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3일자 미주 뉴욕판 중앙일보 오피니언 [오늘의 노트] 칼럼 ‘의약품에도 코셔와 할랄 인증’에서 필자 류은주 엑세스 바이오 CBDO는 “다양한 이유에서 FDA 허가 이후에 인증 기관을 통해 코셔와 할랄 인증을 받는 의약품들이 있지만, 동시에 이들 인증이 더 나은 의약품을 뜻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의약품의 품질과 안전성과 효과는 의약품 개발 및 FDA 승인 과정을 통해 이미 충분하고 완전하게 검증된 것임을 잊지 말고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의 약물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10월, 세계 최대 무슬림국가인 인도네시아가 식품에 이어 의약품에까지 ‘할랄’ 인증을 의무화했다. 5년의 시행 기간을 둔다고 하지만, 할랄 인증을 받으려면 알코올을 함유하거나, 동물 실험을 하거나, 돼지고기 등 동물성 성분을 함유해서는 안 된다고 하니, 동물실험을 거쳐 탄생하는 많은 신약의 경우 실제로 이 할랄 인증 의무화가 인도네시아 의약품 허가와 수급에 어떻게 적용될 런지 궁금하다.
‘할랄’은 최종 제품은 물론 원재료와 제조 공정까지 이슬람 율법에 따른 제품을 의미하는데, 유대교 율법에 부합한다는 뜻의 ‘코셔’와 마찬가지로 돼지 도축을 금하고 있다.
식품과 화장품에서는 이미 코셔와 할랄 인증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의 제품들도 몇 년 전부터 특정 지역의 수출품을 중심으로 이런 인증들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식품과 화장품처럼 기호품이 아닌 의약품에도 할랄과 코셔 인증은 있었다.
우선, 처방전 없이 환자가 직접 약국에서 살 수 있는 OTC(over the counter) 의약품은 아무래도 환자들이 직접 약을 결정하기 때문에, 비타민이나 기침 감기약, 통증, 알러지 약 등의 경우 마케팅 관점에서 종종 코셔나 할랄 인증 기관에서 해당 인증을 받고 출시되기도 한다.
치료약을 환자 자신이 아닌 의사의 처방에 의해 결정하는 전문의약품(ethical medicine)은 상대적으로 이런 인증을 받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우연히도 필자는 화이자를 다닐 때 글로벌 마케터로서 전문의약품을 런칭하면서 전략적인 차원에서 코셔 인증을 받거나 할랄을 존중하여 출시했던 경험이 있다.
첫 번째 예는 글로벌 희귀질환 치료제로서 전문의약품 주사제 세계 최초로 코셔인증을 받았었다. 대상 질환이 유대인에게 주로 발생하는 유전적 질환이었고, 해당 치료제가 동물성 성분을 함유하는 기존 제재와 달리 식물성 원료로 만든 것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유대인들에 친화적임을 호소하려는 제품 차별화 마케팅 전략이었다. 코셔 인증 자체가 의사들의 처방과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지라도 처방을 받는 유대인 환자들의 제품 호감도를 높여 복약순응도(compliance rate)를 높이기 위함이었다.
또 다른 예는, 연질 캡슐 제형의 급성 통증 치료제였다. 그 당시 무슬림 국가들이 제품 런칭에 매우 소극적이어서 그 이유를 파악해보니, 연질캡슐의 원재료인 젤라틴을 돼지 피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주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에 필자는 해당 제품의 판매가 컸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 및 본사 생산팀과 협의를 거쳐, 연질 캡슐 재료를 돼지고기에서 소고기 추출로 전면 변경하였다. 해당 약의 시장 크기로 따지자면 상대적으로 미미했던 이슬람 국가들이었지만 급성 통증 환자들 개개인에게 더 나은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 싶은 인도적 차원에서 내린 글로벌 생산 전략 변경이었다. 이슬람 국가들이 런칭을 시작하면서 필자에게 보내온 따뜻한 감사 인사를 기억한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에서 FDA 허가 이후에 인증 기관을 통해 코셔와 할랄 인증을 받는 의약품들이 있지만, 동시에 이들 인증이 더 나은 의약품을 뜻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의약품의 품질과 안전성과 효과는 의약품 개발 및 FDA 승인 과정을 통해 이미 충분하고 완전하게 검증된 것임을 잊지 말고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의 약물을 선택해야 한다.
