 이는 건설회사가 우리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과 같다. 최근에는 계약 단계에서부터 발코니 비확장은 안 된다면서 확장을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 그 무엇보다 아파트 발코니 확장에 대한 결정은 분양 계약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건설회사가 이처럼 상당한 무리수를 둬서까지 발코니 확장에 안달하는 것은 공정의 단순화로 작업 능률은 크게 오르면서 상상을 초월할 만큼 공사비가 절감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발코니 확장보다 비확장형으로 공사를 하게 되면 오히려 더 많은 돈이 들어갈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더군다나 국내 건설회사들이 아파트 발코니 확장비를 너무도 쉽게 받아 챙길 수 있었던 비결은 우리 부모님 세대가 큰 역할을 하였다. 그 당시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가 찢어질 정도로 가난하게 살아온 아픈 역사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급격한 산업 발전과 수출 호황으로 가계 소득 증가를 기적적으로 이루어 냈다. 이 무렵부터 사람들은 하나둘씩 주거 안정과 환경에 눈을 돌리게 된다.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기 신도시가 조성되기 훨씬 전의 일이다.
이즈음 내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사를 가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발코니를 확장하여 대여섯 평에서 많게는 열몇 평씩 넓게 살아가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그러기 위해선 상당한 돈을 들여서 거실 창과 각 방의 답답한 철근 콘크리트 벽을 철거해야만 했다. 요즘처럼 주택과 아파트 공급이 많지가 않던 시절이라 일반인들은 발코니가 확장된 지인의 주택을 구경하면서 무척 부러워했다. 이런 환경이 수년 동안 지속되다 보니 우리 국민들은 집단으로 발코니를 확장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돈이 별도로 들어간단 인식을 해버리고 만다. 이러한 빈틈을 눈치챈 건설회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신규 분양 아파트 발코니 확장비를 받아 챙겼던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건설회사가 분양 계약자들을 속이고 받아 챙긴 발코니 확장비는 일반인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큰 금액이 된다. 국내에선 1990년 초부터 2021년까지 매년 적게는 20만 세대에서 많을 땐 50만 세대의 아파트가 공급되었다. 한 세대당 발코니 확장비를 평균 천만 원으로 대충 계산해 봤다. 1천만 원 × 년 평균 30만 세대는 무려 3조 원이나 된다. 이런 식으로 지난 30여 년 동안 대한민국 건설회사들이 아파트 발코니 확장비로 받아 챙긴 눈먼 돈이 최소한 90조 원이나 된다. 가끔 미분양 단지에서 아파트 발코니 확장비를 무료로 해주겠다는 광고를 한 두 차례 목격하지 않은 이가 없을 것이다.
이처럼 건설회사로선 아파트 발코니 확장비는 받으면 좋고 못 받아도 그만이기 때문에 미분양이 발생하면 마치 자기네가 먼저 선심을 쓰듯이 발코니 확장비부터 깎아주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따라서 신규 분양 아파트 계약자들은 발코니 확장비가 정말 합당한 비용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지불해야 한다. 필자는 2019년 말 발코니 확장비에 관한 부당함을 주제로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었다. 이때 목표로 했던 청원인을 채우진 못했지만, 이듬해 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신규 분양 아파트 발코니 확장비를 최소 15~30%까지 내리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보다 구체적인 얘기는 2월 28 서울신문 기사에도 실렸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맞다고 하는 것도 가끔씩은 틀린 경우가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건설회사가 아파트 발코니 확장비를 내라고 할 때마다 사람들은 당연히 돈이 들어갈 거란 생각만 하였지 완공도 하지 않은 발코니 확장비를 왜 내야 하는가라고 꼼꼼히 따져본 이는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이후부터 필자의 꾸준한 이의 제기(다음 아고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점차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때도 누구 한 사람 적극 나서질 않았다. 그러다 2019년 10월 국민청원에 이어 그해 11월 중순쯤 필자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짧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이것이 큰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추측한다.
그로부터 약 3개월 뒤인 2020년 2월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발코니 확장비를 15~30%까지 대폭 낮추었다. 보통 방 3개에 거실과 주방이 있는 전용면적 84㎡ 아파트에서 발코니를 확장하면 평균 10.26㎡(주방 확장면적 5.27㎡ 포함) 가량 늘어난다고 한다. 이에 대한 확장비가 1200만 원 수준인데, 새롭게 바뀐 기준을 적용하면 최대 810만 원까지 뚝 떨어지게 된다. 이는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 깨뜨린 결과나 마찬가지다. 지금껏 막대한 자금과 조직으로 꾸려진 전문건설사 집단의 저항이 없었다곤 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 나라 국토교통부가 움직였다.
불공정한 거래가 확실하지 않으면 스스로들 움직이는 정부 기관이 아니기에 필자는 더없이 기쁘다. 국토부의 이번 결정으로 신규 분양 아파트 계약자들은 매년 최소 6천억에서 1조 2천억 원이 넘는 발코니 확장비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므로 필자는 마치 산타가 된 기분이다.
이경수 26k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