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대중가요로 보는 근현대사] 함경도아리랑

반야월·고봉산·하춘화

먼 산에 붉은 너울이 일렁거린다. 노란색 물감을 두툼하게 묻힌 붓으로 꾹꾹 누른 듯한 점들이 여기저기 흥건해진다. 깊은 가을이다. 이런 계절이 오면 우리민족의 고유한 노래들이 응얼거려진다. <아리랑>을 머금은 노래다. 우리 민족에게 아리랑처럼 흔히, 자주, 어느 곳에서나 들을 수 있는 곡조가 또 있을까. 도라지가 이에 버금갈까, 노들강변이 뒤를 이을까.

 

우리나라에 아리랑 가락과 곡조가 36백여 개에 이른다는 사실(fact)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 중에서 조선팔도(강원·경기·충청·경상·전라·제주·평안·함경·황해)를 대표하는 아리랑을 1973년 반야월이 노랫말을 붙이고, 고봉산이 곡을 얽어서 하춘화가 불렀다. 지구레코드공사 음반 JLS-120662 A면에 <제주·서울·황해·평양아리랑>, B면에 <부산·전라·함경·충청·진도아리랑>을 실었다. 그중에 백두산 정기를 품은 <함경도 아리랑>을 읊조려 보자.

 

신고산 타령에다 화물차(항구차?) 소리/ 서광사 산방약수 수련천도 지금도 그대론가 눈에만 삼삼/ 부령 청진 가는 길에 담보 짐도 많더니만/ 아리랑 아라리요 신고산 아리랑/ 아라리가 났구나 함경도 아리랑// 백두산 산상봉에 천지가 있고/ 장송은 늙어 늙어 천년 이천 년/ 화국평(?) 처녀수에 안개 서리고 /이끼 앉은 바위에는 태고 꿈이 서렸으니/ 아리랑 아라리요 백두산 아리랑/ 아라리가 났구가 함경도 아리랑.(가사 전문)

 

하춘화의 목소리가 나오기 전에 짠짠 짜라짜 짠짜~~ 쿵쿵 쿵쿠따 쿵딱~으로 이러지는 전주가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고, 노랫말이 끝나면 날나리 태평소의 휘날레 엔딩 곡조가 우리 전통 멜로디에 휘감기게 한다. 노랫말 가사를 찾으려다가 실패하고, SNS에 탑재된 음원을 몇 번이나 리시브로 들으면서 받아 적었는데, (  )부분을 확실치가 않다. 신고산·서광사 산방약수·부령 청진 가는 길·백두산 천지 등등 아리랑이 아니면 어찌 엮어 낼 가락들인가.

 

20161216일 저녁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아 챔피언십 3차전 경기에서 남북응원단 합창이 울려 퍼졌다. 아리랑이었다. 북한에서도 아리랑은 통한다. 그래서 우리민족은 아리랑 민족이라고 하는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시절 불려진 <광복군아리랑>을 보자.‘우리네 부모가 날 찾으시거든/ 광복군 갔다고 말 전해 주소/ (후렴)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동실령 고개서 북소리 둥둥 나더니/ 한양성 복판에 태극기 펄펄 날려요.’세월을 더하면서 아리랑도 유행가로 패러디가 많이 되었다. 일본 제국주의 강제점령기에 불린 본조 아리랑·진도 아리랑·밀양 아리랑을 비롯하여, 영암 아리랑(하춘화홀로 아리랑(서유석꿈의 아리랑(조용필) 등이 그러하다. 북한에서는 통일 아리랑·철령 아리랑·군민 아리랑·강성부흥 아리랑 등이 이에 속한다.

 

조선 팔도(八道)1895년까지 조선의 광역행정구역 명칭이다. 1413년 태종은 한반도를 여덟 개의 도로 분할하였는데, 1895(고종 32)23부제를 시행해 이듬해인 1896년에 팔도 중 남부 3개 도와 북부 2개 도를 남·북도로 나눈 13도제가 시행되었다. 팔도라는 말은 한반도의 여러 지방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쓰이며, 팔도 아리랑, 팔도 김치로도 불린다. 각 도는 대표적인 도시의 이름의 첫 두 글자로 만들었다. 충청은 충주와 청주 등, 강원도는 강릉과 원주,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 함경도는 함흥과 경성,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를 합쳐 붙인 이름이다. 하지만 경기도는 예외다. 수도()사방 500리 이내로, 임금이 직접 관할하는 땅이란 뜻으로, ()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한민국 아리랑은 2012년 유네스코에 한국의 서정민요(Arirang, lyrical folk song in the Republic of Korea)로 등재되었다. 2014년 북한도 아리랑을 등재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아리랑 민요(Arirang folk song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가 공식 표기다. 민요 아리랑은 남북한을 통틀어 60여 종, 36백여 수에 이른다. 평안도 <서도 아리랑>, 강원도 <강원도 아리랑>·<정선 아리랑>, 함경도 <함경도 아리랑>·<단천 아리랑>, 경상도 <밀양 아리랑>, 전라도 <진도 아리랑>, 경기도 <긴 아리랑> 등이 있다. <정선 아리랑>·<진도 아리랑밀양 아리랑이 우리나라 3대 아리랑이다.

