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문기]
남해도 지족마을에서 시작하여 남해 삼동면 물건리의 방조 어부림까지 약 9.9km 길이다. 오늘은 남해바래길 9코스 죽방멸치길을 걸어본다.
죽방렴(竹防簾)은 대나무로 발을 만들어서 고기를 잡는 어업 형태다. 명승지로 지정되어있고 ‘경남속찬지리지’에 예종 원년 남해 죽방렴에서 잡은 물고기들을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죽방렴의 역사는 500년이 넘은 어업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죽방렴을 보면서 걷는 길이다.
죽방렴이 설치되어 있는 지족이란 마을은 알지(知) 그칠 족(足)의 뜻을 지녔다. 알면 그치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보편적인 사람들은 알아도 욕심에 함몰되어 그치지를 못한다. 계속 욕심을 내다가 부도 잃고 명예도 잃는 경우를 더러 본다.
그런데 알면 그치라는 뜻을 가진 남해 지족마을이 있는 좁은 바다 ‘손도’에는 원시어업형태의 죽방렴이 있다. 죽방렴은 썰물 때 그곳에서 놀고 있던 멸치나 다른 어종들이 썰물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물길에 밀려들어 가 안에 갇힌다. 그럼 어부들이 바로 뜰채로 떠서 삶아 말리기에 그물로 잡은 멸치보다 신선하고 비늘도 그대로 살아있다. 죽방멸치는 모양도 그대로 인지라 그 맛과 영양이 명품으로 명성을 얻어 제대로 대접받고 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여러 곳에 있었던 죽방렴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라지고 지금 남아있는 곳은 남해 삼동면 지족 앞바다와 창선, 그리고 삼천포대교 밑에 몇 통 남아있다. 그 희소성 때문에 죽방멸치는 관광상품인 동시에 남해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며 뛰어난 명승지가 되었다.
죽방 멸치길로 이름 지어진 바래길 6코스는 그런 죽방렴을 보면서 둔촌마을을 지나고 ‘꽃내’라고 이름 지어진 화천마을을 지나 남해물건 방조어부림까지 걷는 길이다. 남해물건 방조어부림이 있는 마을 위에는 우리나라 테마마을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독일마을이 있다. 또 요트를 타다가 남해의 자연에 반해 하던 사업을 접고 물건마을 바닷가에 ‘엘림 마리나리조트’를 오픈한 이현건 회장님의 사업장도 있다.
이현건 회장님은 하던 사업장을 매각하고 노후를 요트를 타며 즐기다가 남해 자연에 반해 남해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분의 말씀을 들어보면 정말 열심히 사업을 하면서 달려오다가 어느 순간 50세가 넘은 친구들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고 한다.
공부 열심히 하고 직장생활 열심히 하면서 가족을 책임지는 친구들이 50세가 넘어도 인생을 즐기지도 못하는 것을 보고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리조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국가를 위해 가족을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산 아버지, 아들, 손자가 손잡고 와서 즐길 수 있는 리조트를 만들어 숙박과 공연장과 카페, 레스토랑 그리고 바이컬 전시장과 요트를 다 즐길 수 있도록 한 곳이 엘림 마리나리조트다.
지족의 뜻인 ‘알면 그치라’는 단어를 다르게 번역해보면 ‘만족할 줄 알아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남해 삼동면 지족리 죽방멸치길을 걷다 보면 알면 그치게 되고 또 만족할 줄 아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겨울 바다의 차가운 물빛이 냉한 이 겨울 죽방멸치 길을 한번 걸어보면 좋으리라.
[서재심]
시인
남해군문화관광해설사
코스미안뉴스 객원기자
서재심 alsgml-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