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저녁] 첫눈이 오면

이봉수





첫눈이 오면

 


첫눈이 오면 나는 섬으로 들어가
뜨끈한 토담집 아랫목에서
삶은 고구마 한 소쿠리 머리맡에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을랍니다.


섬이 소록소록

세상으로부터 지워지는 날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대를 기다리겠습니다.
함박눈 아득하여 바다가 하늘이 되면
사립문 열고 그대가 오시겠지요.


따스한 황토방 흙 냄새에 묻혀
우리 그냥 뒹굴 뒹굴
간지럼 태우기나 해요.
그대가 있고
밤새 눈만 펑펑 퍼부으면 그만입니다.


첫눈이 오면 나는 섬으로 들어가
하얀 바다가 되어
그대를 기다리겠습니다.














편집부 기자
작성 2018.12.25 11:23 수정 2018.12.2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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