 

<함경도 아리랑>의 첫 소절, 신고산은 산 이름이 아니라 역() 이름이다. 고산역(高山驛)은 북한 강원도 고산군 경원선의 역, 남북 분단 이후 강원선의 철도역이다. 원래 신고산역(新高山驛)이다. ‘신고산이 우르르르 쾅쾅 화물차 떠나는 소리로 시작하는 <신고산 타령>은 일본 제국주의 시절 경원선 부설 당시 신고산이라는 이름의 역이 생긴 마을을 신고산으로, 기존의 동네를 구고산으로 칭한 데서 붙었다.

 

아리랑의 기원과 유래에 대하여는 1930년경부터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으나, 분명한 근거로 정리한 자료는 없고 먼 옛날부터 불려 왔으되, 노래의 후렴구라는 요지만 합일된 상태이다. 문헌상 기원은 1790년경 <만천유고>에 실린 <농부사>의 후렴구라는 통설이 있다. 근래에 은근하게 회자되는 아리랑에 대한 말, ‘아리따운 낭자란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기도 하여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학술적 연구의 가치도 있을 법하다.

 

우리나라 아리랑 노래의 대표선수 같은 <나운규 아리랑>1926년 조선키네마프로덕션 제작으로 단성사에서 개봉된 후, 2년 반 동안 조선반도를 울렁거리게 했다. 가사는 구구절절 그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들의 삶에 곡절을 서사했으니, 민초들의 입에서 흥얼거림이 끊일 날이 있었으랴. 영화는 첫날부터 노랫말을 문제 삼아 조선총독부로부터 탄압을 받게 된다. 당연히 영화보다 주제가가 더 유명해진다.

 

그 시절은 일본 제국주의 식민정책기조가 헌병경찰제 무단통치에서 보통경찰제 문화통치기조로 전환하던 시기다. 이즈음이던 19191027일 김도산이 신극좌(新劇座)에서 영화 <의리적 구투>(義理的仇鬪)를 발표했다. 해방광복 후 1947영화의 날1027일로 지정한 배경이다. 육당 최남선의 <소년> 창간일인 1908111일을 잡지의 날로 정한 이유와도 연결된다.

 

필름 영화는 1923년 윤백남이 민중극단을 주체로 만든 <월하(月下)의 맹세(盟誓)>. 당시 작품들은 대부분 외국영화의 번안 모방 작품으로 봉건시대와 근대의 문명충돌지대에서 파생된 통속 사극이었다. 이 시기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 16년째에 탄생한 <나운규 아리랑>은 우리 민족저항의 감성핵폭탄이었음이 분명하다. 1926101, 아리랑 개봉극장 단성사(團成社) 사장은 박승필이었다. 단성사는 1907년 서울시 종로구 묘동에 세워진 대한민국 최초의 본격적인 상설 영화관이다. 종로3가역 지하철 3호선 출구와 가깝고, CGV 피카디리 1958점과 마주 보고 있다. ~, 아리랑 가을이여.



[유차영]

시인

수필가

문화예술교육사

한국유행가연구원 원장

유차영 519444@hanmail.net



전명희 기자
작성 2021.10.22 11:02 수정 2021.10.22 12:19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전명희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4월 25일
2025년 4월 25일
전염이 잘 되는 눈병! 유행성 각결막염!! #shorts #쇼츠
2025년 4월 24일
2025년 4월 23일
2025년 4월 22일
나는 지금 '행복하다'
2025년 4월 21일
2025년 4월 20일
2025년 4월 19일
2025년 4월 18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7일
2025년 4월 16일
2025년 4월 15일
2025년 4월 14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5년 4월 13일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