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KOICA, 한국국제협력단)가 동남아 메콩강 인근 국가들이 경험한 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이 지역의 평화 정착을 돕기 위해, 베트남 전쟁 피해 지역에서 장애인의 재활과 취업을 돕기로 했다. 코이카는 17일(현지시각) 베트남 꽝찌성(城) 인민위원회와 ‘장애인 종합재활센터 설립사업’의 협의의사록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600km 떨어져 있는 꽝찌성 동하시(市)는 과거 남베트남과 북베트남 사이의 비무장지대(DMZ) 아래에 자리 잡고 있어, 베트남 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베트남 DMZ는 1954년 7월 제네바 협정에 따라 남북 베트남으로 분단된 후 1975년 4월 통일되기까지 존재했다. 베트남의 DMZ는 북위 17도 선을 기준으로 남북으로 각각 5km이며 동서 길이가 약 50km로 우리나라 DMZ에 견줘 길이는 1/5 정도이다.
전쟁의 피해로 인해 꽝찌성은 현재까지도 베트남에서 장애인 거주 비율이 가장 높다. 2021년 말 기준, 꽝찌성 인구 61만 3천 명 가운데 5%에 가까운 2만 9천 명이 지체 장애, 청각·시각 장애 등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이 중 16세 미만 장애아동도 7천 명에 이른다. 전쟁 중에 살포된 고엽제가 몸에 축적되어 자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코이카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총 1,200만 불을 들여 이 지역에 연면적 4,800㎡, 4층 규모의 장애인 종합재활센터를 짓는다. 지뢰·불발탄·고엽제 피해 장애인들이 이곳에서 재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코이카는 재활센터에 재활훈련용 기자재를 지원하고,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재활치료사를 양성하며, 센터직원을 포함해 총 400여 명의 보건복지 종사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지역 주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도 펼칠 예정이다. 지역사회 중심의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평화와 인권을 누릴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다.
특히 이번 사업은 단순히 장애인의 신체적 재활 치료를 위한 시설을 짓고 인력을 교육할 뿐 아니라, 직업 상담과 제과·제빵·공예 등 직업 훈련, 현장실습을 통한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그 의미가 크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장애인이 사회·경제 활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사업이 끝나면 지역 내 거주 장애인 2,647명을 포함한 2만 5천여명이 혜택을 받게 된다. 이날 체결식에는 조한덕 코이카 베트남 사무소장, 황 남 베트남 꽝찌성 부인민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조한덕 코이카 베트남사무소장은 “이번 사업은 코이카가 분쟁과 내전을 겪은 동남아시아 메콩강 지역 국가의 평화와 민주주의 정착을 지원하는 ‘메콩 평화마을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면서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개발목표)는 2015년 9월 유엔총회에서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약속한 경제‧사회‧환경 분야의 17가지 목표. 이중 16번은평화, 인권, 민주주의의 정착이다.
황 남 베트남 꽝찌성 부인민위원장은 “과거 한국의 DMZ 방문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이 전쟁을 겪은 나라라는 공통점과 이를 극복한 나라로서 동시성이 반영된 평화의 상징이 만들어지길 기다려왔다”면서 “코이카와 꽝찌성의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이번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코이카는 지난 10여년 간 꽝찌성에서 한국 비정부기구(NGO)와 협력하여 고엽제 피해 장애아동 지원, 물리치료 교육역량 강화 사업 등을 수행하며 약 1만8천 명의 수혜자를 지원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캄보디아에서 농촌종합개발을 통한 평화번영마을 조성사업, 라오스에서 불발탄 제거 지원사업 등이 ‘메콩 평화마을 프로그램’으로 추진 중이다.
코이카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발전 지원을 위하여 1991년에 설립되었으며, 국별 프로그램(프로젝트/개발컨설팅), 글로벌 프로그램(해외봉사단 및 개발협력인재양성사업, 글로벌연수, 국제기구협력, 민관협력사업, 혁신적 개발협력 프로그램), 인도적 지원(재난복구지원, 긴급구호 등), 국제질병퇴치기금사업 등을 수행하는 대한민국 개발협력 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