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환하게 웃는 가을날
우리도 웃으며 가을 소풍을 갑니다
공용터미널에서 재래사장으로 가면
늘씬한 노래미가 ‘바래오시다’
남해에서 꿈을 찾는
청년창업거리를 건너
유배문학관에는 어진 선비들이
시 쓰고, 소설 쓴 이야기들이 주렁주렁
습지생태탐방로에는 우리들 발걸음 소리에
신이 난 철새들이 푸드덕 푸드덕
쇠섬 가는 길에 누운 강진바다
점프하는 전어랑 합창으로
‘바래오시다’
온통 눈과 귀가 호강입니다
그대랑 나랑 오순도순 걷다 보니
어느새 이동면 행정복지센터
정겨운 눈빛으로 마주 보며
‘바래오시다’ 덕담하고
흥에 겨운 남해 가을도 덩달아
‘바래오시다’, ‘바래오시다’ 인사합니다.
남해에서는 어른에게 극존칭으로 ‘오시다. 가시다.’란 방언을 쓴다. 그래서 남해바래길 1코스는 ‘바래 오시 길’이라고 이름 지었다. 바래는 바다로 조개를 캐거나 해산물을 채취하러 가는 것을 남해사람들은 ‘바래가자.’고 한다. 그래서 남해의 걷는 길은 모두 바래길이다. 바래오시다길, 비자림해풍길, 동대만길, 말발굽길, 죽방멸치길, 화전별곡길, 섬노래길, 구운몽길, 앵강다숲길, 다랭이지겟길, 임진성길, 섬노래길, 이순신호국길, 구두산목장길, 대국산성길, 읍내바래길, 금산바래길, 노량바래길’ 그렇게 19코스 231km이다. 이 중에 오늘은 1코스 ‘바래오시다길‘을 소개해본다.
약 12km로 4시간이 소요되는 이 길은 남해공용터미널을 지나고 남해재래시장과 청년창업거리를 지나 남해유배문학관을 지나서 선소부터는 해안 길 따라 이동면 행정복지센터까지 걷는 길이다. 남해강진바다를 따라 걷다 보면 봄에는 숭어가 팔딱팔딱 뛰어오르고 가을에는 전어가 바다에다 점프를 하는 길이다.
파도가 밀려오는 해안들 따라 사부작사부작 걷다 보면 사람에게 받은 상처도 봄눈 녹듯 사라지고 수면에 뛰어오르는 숭어랑 전어를 보다 보면 복잡한 세상사가 다 바래지고 발걸음도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그래서 절로 시를 읊게 되고 쫑알쫑알 말도 많아진다. 이것이 바로 길 위의 인문학이지 인문학 뭐 별거냐는 생각을 하면서 자연과 인문학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을 펼쳐 보기도 한다. 적당한 먹거리, 적당한 앎, 적당한 교분, 넘치지도 부족함도 없는 재물, 그리고 적당한 만족감으로 남해바래길에서 안분지족(安分知足) 하는 삶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살고 있다.
오늘도 시를 읊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남해바래길 1코스 바래오시다길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맘껏 누리고 있다.
[서재심]
시인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
코스미안뉴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