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북도 출생의 계용묵(1904-1961) 선생은 1927년 조선문단에 소설 ‘최서방’이 당선된 이후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했고, 1943년에는 천황불경죄로 2개월간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초기에는 현실주의적이고 경향파적인 작품을 썼으나 1935년에 백치 아다다를 발표한 이후 인생파 적이고 예술파 적인 작품으로 전환, 예술지상주의적 작품을 주로 썼다.
아다다는 ‘확실이’라는 멀쩡한 이름이 있음에도 ‘아다다’라고 불린다. 사람들은 '확실이'라는 이름 대신 '아다다'라고 부르고 아다다도 '아다다'라고 부르면 자신의 이름인 양 돌아본다. 백치에 벙어리이기 때문이다. 백치란 뇌에 장애가 있어 지능이 낮은 사람을 낮 잡아 부르는 말이다. 아다다는 5년 전에 결혼을 했었다. 결혼 지참금까지 가져간 아다다는 처음 몇 년간은 시가족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벙어리지만 아다다가 평생 먹여 줄 것까지 가지고 온 까닭이었다. 하지만 남편이 달러와 은광사업으로 큰돈을 벌자 다른 여자를 데리고 들어오고 시부모도 아다다를 홀대한다. 결국 남편의 매를 견디다 못해 다시 친정집으로 쫓겨 오게 되었다. 그래서 아다다는 돈을 증오했다. 돈이 자신의 행복을 빼앗아 갔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느 날처럼 아다다는 친엄마에게 매를 맞고 쫒겨 났는데 속상한 마음에 마을에 혼자 사는 ‘수롱이’를 찾아간다. 수롱이는 여자를 데리고 올 돈이 아까워 장가도 못 간 노총각이었다. 수롱이는 아다다를 꾀어 아내를 삼고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신미도'라는 곳으로 도망간다. 수롱이는 그동안 힘들게 모았던 돈을 들고 신미도 섬에서 밭을 사서 가정을 꾸릴 마음에 부푼다.
돈 때문에 자신의 행복이 깨졌다고 생각하는 아다다와 돈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수롱이의 상반된 생각은 결국 파멸로 치닫는 사건을 일으키고야 만다. 밭을 사러 가기로 한 그 날 새벽, 아다다는 수롱이 몰래 돈을 바다에 뿌리고 이를 본 수롱이는 분노하여 아다다를 물에 빠뜨려 죽인다.
작품의 결말에서 아다다는 수롱이에 의해 죽는다. 아다다의 죽음은 단순히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평범하고 진실하게 인간의 삶을 지속하는 사람들의 몰락을 상징하고 있다고 보이는데 아다다와 수롱이는 대립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작가는 물질만능의 시대, 정직, 윤리, 도덕 같은 가치보다 물질이 우선되고 인간 자체를 조건에 의해 평가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는다.
지금의 세상도 마찬가지다. 돈과 권력을 향해 삶의 모두를 쏟으면서 모두 헛된 꿈인 것을 우리는 모른다. 세상에 나올 때도 빈손이고 갈 때도 빈손이다. 그 돈 때문에 천륜을 어기고 인륜을 배반하고 사람 같지 않은 짓들을 하고 살아간다. 이런 세상일수록 우리가 꼭 쥐고 있어야 할 것은 순수한 정신, 휴머니즘이다. 우리는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훌륭한 사람이라는 메시지가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꼭 물질만은 아니다. 지연, 학연, 혈연을 포함한다.
심령이 가난하지 않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시대의 백치 아다다가 어떻게 생존해 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면 먹먹해진다. 누군가에게 늘 비교당하며, 누군가를 위해 희생당할 수밖에 없는 아다다가 마음 편히 수 있는 사회, 물속으로 거품을 물고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아다다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부끄럽지 않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회는 도래할 것인가. 권불십년이고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있다. 물질과 욕심, 비인간화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순수함을 잃어버린 인간이야말로 그냥 쓸모없는 욕심 덩어리일 뿐이기 때문이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