<류은주 / 엑세스 바이오 CBDO>
2021년 4월 10일과 2020년 9월 14일자 코스미안뉴스에 올린 우생의 칼럼 글 둘 우리 재음미再吟味해보리라.
[이태상 칼럼] 청개구리의 청신호
2021년 4월 9일자 중앙일보 오피니언 페이지 하단에 <한 컷> ‘하늘색 청개구리 폴짝폴짝’이란 제하(題下)에 사진과 사진 설명이 실렸다.
“8일 전남 담양의 한 펜션에 하늘색 개구리가 나타났습니다. 청개구리가 하늘색을 띠는 것은 앨비노(피부의 색소가 적거나 없게 태어나는 돌연변이 증상) 현상이라고 합니다.” [연합뉴스]
탄자니아를 비롯한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수만 달러에 거래되 는 알비노의 신체 일부를 이용해 주술적(呪術的) 의식을 행 하면 행운과 재물이 따른다는 미신(迷信)이 펴져 살인이 잇달아 알비노들이 희생양(犧牲羊)이 되고 있다는 보도다.
‘백색증(白色症)’이라고도 불리는 ‘알비노(albino)’란 멜라닌 색소 를 합성하지 못해 안구(眼球) 홍채(紅彩)가 붉은색을 띠고 피부와 머리칼이 하얀 증상을 말하는데 일부 학자들은 근친결혼(近親 結婚)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이것이 어디 아프리카와 신체적인 알비노에게만 국한된 일인가. 애초에 아담과 이브 남매가 근친 상간해서 인류의 후손이 퍼진 것이라면 우리 모두 일종의 알비 노’가 아닌가.
이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신적인 알비노 현상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인간을 흑이니 백이니, 선이니 악이니, 이방인이니 선민이 니, 미신자니 신앙인이니, 남자니 여자니, 진보 좌파니 보수 우파 니, 갈라놓고, ‘나’ 아니면 ‘남’이라며 나만 잘 먹고 잘 살다 죽어서 도 지옥 안 가고 천당 가겠다고, 모든 ‘남’을 희생양으로 삼아온 알비노 현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 않은가.
알비노 중의 알비노라 할 수 있는 예수님의 ‘살’과 ‘피’를 제물 (祭物) 삼아 이 세상에서 하는 갖은 못된 짓과 악행이란 죄를 깨끗이 다 씻어 용서받고 ‘구원(救援)’ 받아 천국행(天國行) (天國行) 하겠 다는, 말하자면 내가 하면 로맨스요 네가 하면 간통이란 식의 웃기 는 얘기 말이다.
또 한 예로 ‘코셔(kosher)’와 ‘할랄( 중국어 : 淸眞, 영어:halal 또는 hallal, halaal- permissible-이슬람법Islamic law 샤리아 sharia에 허용된 항목을 뜻하는 말로, 주로 이슬람법상 먹을 수 있는 것을 말함)’이 있다.
유대인들은 식사에 관한 그들의 율법 ‘카샤룻kasharut’에 따라 먹기에 합당한 식사법으로 결정된 코셔를 지키는데 채소와 과일은 모두 코셔이며, 육류는 되새김질하는 위가 있고 발굽이 갈라진 짐승의 고기도 코셔로 친다. 따라서 말이나 돼지, 어류 중에서도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미꾸라지 오징어 갑각류 등은 금기 음식 이며 코셔는 식재료의 혼합 및 식기에도 깐깐하게 적용된다.
그런가 하면 모슬렘의 음식 금기도 유대인 못지않아서 그들의 율법 에 따라 먹고 쓸 수 있는 음식과 식재를 총칭해서 할랄이라 하는데 음식뿐만 아니라 식용재료를 쓰는 화장품과 의약품 등에도 적용된 다. 심지어는 허용된 육류라도 성인 모슬렘이 기도문을 외우며 날카 로운 칼로 가축의 목을 단숨에 쳐서 도살되는 짐승의 고통을 최소화 한다고 한다.
