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법

고석근

 

굳세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요,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이다.

- 노자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자베르 형사는 선하게 살아가고 있는 장발장을 왜 그리도 집요하게 잡으러 다녔을까? 그는 자신이 정의의 화신이어서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그의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그는 부모가 모두 죄수여서 감방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묻어버리고 싶어 법의 가혹하고 완전무결한 집행자가 된 것이다. 뒤쫓던 장발장에게서 오히려 목숨을 빚진 그는 법적 정의와 인간애 사이에서 흔들린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 섬세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흔들리는 마음, 그것이 인간이 싱싱하게 살아있다는 증거인데. 그는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몸을 던져 센 강 속으로 사라진다. ? ‘굳세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기 때문이다. 법과 원칙의 화신인 그는 언제든 죽음의 짙은 향기에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 하던 법적 정의, 과연 옳은 것인가? 도둑질이 정말 나쁜 것인가? ‘도둑질을 하지 말라는 도덕률은 사람에게 재물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 즉 재산의 소유권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과연 인간에게 재물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걸까?

 

땅을 팔라는 백인들을 인디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인디언들은 땅을 어머니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시인들은 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다 땅에 대한 소유 개념이 생기면서 도둑질을 하지 말라는 도덕률이 생겨났다.

 

그래서 성인들은 우리에게 무소유를 가르친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무소유인 것이다. 자베르는 빵을 훔친 장발장을 굳어 있는 법의 잣대로 재지 말고 부드러운 인간의 마음으로 보았어야 했다. 그러면 장발장의 아픔이 보이고 법의 적용을 인간답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트라우마에 휩싸여 그런 부드러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소유가 중심인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과도한 법의식을 갖기 쉽다그래서 우리는 항상 알 수 없는 죄의식에 시달리고 조그만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에게도 무서운 증오감이 든다.    

하지만 이 모든 생각의 근원에는 우리의 트라우마가 있다.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자베르인 것이다. 자베르의 결말은 죽음이다.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 함민복,흔들린다부분

 

우리는 딱딱하게 굳어 있는 법의식에서 탈출해야 한다. 흔들리는 마음만이, 부드럽고 약한 마음만이 살아 있다끝내 마음의 중심을 찾아간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6회 민들레 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hanmail.net

 

전명희 기자
작성 2021.12.30 11:32 수정 2021.12.3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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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