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는 1960년 미국에서 출간됐고 이듬해인 1961년 하퍼 리(1926-2016)는 이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40개 국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4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이기도 하고 1962년에 영화화되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쾌거를 이룩했고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로 분한 그레고리 펙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1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 ‘성서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등에 선정된 최고의 수작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제 대공황 시절, 어느 조용한 마을 이야기이다. 변호사인 아아빠 ‘애티커스 핀치’, 오빠인 ‘젬 핀치’ 그리고 ‘스카웃’이 등장한다. 6살인 ‘스카웃’과 그녀의 오빠 ‘젬’은 자신의 집에서 나오지 않는 ‘부 레들리’라는 인물이 무척 궁금하다. 그를 본 사람은 거의 없고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다. 어떤 방법으로 레들리를 밖으로 끌어낼까 궁리하던 차에 누군가가 자신들에게 지속적으로 선물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선물만 주고 사람의 정체는 보이지 않는다.
한편, 두 아이의 아버지 ‘애티커스’는 흑인이 백인 여성인 ‘메이엘라 유얼’을 성폭행했다는 사건에서 흑인의 변호를 맡고 마을 사람들의 조롱을 받게 되고 젬과 스카웃도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고 차별을 당한다. 정의로운 애티커스 핀치는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흑인을 살해하려는 사람들로부터 그를 지키기 위해 한밤중에 감옥 앞에 서 있는 등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그는 법정에서 흑인에게는 죄가 없었고 백인이었던 원고 유얼 가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지만 그럼에도 흑인은 유죄를 받는다. 아직 상고가 남아 있었으나 피고인 톰 로빈슨이 감옥에서 탈옥을 시도하다 사살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의 몸에는 17개의 총알이 박혀 있었다. 아버지를 닮아 굳건한 심성을 갖고 있던 젬은 재판 후에 피고였던 흑인 ‘톰’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 땅에 정의가 있는지에 대해 실망하게 된다. 재판은 이겼으나 거짓말이 들통난 원고 메이엘라의 아버지 밥 유얼은 복수의 칼을 갈고 있다가 핼러윈 축제 때 참여 했다가 집에 돌아가는 젬과 스카웃을 노린다.
스카웃과 젬에게 해코지를 하지만 이때 레들리가 나타나서 구해준다. 보안관이 나타나서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밥 유얼이 넘어지면서 스스로 칼에 찔린 것이라고 판단하고 밥의 실수로 사건은 마무리된다. 레들리와 스카웃은 레들리의 집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레들리는 집 안으로 들어가고 스카웃은 그의 집 앞에서 그의 입장을 상상하며 소설은 끝난다.
이 책의 제목인 ‘앵무새 죽이기’가 작품의 주제를 한마디로 요약하고 있다. 앵무새는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해줄 뿐 곡식을 먹거나 둥지를 트는 등 해를 주지 않는데 인간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새를 죽인다는 것이 죄라는 것이다. 톰 로빈슨이나 부 래들리같은 사람은 사회적 약자인데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차별을 당한다. 생물학적이든 사회적 고립이든 죽음을 의미한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절에 쓰여진 이 소설의 배경은 미국 앨라배마 주이다. 그 시절에는 일자리도 부족했고 경제적 어려움이 극에 달한 시기로 인종 간의 갈등이 심화된 시기였는 데다가 특히, 앨라배마주는 미국의 남부로 남부의 특성은 백인과 흑인의 갈등이 끝까지 지속되던 곳이었고 흑인인권운동이 촉발되고 확산을 이끈 곳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대사회에 비추어보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모든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차별을 지적하고 있다고 보인다. 인종의 차별을 포함해, 국적, 사는 곳, 경제적 계층의 차이, 젠더 등 모든 면에 있어서 혐오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현대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 양상을 흑백으로 정확히 나누어 구분하기는 어렵다.
부자는 나쁘고 가난한 사람은 선하다는 이중 논리 또는 동양인은 백인에게서 유색인종이라고 구별 지어지고 또 그 동양인은 다른 나라에서 돈을 벌기 위해 온 또 다른 동양인을 구별 짓고 우리는 나보다 약한 이들에게 아무런 죄의식 없이 혐오와 폭력을 행사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이 어렵고 힘든 생존 경쟁의 세상에서 모든 편견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따뜻해 져야 하고 순수성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는 휴머니즘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것, 그것이 인간답게 살 권리의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