유대교와 이슬람교 신앙의 뿌리가 같아서인지 코셔와 할랄 음식 대부분이 겹친다. 이 또한 그들에겐 그런대로 의미가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참으로 웃기는 얘기다. 성철 스님의 말씀처럼 ‘산은 산이 요. 물을 물이라’면 ‘살은 살이요. 피는 피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 아니 식물까지 포함한 생물 그리고 더 나아가서 숨을 멈춘 듯한 광물까지도 모든 우주 만물이 다 나의 일부 내지 전부라고 생각하고 느낀다면 웃겨도 보통 웃기지 않는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를 한마디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내 마음이 짓는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한다면 우리 가슴이 사랑으 로 충만할 때 세상은 아름다움 천지(The world is full of beauty when the heart is full of love)가 되리라. 이 희망의 메시지를 주려고 하늘색 청개구리가 바야흐로 코스미안의 개명 천지가 열리고 있는 한반도에 나타난 것어어라.
[이태상의 항간세설] 사랑으로 숨쉴 때마다 영육일치(靈肉一致)되는 것이리
요즘 박테리아보다 10~100배 작고, 생물이라고도 무생물이라 고도 할 수 없으며,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회 적인 거리 두기로 모든 사회활동이 정지된 상태에서 사람마다 집 에 칩거(蟄居) 고립되다 보니 마치 무인고도에 표류된 것 같다.
그동안 바쁘게 살아오느라 물질적으로,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쌓여온 ‘잡동사니’를 몽땅 다 털어 버리고 정리해 삶에 있어 정말 ‘뭣이 중헌디’를 깨닫게 될 전무후무의 절호의 찬스가 아니랴.
그렇지 않아도 벌써 몇 년 전부터 한국의 젊은 세대를 삼포시대 또는 오포시대라고, 결혼포기, 자녀포기, 직업포기, 주택포기 등등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포함해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 인류가 조로증(早老症)에 걸려 삶을 살아보기도 전에 포기한다는 말인 가. 김광규 시인의 ‘뺄셈’이 떠오른다.
“덧셈은 끝났다
밥과 잠을 줄이고
뺄셈을 시작해야 한다.
남은 것이라곤
때묻은 문패와 해어진 옷가지
이것이 나의 모든 재산일까
돋보기안경을 코에 걸치고
아직도 옛날 서류를 뒤적거리고
낡은 사진을 들추어 보는 것은 품위 없는 짓
이제는 정물처럼 창가에 앉아
바깥의 저녁을 바라보면서
뺄셈을 한다.
혹시 모자라지 않을까
그래도 무엇인가 남을까”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자. 바다나 하늘을 응시하는 것보다 좋고, 신(神)을 앙망하기보다 낫다. (Let me look into a human eye; it is better than to gaze into sea or sky; better than to gaze upon God.)”
미국 작가 허만 멜빌((Herman Melville 1819-1891)의 말이다.
1994년 데뷔한 탤런트 안재욱을 톱스타 반열에 올린 1997년 MBC TV ‘별은 내 가슴에’에 삽입된 ‘그대 떠나가도’와 2000년 ‘중독된 사랑’과 ‘러브’ 등을 히트시켰던 가수 조장혁이 작사, 작곡과 함께 작사, 제작까지 한 앨범 ‘숨 쉴 때마다’가 2015년 나왔다.
또 세계 최첨단 뇌영상 연구의 일인자로 꼽힌다는 다카 야스유키 가 ‘건강은 몸이 아니라 뇌가 만든다’는 뇌건강법을 제안한 책 ‘숨 쉴 때마다 건강해지는 뇌’ (김민정 역)가 2018년 출간되었다. 이 책을 나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나라면 ‘건강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 이 만든다’고 주장하고 싶다.
우리 시인 박형준의 ‘눈썹’을 함께 음미해보리라.
“너는 울 때 눈썹을 떨구는군
너는 울 때 추운 눈썹을 가지는군
한기가 느껴지는 가난한 광선
내가 울 때 두고 온 눈썹
내가 울 때 젖을까 심장 속에
두고 온 가난한 눈썹”
이런 ‘눈썹’을 장석주 시인은 이렇게 풀어 쓴다.
