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작품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은 '부활', '전쟁과 평화', '안나 까레니나' 등이다. 그러나 민중을 계몽하기 위해 쓴 '사람에게는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두 순례자' 등 같은 짧고도 임팩트 있는 교훈적인 우화도 꽤 유명한데 그중에 이 땅에 구원을 주는 실천적 종교를 만들겠다는 그의 종교관에서 나온 작품들 중 하나인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또한 짧지만 특별하고도 강한 설득력을 준다.
마르틴은 구두를 만들고 수선하는 제화공이다. 착하고 성실한 그가 절망에 빠지게 되었는데 5년 전에 사랑하는 자식 두 명과 아내를 하늘나라로 보냈고 최근에 하나 남은 막내아들마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술로 시간을 보내며 자신도 빨리 죽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를 올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성경을 읽기 시작했고 그리스도의 삶에 감동을 받은 그는 자신의 삶을 반성하며 새로운 희망을 찾아 성경 읽기에 열중했다. 하루는 성경을 읽다가 잠깐 잠이 들었는데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르틴, 내가 내일 너에게 찾아갈 테니 창밖을 보아라.”라는 말씀이었다. 마르틴은 온종일 창밖을 바라보며 “하나님이 언제쯤 오시려나”라고 중얼거리면서 하나님을 기다렸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오신다던 하나님은 오시질 않고 창밖에 늙은 청소부가 눈을 맞으며 청소를 하고 있었다. 마르틴은 그 늙은 청소부를 가게 안으로 들어오게 한 후, 따뜻한 차를 대접했다. 청소부를 내보내고 두세 시간이 지나 창밖을 보니 아기를 안은 여인이 눈보라 속에서 떨고 있었다.
그는 그 여인도 가게 안으로 들어오게 한 후, 먹을 것과 입을 옷을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그 여인이 돌아간 후, 시간이 흘러 거의 해가 져갈 무렵, 창밖을 바라보니 사과를 파는 늙은 노파가 사과를 훔친 소년을 붙잡고 야단치고 있었다. 마르틴은 밖으로 나가 소년의 죄를 뉘우치게 하고 사과 값을 대신 갚아주며 노파가 소년을 용서해 주도록 권유하여 승낙을 받아 원만하게 해결해주었다.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자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갔고, 그날 밤 성경을 읽다가 잠이 들었는데 어둠 속에서 자신이 낮에 대접했던 늙은 청소부와 아기 안은 여인, 노파와 소년이 나타나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르틴, 네가 오늘 만난 사람들이 바로 나이다. 너는 나를 대접한 것이다.” 라는 음성이었다. 마르틴은 꿈에서 깨어나 펼쳐 있는 성경을 보니 거기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내가 배고플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헐벗을 때 옷을 주었으니...... 내 형제 중에 보잘것없는 사람들에게 극진히 대접한 것이 바로 내게 한 것과 같으니라.'라고 한 구절이었다. 그래서 단편 소설의 제목이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이다. 신앙인이든 비신앙인이든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것은 사랑의 마음이다.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라는 말은 무엇일까. 바로 어떤 사정에 어해 모두를 돌볼 수 없는 신을 대신해 인간이 사랑의 힘으로 어려운 곳을 보듬어줄 수 있다면 그곳에 신의 마음이 함께 있다는 뜻 일게다. 나는 어떠한가. 신은 내게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는 따뜻한 마음도 주셨지만 늘 내가 먼저라는 이기심도 함께 주셨다. 우리는 신을 찾기 위해 혹자는 교회로 가고 혹자는 성당으로, 자신만의 신을 만나러 명상에 들어가기도 한다. 어떤 이는 자신 스스로가 신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신이든 신의 마음을 실천하고 있는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 물질을 구하고 복을 구하는 각자의 구복신앙 앞에서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는 책의 체목은 마음에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