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지족에서 출발하여 창선 적량마을까지 걷는 길 12km는 말발굽길이다. 원시어업 죽방렴이 설치되어 있는 지족에서 좁은 물길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손도바다에 그림처럼 설치 된 죽방렴을 바라보면서 걷는 길이다.
운이 좋으면 환상적인 노을도 같이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예전에 왕실로 가는 진상품이 떠나기 전 무사히 도착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굿을 했던 당집이 있는 아랫마을이라고 하여 당저라고 했다.
그 마을에는 왕실로 가기 위해 모아둔 해산물창고 해창도 있었다. 당저마을을 지나면서 ‘왕으로 태어나 조선 곳곳의 제일 좋은 특산품을 진상 받아 먹은 그런 사람들은 전생에 무슨 복을 지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최고의 음식, 최고의 옷감, 최고의 잠자리로 살면서 과연 그들은 행복했을까. 그냥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자유를 즐기며 사는 보편적인 삶을 사는 우리가 더 행복한 것은 아닐까 자문자답해 본다.
정답은 없지만 마음 맞는 사람들과 말발굽길을 걸으며 풍경이 좋은 언덕에 앉아 준비해간 도시락을 먹고, 약주도 한 잔 하면서 이말 저말 서로가 옳다고 주장하는 소리들을 들으며 웃고 떠드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삶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걷는 길이다.
임금에게 진상하는 특산품이 무사히 도착하게 해 달라고 기원제를 지내는 당저마을을 지나면 부윤마을이다. 처음 바래길에 길을 내었던 바래길운영위원들과 부윤마을을 지나면서, “부윤은 윤택한 부자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부자이면서 윤택하기까지 하니 얼마나 좋은 이름입니까? 말이 씨가 된다고 하잖아요. 아마 이 동네사람들은 다 윤택한 부자겠지요?”라는 해설을 덧붙인다.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서 불평불만만 하고 살았다면 오늘의 내가 존재하기 힘들었겠지만 늘 희망을 가지고 미래의 멋진 나를 상상하며 살았기에 지금 이렇게 내 고장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좋은 말과 좋은 생각은 사람의 마음을 윤택하게 하는 긍정의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기에 나는 늘 그런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참 좋은 의미를 담은 윤택한 부자마을을 지나 우리나라 100대 골프장에 속하는 사우스케이프를 지나 조선시대 첨사가 주둔했던 적량까지 타박타박 즐기며 걷다가 간혹 바다가 잘 보이는 언덕에 앉아 준비해간 커피도 한잔 마시고 그렇게 걷는 행복하고 완벽한 하루를 선사하는 말발굽길에서 전설 같은 이야기 하나를 더해 본다.
말발굽길은 조선시대 창선에는 말을 기르는 목장이 있었는데 그 목장에는 너무 날뛰어 길을 들일 수 없는 말이 한 마리 있었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듣고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큰 역할을 했던 김덕령 장군이 찾아 와서 그 말 앞에 섰더니 그 말이 장군에게 등을 내어 주었고 김덕령 장군이 훈련을 시켰다고 하는데 김덕령 장군이 모함을 받아 옥에 갇히고 죽음을 맞으니 그 명마는 곡기를 끊고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그래서 길 이름도 말발굽길이라고 명명했다.
명마는 사람에 반하고, 사람은 자연에 반하고 늘 스스로 그러한 자연은 또 사람에 반하는 길, 그 길이 남해바래길 5코스 말발굽길이다.
[서재심]
시인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
코스미안뉴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