“최고의 예술은 살아간다는 것. 더 나은 것은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 사랑은 무미한 나날을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바꾼다. 사랑할 때 삶은 빛나고, 사물들은 새로운 가치를 띤다. 사랑하면 장미는 더욱 붉고, 음악들은 더욱 강렬해지는 법이다. 한편으로 사랑은 또 얼마 나 쓸쓸한가. 사랑하는 이들은 운다. 가슴 벅차 울기도 하겠지만, 쓸쓸함으로 가슴이 미어져서 울기도 한다. 이 구절을 보라. ‘너는 울 때 눈썹을 떨구는군’ 네가 울 때 네 눈썹도 운다. 네 눈썹이 울 때 내 눈썹도 운다. 차마 그 눈썹 들키고 싶지 않아 심장 속에 넣고 운다.”
아, 그래서 프랑스 시인 장 드 라 퐁탠느(Jean de La Fontaine 1621-1695)도 강조했으리라.
“우린 서로 도와야지; 아무렴 그렇지. 정말로, 자연의 법칙이고 말고. (We must help one another; yea, it Verily is a law of nature.)”
시인 이근화는 그의 ‘소울 메이트’란 시에서 이런 ‘자연의 법칙’을 이렇게 노래한다.
“우리는 이 세계가 좋아서
골목에서 비를 맞는다.
젖을 줄 알면서
옷을 다 챙겨 입고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잃어버렸던
비의 기억을 되돌려주기 위해
흠뻑 젖을 때까지
흰 장르가 될 때까지
비의 감정을 배운다.
우리는 우리가 좋은 세계에서
흠뻑 젖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골목에서 비의 냄새를 훔친다.”
이 ‘소울 메이트’를 장석주 시인은 또 이렇게 풀이한다.
“이 세계가 좋다니! 이 눈부신 긍정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비참한 가난이나 평범한 악들은 물론이거니와 짓누르는 권태조차 도무지 모른 채 빗속에서 즐거워하는 ‘소울 메이트’라니! 비의 기억을 만들고, 비의 냄새를 훔치려고 옷이 젖을 줄 알면서 비를 맞는 것은 소녀들이리라. 소녀들은 비를 흠뻑 맞으면서 까르르 웃는다. 이들을 철없다고 야단치지 마라. 이 경이로운 존재들은 빗속에서 기쁨과 감사를 느끼고 제 밝은 기운을 세상과 나눈다. 이 세상을 위해 소녀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이것이 소녀뿐이랴. 소년은 물론이고 모든 어린이도 그러하 리라. 그래서 일찍이 영국의 자연파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드 (William Wordsworth(1770-1850) 도 독백하듯 읊었으리.
‘내 가슴 뛰노나니/무지개’
“하늘에 무지개 볼 때
내 가슴 뛰노나니
어려서 그랬고
어른 된 지금 그렇고
늙어서도 그러리라.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죽어버리리라.
어린애는 어른의 아버지
내 삶의 하루하루가
이 가슴 설렘으로 이어지리.”
‘My Heart Leaps Up (also known as The Rainbow)’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I was a Child
So is it now when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아, 참으로 우리가 숨 쉴 때마다, 그것도 사랑으로 숨 쉴 때마다 영육일치(靈肉一致)되는 것이리. 우리가 땅에서도 하늘을 볼 수 있도록.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소월의 시 ‘못 잊어’의 한 구절 빌려) 소년 시절 나는 위에 인용한 시 ‘무지개’를 읽으면서 ‘하늘에 무지 개’를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고 성에 안 차, 영어 사전에도 없는 단어를 하나 만들었다. 올라탄다는 뜻으로 접두사 ‘어(A)’를 ‘무지개(RAINBOW)’ 앞에 붙여 ‘어레인보우(ARAINBOW)’를 그리고 이어서 ‘우주나그네’란 뜻으로 ‘코스미안(COSMIAN)’이란 또 하나의 새로운 말을 지어냈어라.
따라서 2011년 자연과인문에서 출간된 우생의 동화(童話) 형식 의 졸저 책 제목이 ‘어레인보우: 무지개를 탄 코스미안 (ARAINBOW) ’이고, 2013년과 2014년 자연과인문에서 나온 에세이집 제목이 ‘코스미안 어레인보우’와 ‘무지코: 무지개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온 코스미안’이 되었어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